KBS <연애의 발견>
방송 기간: 2014년 8월 18일 ~ 2014년 10월 7일
방송 횟수: 16부작
제작: JS픽쳐스
연출: 김성윤, 이응복
극본: 정현정
출연: 정유미, 문정혁, 성준 外
<기획의도>
-새로운 연애 감수성의 드라마!
한국의 멜러 영화들이 바뀌고 있다.
박해일, 강혜정 주연의 ‘연애의 목적’을 떠올려보자. 어떤 장소보다도 도덕적이어야 할 공간 ‘학교’에서, 교사란 자들이, 발칙한 연애를 나눈다. 그것도 각자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성인만화가와 섹스칼럼니스트가 주인공인 19금 ‘째째한 로맨스’를 넘어, 이제는 폰섹스 파트너인 남녀의 사랑을 그린 ‘나의 PS파트너’가 흥행에 성공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논외로 치더라도 곧 개봉을 앞둔 김민희와 이민기 주연의 ‘연애의 온도’ 예고편에서는 헤어지면서 쌍욕을 서슴지 않고, 길거리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한쌍의 연인을 목격할 수 있다.
캔디의 복사판이었던 여주인공은 드세졌고 욕망에 솔직해졌으며, 안소니는 찌질한 남자로, 테리우스는 온갖 까탈은 다 부리는 못난 남자로 바뀌었다. 현실의 우리가 대체로 그러하듯이.
20세기에는 볼 수 없었던 괴상망측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멜러, 그 연애의 내용 또한 지나간 시대에서는 ‘못나고 찌질한 연애’라고 손가락질 받았을 연애담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현실적이다’ ‘재밌다’는 호평을 받는다.
왜? 이 시대의 연애 감수성이 20세기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현실의 연애 감수성을 무섭게 따라잡는 이 시점에도 TV 드라마의 연인들은 사랑해도 잠을 자지 않고, 순정을 지키며, 16부가 계속되는 동안 설레임을 유지하면서, 절대로 서로를 향한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다? 과연, 지상파에서 가능할까?
‘멜러가 지겹다’ ‘멜러 드라마의 시대는 갔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상기해보자. 그 말은 멜러 드라마에 대한 욕망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신데렐라 드라마’가 식상하다는 말이며, 드라마로 보여지는 ‘순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그 불만들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새로운 멜러를 간절히 원한다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솔직한 연애 이야기를 해보자!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연애가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는지, 얼마나 찌질하게 하는지, 얼마나 고통스럽게 우리가 애써 쓴 가면을 벗기는지!!!
-발칙하지만, 밉지 않게! 능청스럽지만, 솔직하게! 더, 더, 더, 재미있게!
그러나 결국 멜러를 보게 만드는 힘은 ‘여자주인공을 향한 감정이입’과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다. 여주인공은 드라마적이어야 하지만, 최대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실감나게 그려내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남자 주인공들 역시 현실성을 가져가되 ‘내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판타지’로 생동감 있게 그려내야 한다.
드라마의 주요인물들은 기존의 멜러 드라마보다 훨씬 솔직하고 발칙하겠지만, 결국 밉지 않아야한다.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어?’라는 소리가 나오긴 하겠지만, ‘저것들 못됐긴 한데, 귀엽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할 것이고,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저런 사랑이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기억되는 드라마였으면 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자신과 상대방의 욕망과 진심에 힘껏 부딪히고, 그것에 정직하게 아파하고, 자신의 바닥을 꾸밈없는 눈으로 지켜본 후에 열정적으로 다시 일어서는 캐릭터들의 성장기다.
-연애는 움직이는 것, 마음은 변하는 것? 옳지 않은 연애 이야기?
이 드라마는, 20세기적 사고방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한다면, ‘미혼 남녀의 불륜’이야기다. 오래된 커플의 맞바람이야기다. 권태기도 아니고, 사랑이 끝나지도 않은 연인이 다른 남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기까지, 그 새로운 사랑을 인정하게 되기까지의 ‘감정의 연애서사’다. 아마도 두사람에게 각자 다른 남녀라는 ‘위기’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들은 결혼까지 골인했을지도 모르는 연인들의 이야기.
여주인공 ‘이룸’의 시선으로 그려가겠지만, ‘이룸’은 흔한 로맨틱코메디 여주인공이라 볼 수 없다. 애인 ‘남하진’을 두고 다른 남자 ‘강태하’에게 설레고, 그 설렘이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달콤한 것이어서 강태하에게 자신이 애인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귀여운 욕망의 주인공’이다. 비슷한 시기에 ‘남하진’ 역시 ‘안아림’을 만나 설레게 된다. 이 네명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싸우며, 어떻게 헤어지고,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맞바람’과 ‘양다리’와 ‘불륜의 사랑’이 점철된 연애서사다.
이들의 사랑은 명백히 옳지 않지만, 과연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만 겨눌 수 있을까?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도 다른 이성에게 설레임을 느껴본 일이 없는가?
양다리, 걸쳐 본 적 없는가? 그런 욕망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가?
다른 사람이 좋아져서 연인에게 이별통고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가?
연인을 두고, 다른 사람이 좋아진 자신의 마음과 싸워본 적이 없는가?
옳다,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논리 말고, 그 언저리를 오가는 다른 이야기는 없을까?
우리를 감정이입하게 하고,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를 설레게 하고, 내 연애를 돌이켜보게 하고, 저런 연애를 하고 싶다는 욕망의 그 언저리...!
떠나는 사람과 다가오는 사람 사이, 변해버린 사랑과 시작되는 사랑 사이, 지키고 싶은 마음과 이미 변해버린 마음의 사이.. 그 언저리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한번 들여다보자.
아슬아슬 설레는 마음과 발칙한 욕망, 끓어오르는 질투와 폭발할 것 같은 분노,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그 감정의 밑바닥에 숨겨진 이기심과 집착!
연애는 움직이는 것.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이들의 사랑에도 진정성은 있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티격태격, 좌충우돌, 설상가상, 오리무중, 유쾌발랄, 달콤살벌!
이 드라마는 거침없이 솔직하고, 내숭없이 화끈한 로맨틱 코메디다!
-그러나, 결국 멜러도 인간의 이야기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그들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했는가’로 확장시키고, ‘그들은 이렇게 성장하였다’로 마무리하는 드라마. 그래서, 이들의 사랑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싶다.
-섹시하게 쓰겠다. 19세가 보기엔 간지럽고, 15세가 보기엔 얼굴이 빨개지는. 딱 그 정도..
<등장인물>
이룸 / 30세, 여. 가구공방 ‘레드 아일랜드’ 대표.
한국대 목조형가구 학과 졸업. 전공이 그대로 직업으로 이어져 ‘레드 아일랜드’라는 가구공방을 창업한지 일년째. 아직은 작업실과 전시장의 월세를 겨우 내는 수준.
드라마작가인 신윤희의 딸. 작업실로 나가 생활하는 엄마의 빈집에 친구 도준호, 강은규, 애인 남하진과 함께 살면서 월세를 다달이 내고 있다.
공방을 차릴 때도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주고, 다달이 ‘월세’를 받아 챙기는 엄마의 영향으로 아주 어릴 적부터 현실적인 생계형 인간으로 길러졌다. 머릿속 계산기 두드려 이익이 있으면 콧소리에 애교도 잘 떨고 아첨도 할 줄 아는 여우다.
야무지고 솔직하다. 명랑 쾌활하다. 긍정적이다. 유머가 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인내심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완벽한 여자라니!! 감탄하겠지만... 여기까지는 대외적인 그녀의 모습이다.
이 여자의 성격, 가끔 부작용이 있다. 가끔이라기 보다는 자주, 종종. 그것도 결정적일 때에. 긍정적이라는 말은 이기적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말이다. 자신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만 그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긍정적인 것이다. 명랑쾌활한 성격은 그래야 남한테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선택한 성격. 이 여자, 사실은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인 여자다. 솔직하다는 것 하나만이 이 여자의 장점이다. 솔직하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그 욕망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음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받은 누군가가 자신을 비난할 때 그것을 부당하다 생각하지 않고 굳건하게 그 비난을 견딘다.
준호의 소개로 만난 치과 의사 남하진과 3년째 연애 중. -한 집에 살고 있다. 준호와 은규가 함께.
사랑의 유효기간이 삼년이라지만, 아직도 알콩달콩 연애가 진행 중이다. 자주 서로의 방을 오가며 자기도 하고, 준호와 은규 앞에서도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는 커플이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은, 지금 이 상태에 아무런 불만이 없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잖아!’라는 장난어린 기대 때문. 그 말이 진심은 아니었는데, 그 말을 내뱉고 나니, 운명은 보란 듯이 그녀 앞에 한남자를 데려다 놓는다. 그것도 그녀의 마음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 남자! 그 남자의 이름은 강태하!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가출했을 때 만난 첫키스의 상대! 12년만에 만난 이 남자한테 이룸은 설렌다. 그 설렘이 너무 좋아서, ‘그냥 설레는 건데, 뭐 어때?’ 생각했고, 강태하에게 그냥 ‘여자사람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애인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죄책감이 그녀를 지나가지만, 곧 다른 욕망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가 내민 뮤지컬 티켓!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도는 하진의 흔적을 지운다. 그리하여 그녀의 아슬아슬한 모험이 시작된다. 하진에게는 태하의 존재를 숨긴 채, 태하에게는 하진의 존재를 숨긴 채. 손 정도는 잡아도 되겠지? 어깨에 손 올리는 건 친구끼리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허용의 범위는 점점 확장되고, 어느날 키스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태하를 밀치고 집에 뛰어 들어온 순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하진과 맞닥트리는데...
남하진 / 32세, 남. 봄봄내과 의사.
귀공자 타입의 외모, 따뜻하고 온화한 성격,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이성적인 성품의 소유자. 합리적이고 지혜롭다.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다.
다섯 살에 어머니에게 버려졌다. 장소는 놀이공원. 지금도 목마를 탈 수가 없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돌아오면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들던 엄마는 다섯바퀴를 돌고나자 사라졌다. 안내방송을 해도 엄마는 찾아오지 않았다. 영리했던 하진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도 직감으로 알았고, 엄마가 영영 떠났다는 것도 알았다. 살던 도시가 아니었으므로 집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이름이 ‘남하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보육원 생활은 시작됐다. 스무살에 삼백만원이 채 안되는 국가 보조금을 받고 보육원을 나와 의대를 졸업하기까지, 그의 삶이 얼마나 지독했을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악독해졌나, 그건 아니다. 그는 그래서 자유롭고 관대하다. 원래 가진 게 없었으므로, 원래 혼자이므로. 룸의 엄마인 신윤희가 자주 룸에게 ‘행여라도 남하진과는 연애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그래서 룸이 엄마에게 자신과의 연애를 감추고 있는 것도 이해한다. 시끄러운 게 싫은 평화주의자. 어쩌면, 평화주의자라는 말은 비겁자라는 말과도 닮아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싸우는 게 싫다. 엄마가 자신을 버리기 전에 그의 부모는 내내 싸웠기 때문에.
룸이 좋다. 분명하고, 솔직해서. 함께 있으면 즐거워지기 때문에. 신윤희의 차가운 시선도 언젠가 더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선입견으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미 오래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사람들을 기다려줄 줄 안다.
그러나 룸에게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어떤 일면이 있다. 마음의 그늘, 시간의 그늘, 과거의 눈물을 룸에게 보여주기 싫다. 룸에게 그는 ‘매스컴에도 종종 얼굴을 보이는 잘나가는 내과의사’다.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를 잘못 알고 있다. 군대 시절에 그의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그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동정 받고 싶지가 않아서, 특별한 시선을 받기 싫어서, 대학시절부터 말하지 않았고, 학교 후배인 준호의 소개로 이룸을 만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하지 않게 됐다. 스물다섯에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했는데도 신윤희는 그를 경계하고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사람은 결국 소중한 것을 모른다는 것이 신윤희의 편견이다.
어느날 한 여자가 나타났다. 맥을 짚으려 손목을 보다가, 손목에 남겨진 익숙한 상처를 발견한 그는 환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한다. ‘안아림’. 가벼운 몸살이었다. 다음날, 그녀는 약을 잃어버렸다며 처방전을 다시 받으러 온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처방전을 다시 써준다. 며칠 뒤 병원의 문을 닫고 돌아섰을 때, 어둠 속에 그녀가 서있었다. “오빠, 저 모르겠어요. 저, 인애예요. 김인애.” 같은 날에 보육원 들어와 친남매처럼 함께 붙어 지내던 인애. 여덟살에 입양이 되어갔던 인애였다. 그 인애가 ‘안아림’이라는 다른 존재가 되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숨기고 있던 자신의 그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 다 같은 그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편안했을 뿐이다. 지나간 그때처럼 아림은 그에게 의지했고, 그는 아림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다. 함께 어릴 때 자란 보육원을 가고, 헤어져 지냈던 지난날을 이야기 하며.. 그렇게 둘은 자주 만났다.
룸이 아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에 대해 물었을 때 하진은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설렜구나? 그치? 나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었던 거야, 그치?” 룸이 그렇게 말했을 때, 사실이 아니었지만 변명할 수가 없었다.
아림이 그를 남자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림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이름이 이룸이라고. 아림은 눈가가 촉촉해진 채, 대답했다. “그여자와 오빠가 불행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룸이 강태하를 만나고 있는 줄은 몰랐던 하진. 룸과 태하가 미묘한 분위기로 마주보고 있는 것을 본 하진.. 집으로 돌아온 룸은 솔직하게 말한다. “설레.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래서, 룸과 하진은 헤어질까? 아니다. 룸과 하진은 새로운 사랑을 믿기에는 깊게 정이 들었다. 서로를 싫어한 적도 없다. 아직 사랑이 남았다. 그걸 아는 두사람은 서로의 ‘이성친구’를 허락하기로 한다. “설레는 것, 딱 거기까지야.” “손은 잡을 수 있을까?” “그래, 손 까지는 허락할게.” “너, 벌써 잡은 거 아냐?” “서로에게 거짓말은 하기 없기!”
그들은 너무 치기 어렸고, 오만했고, 스스로의 마음을 너무 믿었다!
‘새로운 이성친구’라는 명목으로 서로의 설렘을 허락하자, 다른 감정들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아림과 함께 수목원을 가게 된 하진은 생각한다. ‘오늘, 룸이 강태하 만난다고 했는데...’ 아침에 룸이 몇 번이나 옷을 바꿔 입던 게 묘하게 신경 쓰인다. 두사람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역시 태하와 맛집을 찾았던 룸도 아림을 만나러 나간 하진이 신경이 쓰인다. 집으로 간 룸은 하진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게 화가 난다. 집 앞 거리를 서성이다가 아림의 차에서 내리는 하진을 발견한다. 어떤 여자일까, 그녀가 궁금해진다. ‘내 남자의 욕망’이 궁금해진 것이다. 그러나, 집에 들어가 하진을 만났을 때 룸은 자신의 내면에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는 질투를 애써 감춘다. 하진 역시 신경쓰이는 마음을 감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감정은 서서히 끓어오르며 폭발이 되는데....
강태하 / 33세, 남. 인테리어 전문업체 ‘K&Partners’ 대표.
일이든 연애든 거칠 것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남자.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돌직구 화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하게 표현한다. 섬세하기 때문에 남이 무엇에 상처 받는지 잘 안다. 그러나, 까탈스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준다, 오만하기 때문에 상처를 줄 때는 잘근잘근 일어설 수 없도록 밟아버린다, 복잡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내 후회도 하고 변명도 한다, 계산적이기 때문에 잘해준 건 반드시 생색낸다.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돌려 말하는 사람을 비겁하다 여긴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멋대로라는 말도 종종 듣고, 자뻑이라는 말도 자주 들으며, 자신감이 허세로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좋다. 승부욕, 당연히 강하다. 지고는 못산다. 냉정하게 자신이 얻어야 할 것을 얻는다. 절대로 흥분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연애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더없이 로맨틱한 남자다.
원래 꿈은 가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 대학의 전공도 목조형학과였다.
군입대를 앞두고, 전국을 도보일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고, 그 마지막 코스가 전라남도 ‘홍도’라는 섬이었다. 거기서 고등학생인 이룸을 만났다. 2박 3일 동안 룸과 함께 홍도를 여행했고, 풋사랑을 나눈다. 룸이 ‘고삐리 미성년자’인 것을 안 것은 키스를 나눈 다음날이었다. 룸이 홍도의 돌멩이를 반출하려다가 들켜 신분증을 요구받는 순간, 룸이 아직 주민등록증도 만들지 않은 미성년자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룸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학생증이었다. “니가 고삐린 줄 알았으면 난 절대 키스 같은 것 안했다고!!” 둘은 순진한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룸이 대학에 입학을 하고, 태하가 군대를 제대하는 삼년 후에 학교에서 만나자고. 그러나, 룸이 그 학교의 그 과에 입학했을 때, 태하는 어떤 이유인지 학교를 떠나고 없었다.
새로 개업하는 BAR의 인테리어를 맡게 되어 원목가구 공방을 찾던 중 룸의 회사를 발견한다. 한번도 잊어본 적 없는 이름 ‘이룸’. 룸의 가구공방 이름이 ‘레드 아일랜드’라는 것도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룸의 전시장을 직접 찾아가 룸을 만났을 때, 룸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 같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는다. 자신이 잡은 컨셉과 디자인을 보여주며 룸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 태하. 룸이 홍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려는 내숭을 떨 때마다 애써 일 이야기만 했다. 실망하고, 안달하는 그녀가 귀여웠으므로. 그러던 어느날, 공방 작업장의 햇살을 받으며 음악을 듣고 있는 룸을 보다가, 말해버리고 만다. “우리 사귈래? 사귀자. 오늘부터.” 얼어붙은 룸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한다. “오랜만이다, 고삐리 미성년자!”
그는 그때부터라고 생각했다. 룸과의 연애가.
룸은 그를 밀어내기도 했고 튕기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이 그에게 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함께 밥을 먹었고, 클라이언트 미팅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영화를 봤다. 공원을 거닐며 손을 잡았고, 자연스레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룸.. 무언가, 멈칫멈칫 하는 순간이 룸에게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에게 애인이 있었다! 그것도 함께 사는 남자라니! 동거를 하고 있었단 말이야? 양다리를 걸쳤단 말이야? 나를 속였어? 천하의 강태하를?!
안아림 / 27세, 여. 대학원생.
태오목재 ‘안태오’의 입양아.
순하다. 얌전하다. 단정하다. 순수하다. 좀처럼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법이 없다.
늦은 나이에 입양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입양이 얼마나 ‘대단한 변화’인지 몸소 경험했다. 자신의 방이 처음으로 생겼으며, 학교에서는 공주대접을 받았다. 게다가 아버지 안태오의 과잉보호까지 겹쳐 모범생으로 살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로는 초등학교 시절 아림의 고집이 쇠심줄보다 질겼다고 한다. 한번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 병원에 실려 갈 때까지 밥을 먹지 않았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림은 생각한다. ‘내 부모는 고집이 셌었나 보다..’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별명은 ‘영부인’으로 통한다. 온화한 기품이 있는 외모 때문에. 그러나, 자신은 알고 있다. 자신의 내부에는 아무도 모르는 ‘뜨거움’이 있다는 것을. 어릴 때의 그 고집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을.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성품 뒤에 태생적으로 타고난 어두움과 외로움이 뼈에 사무친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내면에서 어떤 불안과 어떤 그늘이 올라올 때마다 의문에 휩싸인다.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사람들의 피를 이어 받았을까?’
어떤 날은 꽃꽂이를 하다가, 어떤 날은 요리를 하다가, 어떤 날은 학교 친구들에게 ‘영부인’이라고 불리다가, 어떤 날은 파출부가 세탁을 잘못 맡겨 엉망으로 손상된 옷을 보다가.... 모든 것을 엎어버리고 싶은 파괴적인 충동에 휩싸인다.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자신의 내면에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은 불안과 파괴성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생부나 생모에게 그런 본성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생부는 살인자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이야기들 때문에 혼자 괴롭다. 우연히 몸살로 찾은 병원에서 남하진을 만나고, 그 만남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서, 그에게는 모든 걸 말할 수 있었다. 그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NO!’라는 말을 하게 됐다. 아버지에게 학교공부를 마치면 취직하고 싶다는 얘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직장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얘기해도 사람들이 뒤돌아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림에게 그런 남자였다. 그녀 안에 갇혀있던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끄는 남자. 자꾸 그녀를 크게 웃게 만드는 남자. 그래서 ‘김인애라는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준 남자..
당연히 남하진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에게 연인 이룸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물러날 수가 없었다. 입양 이후로 모든 걸 세상에 맞췄다. 그러나, 남하진은 세상에 양보할 수 없다. 이룸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그녀가 가질 것이다. 그의 사랑을 얻을 것이다. 팽팽하게 차오르는 욕망. 그녀는 이 사각관계 안에서 가장 뜨겁고, 단호하다. 그녀의 사랑은 한번도 지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지도 않는다. 고집으로 오로지 한 방향, 하진만 본다.
이 여자, 결코 나쁘지 않다. 룸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룸과 함께 술을 마시고 머리끄댕이 붙들고 싸우기도 하겠지만, “언니는 나쁜 년이야. 다른 사람을 만나잖아요. 나는 딱 한사람, 그사람 뿐인데. 그 남자만 나 준다면, 내 머리카락 다 뽑아도 좋아.” 라고 말하며, 룸의 머리카락를 잡았던 손을 먼저 놓는 그런 여자다. 룸의 환하고 당당한 성품이 부럽다고 말해버리기도 한다. 단지 시간의 장난으로 룸보다 뒤늦게 남하진을 사랑하게 되었을 뿐이다.
도준호 / 30세, 남. 봄봄소아과 의사
룸의 초등학교 친구. 은규의 중학교 친구. 현재 그녀들의 동거인.
친절하다. 장난끼가 많다. 룸과 은규에게 오랫동안 시달린 탓에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잘 맞춰준다. 거절을 못한다. 그러다보니 헤퍼졌다. 남들은 이런 그를 바람둥이라 부른다.
쉬운 여자가 좋다. 감성적으로 단순한 여자. 돈과 보석으로 해결되는 여자가 제일 간단하다. 자의식 강한 여자들은 연애하기 피곤하다. 감정의 밀고 당김 없이 툭툭 내뱉다 보면 어느새 침대로 가게 되는 그런 여자들이 좋은데 그런 여자야말로 흔하지 않다. 그런 여자야말로 찬양받아야 마땅할 신의 선물이다.
결혼을 왜 해? 결혼은 남자한테 여러모로 불합리한 제도다. 옛날에는 결혼을 해야 여자랑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잖아? 의무와 책임이 뒤따르는 결혼을 굳이 해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아이는 갖고 싶으니, 누군가 내 아이를 낳아줬음 좋겠다.
이 여자, 저 여자 전전하면서 가볍고 친절한 연애, 그러나 그 연애가 무거워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연애를 하던 중에, 천하에 둘도 없는 미련곰탱이 은규가 말한다. “니, 아이.. 내가 낳아줄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야, 최은규, 너 돌았어?? 그러나, 은규는 말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했다고. 너 인간 되기를 옆에서 기다렸는데, 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인간 될 거 같지 않으니까, 나도 소원 한번만 말하자. 너 닮은 애 하나, 내가 낳아서 기르면 안되겠냐?
죽어도 너하고는 안된다고, 펄쩍 펄쩍 뛰지만... 그날부터 슬슬 은규의 종아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게 가슴골이 저렇게 깊었나? 은규의 가슴 크기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저 기집애 저거 뭐야? 쇄골이 저렇게 섹시했었어?
아버지는 바람 피우다가 엄마를 떠났다. 하나 있던 형은 형수와 조카를 버리고 딴살림을 차려 나갔다. 이 놈의 집구석에 흐르는 유전자란 대대로 책임감도 의무감도 사랑의 진심도 없는 종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최은규. 너는 나같은 놈 만나면 안돼. 너만 불행해진다고!!! 제발 정신 좀 차려!!
최은규 / 30세, 여. 남자 중학교의 체육선생
친구들 사이에서 그녀의 별명은 ‘둔팅이’ ‘곰팅이’ ‘잠팅이’다.
사시사철 아래 위 깔맞춤한 브랜드 체육복을 입고 지내고, 멋을 부려봤자 청바지에 야상점퍼, 스니커즈 정도인 여자. 섹시하다기보다는 보이시하다. 태권도, 유도, 복싱, 검도. 어지간한 남자를 이겨먹는다. 굳이 여성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건강함과 소탈함으로 승부하는 스타일. 가끔 그녀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고 사귀자는 동료교사들이 있지만, 한결같이 그 고백을 못 알아듣는 척 한다. 같이 밥 먹자고 하면 맹한 얼굴로 배 안고프다고 하고, 같이 영화보자고 하면 ‘왜 영화를 나하고 봐요’ 묻는다.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취향 한번 독특하시네요.’라고 해버리고 무시한다. 그녀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남자는 바람둥이 도준호다. 왜 좋아하냐고? 준호가 묻길래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일주일 후 준호의 방문을 열어제끼고 말한다. “잘 생겼잖아.” 그 말이 얼마나 준호를 실망시켰는지 자신은 모른다. “겨우 그거야? 다시 생각해봐”라고 준호가 말해서 다시 생각했다. 다시 일주일이 흘러도 모르겠다. 준호가 기대에 찬 얼굴로 자꾸 대답을 재촉하자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그는 숫처녀인 그녀가 잠자고 싶은 최초의 남자다. 실망하는 준호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이보다 더 명확한 사랑의 증거가 어딨는데?”
둘은 결국 잔다. 자기 전에 “배란기 아니지?” 준호가 물었을 때, 절대로 배란기 아니라고 말했지만, 관계가 끝난 후, 조용히 말해준다. “나, 배란기야...” 그날 이후로 준호는 안달복달, 행여 최은규가 임신했을까 걱정되어 사후피임을 하자는 둥 난리를 친다. 그런 준호를 날려차기로 저만치 날려버리고, 코피를 흘리는 준호에게 말한다. “야, 이 나쁜 새끼야. 내가 너 인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임신하고 말거야.”
신윤희 / 여, 52세. 드라마작가, 이룸의 엄마
‘믿고 보는 신윤희’라고 매니아들이 일컬을 정도로 시청률이나 작품성에서 자신의 세계를 확보한 드라마작가. 그녀의 드라마는 따뜻하고, 착한 드라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는데 유능하다.
그러나, 현실 속의 그녀는 그녀가 쓰는 작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늙는 게 싫고, 돈이 좋고, 명품이 좋고, 사치스럽고 속물적이며 이중적이다. 쇼핑 아니면 집필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다.
드라마를 통해 절절한 모성을 그린 그녀지만, 딸 이룸에게는 이기적인 엄마다. 특히 돈에 관해서는 한푼도 계산기를 두드려 받아낸다. “피고름 짜내며 글 써서 번 돈을 내가 너하고 왜 나눠써? 스무살까지 키워주고 먹여줬음 됐지!”
이룸이 알게 모르게 수많은 연애를 거쳤다.
지금도 라디오프로그램 “배민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는 80년대의 톱가수 배민수와 연애 중이며, 그에게 라디오로 공개 청혼을 받는다. 언론은 이들의 로맨스그레이에 집중하지만 한껏 언론을 뜨겁게 달궈놓고 정작 그녀는 공개적으로 배민수의 청혼을 거절한다. 사랑하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청혼을 거절하는 기사가 나가자 배민수는 잠적하고, 아직도 그를 ‘오빠’라고 부르는 아줌마 팬들에게 신윤희는 계란도 맞고 돌도 맞는다. 독신이던 배민수를 잠적하게 만든 악녀, 10000회가 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단 한번도 펑크내지 않았던 그를 일주일째 펑크내게 만든 ‘늙은 팜므파탈!’ 그녀가 화가 난건 팜므파탈이라는 단어보다 ‘늙은’이라는 단어이다.
상처받아 잠적한 배민수를 만나 결혼이 마음에 없다고 해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구슬려 서울로 데리고 오는 신윤희. 다음날, 작업실을 찾아온 안태오를 만난다! 30년만이었다. 그는 성공해 국내 최고의 목재회사 대표로 변해있는데!!!
그녀는 미혼모다. 한번씩 딸 이룸과 싸우다가 이룸이 질 것 같으면 꼭 물고 늘어지는 게 아버지다. ‘내 아버지, 누구야?’ 그때마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영악했던 그녀는 목재상의 트럭을 몰던 배달꾼 안태오와 결혼할 수 없었다. 임신을 하자 그 사실을 숨기고, 그를 떠나 룸을 낳았다. 태오가 자신을 찾아오자 그녀는 필사적으로 룸의 존재를 숨긴다. 이미 지나간 사랑, 딸과 얽혀 일상이 복잡해지고 싶지 않다. 드라마로 쓰기도 지긋지긋한 출생의 비밀 운운하는 게 자신의 인생이 되는 것도 싫다. 그녀는 룸의 존재를 안태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태오가 그녀의 인생에서 얼른 지나가길 바란다. 그러나, 안태오와 이룸은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가구공방 대표와 목재회사로.
안태오 / 남, 57세 ‘태오목재’ 대표.
안아림의 아버지. 딸에겐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 독신으로 입양해 키운 아림을 과잉보호한다.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 아직도 남성미 출출 흐른다. 배움이 짧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젊은 시절 한 여자를 잃었다. 이윤희. 그녀가 그를 버린 이유인 ‘경제적 능력’을 갖기 위해 젊음을 다 바쳤다. 목재상의 트럭 운전사에 불과했던 그는 월급의 대부분을 주변사람들에게 사채를 주며 돈을 불렸다. 그렇게 불린 돈으로 목재상을 인수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목재회사로 키웠다.
회사가 안정이 되자, 이윤희를 찾았다. 그녀가 신윤희라는 필명의 드라마작가가 되어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진 한 장으로 그녀를 찾은지 이십년만에 언론을 통해 신윤희의 존재를 알게된다. 다름 아닌 배민수와의 스캔들. 그녀에게 딸이 있는 줄도 몰랐고, 그 딸이 자신의 딸인 줄도 몰랐으며, 일 때문에 가끔 얼굴을 보던 이룸이 그 딸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룸은 자신의 딸과 연애로 얽혀있었다.
신윤희는 배민수를 택하고, 그는 다시 신윤희에게 버림받고 혼자 남는다. 그리고, 신윤희와의 약속을 지키고 이룸에게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목재를 보러 온 룸과 한여름 등나무 그늘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었을 뿐이다.
배민수 / 남, 55 ‘배민수의 음악캠프’ DJ
한때 잘나가던 그룹의 보컬이자 기타주자였다. 현재는 ‘배민수의 음악캠프’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팝 전문 라디오 방송 진행자. 부드러운 낭만주의자.
안태오와 함께 신윤희와 연애하며 삼각관계 형성.
박우정 / 여, 55세. 최은규의 엄마. 커피숍 운영.
신윤희의 친구. 은규의 엄마.
남편과 사이좋은 잉꼬부부. 속으론 지긋지긋해 죽겠다. 결혼 생활이, 남편이, 매일 아침 집을 나올 때마다 집에서 소설 쓰는 남편을 위해 세끼의 밥을 다하고 나와야 하는 현실이. 딸 은규가 친구들과 살겠다며 비장하게 독립을 선언했을 때, 속이 시원해 얼른 내보냈다. 남편하고 아들도 제발 독립했으면 좋겠다.
은규에게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고 가르쳤다. 남자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라고.
윤희가 딸 이룸이 한집에서 같이 살던 남하진과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었다는 걸 알고 뒷목 잡고 쓰러질 때 속으로 고소해했다. 룸이 남하진 몰래 강태하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알고는 더 고소해했다. 그런데, 내 딸이 뒤통수 칠 줄이야. 최은규, 바람둥이 도준호가 좋다고? 딸아.. 그건 안돼! 제발!!!
윤수민 / 여, 48세.
신윤희의 후배. 배민수 팬클럽의 회장. 아직도 그를 ‘오빠’라 부르는 열렬팬. 연애 한번 못해보고, 상상 속에서만 배민수와 자식 일곱을 낳은 연애 쑥맥.
외국에 계신 태하의 부모를 대신해 태하의 집안 살림과 회사 살림을 봐주고 있다.
윤희 언니의 딸이 남자가 있었다고? 그 남자를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고? 오, 마이갓. 바보같이 속은 남자가 내 조카 강태하라고?! 신윤희, 딸을 도대체 어떻게 키운 거야? 게다가.. 우리 오빠랑 나 몰래 연애했었어? 게다가 우리 오빠를 잠적까지 하게 해? 이 늙은 팜므파탈아!!!!
장기원 / 남, 27세.
신윤희의 보조작가. 은규와 준호사이를 흔들어 놓는 인물.
은규는 장기원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한다. 도준호는 기절할 거 같다. 저렇게 잘생기고, 매너좋고, 멋있는 놈이 은규를 왜 좋아해? 그러나, 정작 장기원이 좋아한 사람은 준호다. 게이다. 그걸 은규만 알게 됐다. 미안한데, 은규씨.. 나랑 사귀는 척이라도 합시다. 이 진심을 도준호와 사람들에게 들켜 강제로 커밍아웃 하고 싶지 않아요.
<줄거리> ...룸, 하진, 태하, 아림의 관계만으로 압축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느 가구공방의 작업실. 햇살 쏟아지는 그곳에 쌓여있는 목재들과 아직 미완성인 가구들이 여기저기 늘려있다. 창가에서 돌아가는 커다란 환풍기.. 나무 절단기에 나무를 고정시키는 누군가의 손, 절단기가 움직이며 나무들이 잘라진다. 햇살에 반짝이는 톱밥들과 그 밑에 수북이 쌓여지는 나무 조각들.. 개성있는 장식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완성된 장식장 앞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땀을 닦으며 결과물에 만족하는 여자.. 이룸이다.
-우리 룸이 시집 보낼 거야.
신윤희는 딸 이룸을 중매시장에 내놨다며 올해 안에 시집을 보내겠다고 친구들에게 선언한다. 서른 넘기기 전에 좋은 남자 찾아 보낼 거라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신의 딸에 대해 너무 모른다.
그 시간, 룸은 남하진과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다. 은규와 준호가 함께 사는 집, 이 집은 신윤희의 집이다. 이곳에서 별다른 규칙은 없지만, ‘19금’ 이상의 애정행각은 금지. 물론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룸과 하진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신윤희는 남하진이 도준호와 마찬가지로 룸에게는 단지 친구일 뿐이라고 알고 있다. 아무리 넷이 함께 산다 해도 멀쩡한 연인사이인 룸과 하진의 동거가 쉽게 가능할 리가 없다. 룸의 완벽한 남편감을 찾는데 혈안인 윤희가 허락할 리가 없었던 것. 사실 남하진은 일반적인 스펙으로는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겠지만, 윤희 생각은 달랐다. “고아랑 미혼모의 딸이랑 만나는 게 좋은 그림이 되니?” 덮어놓고 하진을 경계하는 윤희의 속물성을 잘 알고 있는 룸과 하진은 굳이 맞서지 않는다. 싸워봐야 힘들기만 할 뿐.
하진과 룸은 전혀 헤어질 생각도 없고, 결혼이 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룸은 발칙한 생각을 하곤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어떡해? 결혼은 쉽게 되돌릴 수도 없는 건데.”
은규에겐 장난처럼 말하지만 하진에게만은 말할 수 없는 장난같은 진심이다.
따라서 윤희가 차려준 공방에 대한 빚을 갚지 못한 어느 날, 빚 대신에 선을 보라고 통보하는 윤희의 말을 거부할 수도 없게 된다. 하진의 눈치를 보는 룸에게 하진은 흔쾌히 선을 봐도 좋다고 말한다. 나같은 남자, 만나기 쉽지 않으니까. 룸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쉽게 깨질 관계, 아니잖아? 우리.
그들은 지금 이대로도 참 좋았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는 룸을 기억하지 못했다.
룸의 공방에 한남자가 나타난다.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그를 보며, 룸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한동안 잊을 수 없었던 남자, 계속 궁금했던 남자, 다시 한번쯤은 더 만나보고 싶다 생각했던 그 남자, 강태하였다. 룸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그를 올려다보고만 있었지만, 태하는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인테리어 회사의 대표로서 자신이 디자인한 컨셉에 맞춰 함께 곧 오픈할 바의 나무 가구들을 맡길 생각으로 찾아온 것이다. 개인 작업으로 겨우 공방을 유지하던 룸에게는 무리다 싶은 큰 프로젝트였지만 룸은 그 일을 맡기로 결심한다. 룸은 태하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에 실망하고 서운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야 손가락의 나무커플반지가 없어졌음을 알아차린다. 어디서 없어졌지? 혼자 되뇌이던 그 순간, 룸은 소스라치게 스스로에게 놀란다. 태하가 공방으로 걸어오던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반지를 빼냈던 것이다. 룸은 하진에게 태하를 만났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날밤 태하를 처음 만났을 때인 12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남쪽에 있는 섬, 홍도였다. 고등학교 2학년, 가출을 한 룸은 은규, 준호와 함께 무작정 목포행 기차에 몸을 싣었고, 홍도행 배를 타려던 순간 은규와 준호는 크게 다투었다. 둘의 싸움이 불편하고 지겨워진 룸은 은규의 손에서 배표를 낚아채고 먼저 배를 타지만, 홍도에 도착해서야 은규와 준호가 배에 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셋이 함께 돈을 모은 지갑은 준호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룸은 돈 한푼 없었다.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 기차에 같이 탔었던 남자, 강태하. 룸은 그와 함께 2박 3일을 여행하게 되고, 겨우 열여덟살이었던 룸은 그와 첫키스를 나누게 된다. 키스를 나눈 다음날 태하는 그녀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 실망을 하며 무시를 하지만 두사람은 삼년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여행을 끝낸다. 룸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는 유학을 떠났다, 군에 입대했다, 소문만 무성할 뿐, 룸이 졸업하기 전에 학교에서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 남자, 강태하를 다시 만난 룸.
어떻게 자신을 감쪽같이 잊을 수 있지, 자신은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애써 아는 척 하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룸. 일 때문에 만날 때면 깍듯한 존댓말을 쓰며 애써 실망을 감춘다. 그러던 어느날, 공방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음악이 너무 좋아 기계 위에 걸터앉은 룸.. 조용히 돌아가는 환풍기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는데, 입구쪽에 태하가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언제부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를 보며 태하가 말한다.
태하(그대로 시선 피하지 않고 보며) 안녕, 이룸.
룸(언제부터 저기 와 있었지?)
태하우리.. 사귈래?
룸(잘못 들었다. 알아들었다고 해도 느닷없다) 네?
태하사귀자, 오늘부터.
룸....?
태하오랜만이다. 미성년자!
그는 룸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여기 온 첫날부터. 어쩌면 처음부터 작정하고 찾아온 것일지도. (1부)
-애인이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룸.
함께 밥을 먹으며 홍도의 기억을 떠올리는 태하와 룸. 그는 한층 매력 있어졌다. 사귀자는 말에 답을 하지 못하는 룸. “답 안해도 좋아. 난 오늘부터 사귀는 거라고 생각할테니까.” 룸은 자신에게 남하진이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와 태하와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하진에게 가책을 느끼는 룸. 내일 현장을 둘러볼 땐 반드시 말해야 해! 다짐하지만, 정작 다음날이 되어 태하를 만났을 때 설레는 마음에 취해버린다. 엘리베이터에 단 둘이 남았을 때는 태하와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하고 마는 룸. 자신의 상상에 얼굴이 빨개진다. 이런 상상을 하다니! 내 속에 음란마귀가 살고 있는 거야! 그날 밤, 하진과 사랑을 나누고 샤워를 끝냈을 때 하진이 그녀에게 말한다. “너, 무슨 일이 있었지? 뜨거워졌어. 평소보다.”
룸은 결국 태하에게 하진의 존재를 말하지 못했다. 설렘, 그 느낌이 간지럽고 좋아서. 그 느낌을 계속 갖고 싶어서. 이건 바람피우는 게 아냐.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 배우에게 설레듯이, 그냥 그렇게 가벼운 느낌일 뿐이야. 결국 룸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애인이 있다는 걸 밝히고 태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게 그녀의 진심인 것이다.
-다가오는 또 한 여자..
룸은 한층 밝아졌고, 한층 사랑스러워졌다. 룸은 종종 하진을 섹시하게 도발한다. 태하 때문에 생긴 에너지인 줄도 모른 채 하진은 그런 룸에게 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그런 하진의 병원에 한 여자가 찾아온다. 여자가 진료실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무엇인가를 느끼는 하진. 여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지만, ‘안아림’이라는 모르는 이름이다. 가벼운 몸살기로 찾아온 여자의 체온을 재고, 맥박을 짚으려 손목을 잡았을 때 흉터를 보게 되는 하진. 다리미에 눌린 자국. 여자의 얼굴을 다시 올려다보는 하진의 눈이 잠깐 깊어진다. 여자는 약을 처방받고 진료실을 나가지만, 다음날 다시 진료실을 들어선다. 처방전을 잃어버렸다면서. 처방전을 다시 써주는 하진. 두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며칠 후, 병원을 닫고 문을 나서는데, 저만치 가로등 아래 그여자가 서있다. 마주보는 두사람.. 여자가 천천히 하진에게 다가온다. 하진의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이미 눈가가 젖었다. “오빠, 저 모르겠어요? 저, 인애예요. 김인애.”
보육원에서 친남매처럼 붙어 다니다가 입양을 간 인애다. 다리미 흉터를 보고 하진은 이미 알았다. 하진도 눈가가 촉촉해져 인애를 푹 감싸 안는다. 그 광경을 멀리서 하진을 마중나왔던 룸이 지켜본다. 룸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다. 그가 다른 여자를 껴안고 있다니!!! (2부)
-연인들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한집에서 함께 사는 남자다. 3년을 연애한 남자. 어젯밤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남자. 그런 남자가 낯선 한 여자와 어두운 거리에서 껴안고 있었다. 무언가 애절한 느낌을 주는 그 포옹을 룸은 잊을 수가 없다. 룸은 하진과 인애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것을 숨어서 지켜본다. 따라가볼까, 생각해봤지만 결국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이룸. 시계를 올려다본다. 세시간이 지났다. 자고 있는 준호를 흔들어 깨워 물어본다. “도준호, 모텔을 잠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몇시간이야? 너 그 방면으로 전문가잖아” 잠결에 준호는 세시간이라 말해준다. 세시간!!! 분노로 바르르 떨리는 룸. 나는 설레기만 했지, 껴안지는 않았다! 키스는 상상했어도 모텔을 가지는 않았다. 내가 맞선을 보러 나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던 남자!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기가 막히는데, 막 현관문을 들어서는 하진. 룸은 쪼르르 달려가 하진의 냄새를 맡아본다. 음침하게 노려보며 말한다. “왠지 비누냄새가 나는 것 같애. 여자 냄새도 나는 것 같고.” 그러나 하진은 평온하게 웃는다. 그 웃음에 바람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뭔가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룸.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룸. 하진에게 오늘 별 일 없었냐고 떠보지만, 하진은 별일 없어다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 “끝나고 누구 만났어?” 물어봐도 대학동기라고 간단히 대답하는 하진. 너는 대학동기하고 길거리에서 껴안냐?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려는 그말을 애써 참는 룸. 그러나, 정작 그 밤에 태하의 전화가 왔을 때는 마당으로 나가 콧소리 흥흥- 내면서 태하의 전화를 받는 이중적인 여자다.
룸은 이제 하진에게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으려한다. 그의 카톡 메시지를 보려고 애를 쓰거나, 공방에서 작업을 하다가 문득 전화해서 ‘뭐해?’ 묻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정적인게 걸렸다. 주말에 준호의 차를 빌려나간 하진. 거기서 발견된 톨게이트 영수증. 군산이라는 지방의 톨게이트였다! 하진을 추궁하는 룸. 하진은 보육원 봉사를 간 거라고 말한다. 물론 그곳에 안아림을 데려갔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 봉사를 한지 일년이 넘었다는 것만 밝힌다. 아연실색하는 룸. 왜 그런 말을 자기에게 하지 않은 거지? 하진이 어릴 적에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룸은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보육원을 들락거린 남하진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때 목격한 그여자와의 포옹도.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남하진은 도대체 왜 모든 걸 숨기지? 나는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나한테 다가오지 말아요.. 잘해주지 말라구요.
룸은 그런 하진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 태하는 둘째 치고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모르겠다. 룸의 그런 복잡한 속내를 알 리 없는 태하는 룸에게 계속 다가오고. 룸을 튕긴다고 생각한다. “너 전에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애, 아니었어?”
그런 태하에게 룸은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과 태하는 일을 같이 하는 공적인 사이이고, 자신은 태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태하는 여유있게 웃는다.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자신이 이태리로 유학 간 후 갓 입학한 룸이 얼마나 자신을 찾아 학교를 헤맸는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홍도에서 한 약속, 안 지켰다고 시위하는 거지, 너?”
하진은 아림에게 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말을 못했다는 말을 해준다. 아림은 말한다. “그러니까, 오빠랑 그분 사이.. 제가 들어갈 만한 틈은 있는 거네요?”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하진에게 아림도 가볍게 말한다. “난 오빠가 그분하고 잘 안됐으면 좋겠어요. 난 오빠가 좋으니까.”
늦은 작업을 끝내고 룸을 집에 데려다주려던 태하.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태하의 말에 한사코 동네 입구에서 내리려는 룸. 결국 차를 세우고 룸과 함께 내리는 태하. 태하는 룸에게 볼을 내밀며 차비를 달라고 말한다. 입을 맞춰 달라는 요구. 룸은 그런 태하가 귀여워져서, ‘입을 맞춰버릴까, 남하진도 바람 피우고 있잖아!’ 생각한다. 볼을 내민채 눈을 감고 있는 태하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던 룸, 태하의 어깨 저 너머로 하진을 발견을 한다. 그가 태하와 자신을 보고 있다! 놀라서 동작을 멈추는 이룸에서. (3부 엔딩)
-‘이성친구’의 기준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자신과 태하를 보고 있던 하진이 등을 돌려 걸어가는 것을 보는 룸. 태하를 서둘러 보내고 집에 달려오지만, 하진은 샤워 중이다. 어떻게 샤워를 할 수가 있지? 다른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추려 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욕실 문 앞에서 안달을 하며 하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룸. 그가 욕실을 나오자 마자, ‘미안해’라고 말해버린다. 하진은 뭐가 미안하냐 묻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따라 들어간 룸은 등을 돌려 스킨을 바르는 그의 완강한 어깨를 보며, 잘못했다고 말을 한다. 하진은 대답이 없다. 풀이 죽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던 룸은 화가 난다. 다시 발길을 돌려 하진의 방을 열어제끼는 룸. “야, 그래도 나는 껴안지는 않았다? 입도 맞추려다가 들킨 거고! 그것도 입술이 아니라 볼이었잖아!” 룸은 아림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것을 그렇게 충동적으로 말해버린다. 하진은 어릴 적에 알던 동생이고, 부모가 죽은 후 다른 집에 입양되었던 아이라고 말한다. 마음 흔들리지 않았어? 여자로 느껴지지 않아? 묻는 룸에게 그런 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하진. 두사람은 키스로 그날밤의 균열을 일단은 마무리한다.
한편, 룸이 세 번째 맞선에 실패하자 신윤희는 안달이 난다. 더군다나 문득 들른 집에서 남하진과 미묘한 분위기의 룸을 발견했다. 다시 한번 룸에게 도준호와 남하진은 안된다고 경고하는 윤희. 그런 신윤희에게 조카의 사진을 내미는 윤수민. 사진 속의 남자는 강태하다.
그 시간의 다른 공간. 룸과 태하는 마주 앉았다. 입을 맞추려고 다가오다가 도망쳐버린 룸을 떠올리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태하, 룸을 놀린다. 룸은 망설이다가 말해버린다. “사실은 나, 애인이 있어..” 믿을 수 없는 태하지만, 룸이 3년째 사귀고 있었고 태하한테 마음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며,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밝히지 못했다는 것도 말해버린다. 그러나, 자신은 남하진과의 사랑을 지키고 싶다고.
심란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태하. 그 말이 사실일까? 룸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날밤 집에 온 이모 윤수민은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나랑 친한 선배 딸이야. 시집 보내려고 엄마가 안달인데, 한번 가볍게 볼래?” 수민이 내민 것은 룸의 사진. 태하는 웃어버리고 만다. 뭐? 그동안 선을 봤었어? 그런데도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거짓말을 해?
다음날 커피숍에서 만난 태하와 룸. 마지막 맞선이라고 엄마에게 단언하고 나온 그 자리에 태하가 앉아있다 아연실색한다. 태하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결국, 너하고 나는 운명이라고!”
점심 도시락을 싸온 아림과 공원에 나간 하진은 연인 룸이 자신과 아림을 신경쓴다고 말한다. 조심스럽다고.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아림은 웃으며 말한다. “신경 쓰인다니까 좋아. 난 그분이 많이 신경쓰이거든. 나만 신경 쓰이면 손해보는 장사잖아.” 아림은 연애할 때 오빠는 어떤 남자냐고 묻는다. 자신은 룸에게 어떤 남자일까, 문득 생각하는 하진. 오늘 아침에도 선을 보러 나간다고 했는데.
쓸쓸해지는 하진의 얼굴을 보며 아림이 말한다. “오빠, 우리 놀이공원 가자. 그 뒤에 한번도 안가봤지?” 하진이 놀이공원에서 버려졌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아림.
그날밤, 어릴 때 그 순간을 꿈꾸는 하진. 식은땀을 흘리다 잠에서 깨어보니, 자기 방에서 자는 줄 알았던 룸이 곁에 와 누워있다. 가만히 룸의 얼굴을 만져보는 하진. 기척에 잠이 깨어 왜 얼굴이 젖었냐고, 악몽이라도 꾸었냐고 말갛게 묻는 룸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다. 혹시, 그여자 생각한 거야? 하고 노려보는 룸을 껴안고 다시 잠드는 하진..
하진은 놀이공원을 아림과 가기로 약속하고, 그 말을 룸에게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갈등한다. 그러나 말하지 못하는데... 룸은 믿기지 않는 핑계를 대며 외출을 한다는 하진의 핸드폰을 빼앗아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사실을 알게된다.
룸(열받아, 비꼬며) 아! 너는 어릴 때 자란 여자애, 하나도 흔들리지 않는 기집애랑 놀이공원도 가는구나? 나하고는 한번도 안갔던 놀이공원을?!!!
룸(N) 물론 이 말을 할 자격이 나한테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분노는 불길처럼 내 몸을 휩싸고 맹렬히 타올랐다!
하진그냥 놀이공원이야. 그 장소에 갈 일이 있을 뿐이고!
룸 그래서 거짓말을 하고 나가? 데이트 차림인걸 뻔히 알겠는데, 나보고 속으라고? (가까이 얼굴 대고 냄새 맡아보고) 와.. 향수까지 뿌렸어. 이 바람둥이 자식!
준호 (자다가 깨서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와보고)
은규 (화장실에서 나오며) 야, 나 똥 끊고 나왔어. 무슨 일이야?
룸 이 자식, 바람펴. 나 몰래.
은규 (믿을 수 없다) 말도 안돼.
룸 딴년이랑 소풍가려다 들켰다니까!
준호 진짜야?
하진....
룸 입뒀다 뭐해? 사실대로 안 불어? 올곧은 척은 혼자 다하면서! / 솔직히 말해. 그 여자, 여자로 안 느껴져?
하진 그냥 어릴 적에 같이 자란 동생이라니까.
룸 (준호, 은규에게) 야, 이 말이 믿겨져? 도준호 말해봐. 넌 그냥 동생이랑 소풍가니?
준호 너하구 나도 자주 갔잖아..
룸 너하구 나는 친구고.
은규 친구랑 아는 동생이랑 뭐가 달라? 소풍 정도는 가도 되지 않아?
룸 (말문이 막히지만) 아, 그럼 나도 그래도 되겠네? 나도 그 남자랑 소풍가도 되는 거야. 그치?
하진 (기막힌 그녀의 결론에..)
준호 너도 남자 있냐?
룸 좋아. 다들 앉아봐. 친구의 기준이 뭐야? 소풍은 된다고 했고. 그럼 나머지는 뭔데?
은규 ...손은 잡아도 되지 않아? 너랑 준호도 잡잖아..
룸 오케이. 손잡는 건 가능. 또?
준호 난 가끔 너한테 백허그도 한다?
룸 아.. 백허그도 되는구나? (하진을 보며, 해도 돼? 하는 얼굴로)
하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데)
룸 너두 할려구? (기막혀) 손잡는 거 이상은 절대로 안돼!
은규 영화 정도는 봐줘라.
룸 (태하와 영화 본 기억을 떠올리고) 그래.. 영화는 될 거 같애..
하진너.... 벌써 봤지?
룸 안 봤어! 오늘 당장 볼 거야!
준호 결정됐네. 영화가 되면 밥, 커피, 산책, 조깅. 같은 등급은 다 되는 거잖아?
은규 새삼스럽게 왜 따져? 세상에 반이 남자고, 반이 여잔데 아예 성이 다르면 다른 남자, 다른 여자는 만나지도 못해?
준호 위험하긴 하지.. 사실, 이성친구는 그냥 친구는 아냐!
셋 (준호를 보면)
준호 솔직히 동성하고는 달라. 아무리 친구라도 설렐 때가 있거든.
은규 (배시시, 농담처럼) 나한테 설렐 때도 있어?
준호 당연하지. 어떤 순간, 여자로 느껴지고, 설레기도 한다구. 그게 없다면 동성친구랑 이성친구랑 차이가 뭐가 있어? 설레는 게 느껴지지 않는 여자하구는 친구도 안돼. 여자들은 안 그래?
룸 .. 자신에게 다가오던 태하와의 설레는 순간을 떠올린다. 하진 역시 아림과 설레던 한 순간을 떠올린다.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는 두사람. 동시에 말한다. “그래, 설레는 것 까지 인정!”
하진을 내보내고 집에 남은 룸. 빨래를 하며, 아무래도 자기가 손해보는 장사같다. 태하에게 마침 날아오는 문자메시지. ‘지금 뭐해?’ 룸.. 하진을 떠올리고 답을 보낸다. ‘미술관에 갈려고’ 기다렸다는 듯이 태하에게 답장이 온다. ‘만나자.’
곱게 차려입고 미술관에서 태하를 기다리는 룸. 불현 듯 어떤 생각이 스친다. 전시회 티켓 두장을 핸드폰 사진으로 찍는 룸. 하진에게 보낸다. ‘나, 그 이성친구랑 미술관 왔어!’ 놀이공원에서 룸의 문자를 확인하는 하진. 그새를 못 참고 나갔다고? 내가 나왔다고 너도 나와야 했어? 약이 오르지만, ‘좋은 전시야. 잘 봐.’라고 답을 보낸다. 답을 확인하고 바르르 떠는 룸. 뭐야? 늬들은 벌써 봤어, 이 전시?
그림을 보는 내내 하진의 데이트를 상상하는 룸. 내내 신경이 쓰이고...
놀이공원에 가서도 태하와 함께 있는 룸을 생각하는 하진. 역시 룸이 신경 쓰이는데.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날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룸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하진. 룸은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다. 룸에게 오늘 즐거웠냐고 묻는 하진. 룸은 즐거웠다고 부풀려 말한다. 즐거웠냐는 질문을 하진에게 되돌려주는 룸. 하진도 즐거웠다고 말한다. 뒤돌아서는 하진에게 칫솔을 던져버리는 룸. 하진의 등을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칫솔. 하진도 화를 감추지 못하고 폭발한다. “너, 지금 나한테 이걸 던졌어?” 하진도 룸에게 칫솔을 던져버린다. 나쁜 자식. / 니가 더 나빠!!!
룸(N)3년 2개월의 연애... 가끔 싸우기도 했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던지며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다. (4부 엔딩!)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 욕실로 향하던 준호는 폭탄이 되어있는 거실을 보고 깜짝 놀란다. 뒤이어 방에서 나오던 은규에게 말한다. “은규야, 집에 도둑 들었나봐.”
은규의 시선으로 재현되는 지난밤. 은규는 물을 마시려 주방을 가던 참이었다. 룸이 칫솔을 던지자. 그 칫솔을 주워 남하진이 다시 던져버린다. 화가 난 룸이 비누통을 던진다. 남하진이 다시 던진다. 이번엔 룸이 샴푸통을 던진다. 남하진이 샴푸통을 되돌려 줄 사이도 없이 욕실에서 마구 마구 날라오는 물품들.
은규 스펙타클 했어. 걔들 그렇게 싸운 거 첨이지..?
준호 왜 안 말렸어?
은규 얼마나 재밌었는데, 그걸 말려?
하진이 잠옷차림으로 거울을 보고 있다. 눈가가 시퍼렇다. 이런 눈으로 오늘 환자를 어떻게 보나, 한숨이 나온다.
룸도 거울을 보고 있다.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다. “또라이 같은 놈. 인격자인 척 한 건 다 연기였어! 완전 속았어!”
아침 식탁에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두사람을 보고 준호와 은규는 기가 막힌다..
준호갈라서. 헤어져.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은규 (룸에게) 넌 어떻게 남선생을 이모양으로 만드냐?
룸 (이마를 까서 보이고) 내 이마, 안 보여?
하진 먼저 시작한 건 너야!
룸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누르고 보는데)
준호 헤어지라니까!
룸,준호 (동시에 준호 노려보고)
준호 (시선 피하며) 헤어질 생각 없으면 계속 사귀든가...
그들은 아직, 헤어질 생각까지는 해보지 않았다.. 들끓는 마음을 삭히며 룸의 앞에 물을 따라놓는 하진. 말없이 그 물을 마시는 룸..
아침 식탁을 채 치우기도 전에 엄마 신윤희가 들어선다. “너, 선 봤던 수민이 조카랑 잘 되어 간다면서? 어제 영화 봤다던데 사실이니?” 모두 굳어서 룸을 본다. 딸꾹질을 하는 룸.. 엄마는 그렇게 남하진과 나 사이에 기름을 부었다..
-너, 이제 그사람 만나지 마!
출근해 작업실의 라디오를 켜자마자 하진으로부터 날아오는 문자 메시지. ‘선 본 남자였어? 그 남자가?’ 약이 오른 룸도 답을 보낸다. ‘엄마 말 들었지? 잘 나가는 인테리어 회사 대표!’ 둘 다 마음이 심란하고 괴롭다. 룸은 앞치마를 풀고 하진의 병원으로 간다. 병원 건물의 옥상에서 다시 다투는 두사람. 날선 말로 서로를 상처주고, 돌아선다. 집에 돌아와서도 냉랭한 두사람 때문에 은규와 준호는 눈치만 본다.
고민 끝에 하진은 아림의 학교로 찾아간다. 아림은 하진이 학교로 찾아온 것이 좋다. 함께 캠퍼스의 잔디밭에 앉아 햄버거를 나눠먹는 둘. 갈등 끝에 하진은 말한다.
하진 인애야, 이제 나 찾아오지마. 전화해도 안 받을 거야.
아림 (아까부터 신경 쓰였다.) 눈은 왜 그래?
하진 ....
아림 여자친구랑 다퉜어? 맞았어?
하진 어쨌든, 찾아 오지마. 안 만나는 게 좋겠어. 여러모로.
아림 (한참 보다가) 알았어. 오지 말래는데. 가지 말아야지... 이렇게 맨날 거절당하고, 밀어내는데, 나도 자존심이 있어.. 안 가. 전화도 안 할테니까 얼굴 풀어.
그 시간, 다른 공간. 룸도 태하와 같이 있다. 룸의 이마를 보고 왜 다쳤냐고 묻는 태하. 룸은 나무를 만지다가 다쳤다고 말한다. 작업을 하다보면 흔히 있는 일이고, 별 거 아닌 상처라고. “반창고 떼봐. 내가 좀 봐야겠어?” 룸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태하. 그런 태하를 보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룸. 약통을 들고 룸의 작업실로 향했던 하진은 그런 태하와 룸을 보고, 마음이 더없이 아파진다.
집에 돌아온 남하진은 약통을 들고 내내 룸을 기다린다. 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거실로 나가는 하진. “내 방으로 잠깐 와.”
하진(룸이 뒤따라 들어서면, 의자 가리키고) 거기 앉아.
룸 (앉고)
하진 (약통 가져오며 앉고) 상처 좀 보자. (이마에 손 갖다대려면)
룸 (그 손 탁 쳐내고) 됐어. 약 발랐어.
하진 (익히 알고 있지만) 누가? 직접?
룸 남자친구사람이 발라줬다. 왜?
하진 (흘기다가 기어이 머리 잡고) 가만 있어봐. (반창고 떼어내고) 연고만 겨우 발라놨네. 소독이나 하구 발랐냐? / 이런 건 전문가한테 맡겨야지, 아무한테나 막 맡기면 안된다니까.
룸 왜 다쳤는지나 물어봐 줄래?
하진 바람피우다 남자친구한테 맞았겠지.
룸 (하진을 흘기지만.. 마음이 풀어진다)
하진 (약 바르며) 나.. 걔, 다시는 안 만날 거야. 그러니까, 너도 만나지 마.
룸 .....
하진 대답 안해?
룸 .....
그런 두사람에서 (5부 엔딩!)
-그리움이 깊어간다.
룸과 하진은 아림과 태하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림은 하진을 찾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하지 않았다. 예약환자 대기자 명단에서 아림의 이름을 발견하는 하진. 밖에서 대기 중이던 아림은 대기실에 놓인 몇몇 의자들에 대해 묻는 환자들을 본다. 간호사가 ‘우리 선생님 여자 친구가 만든 의자예요. 개업 선물이예요.’라는 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림. 룸의 공방 전화번호를 묻는 환자들이 나가고 나자, 데스크에 다가가 물어본다. 나도 저 의자 사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살 수 있죠?
한편, 대기자 명단에서 아림의 차례가 온다. 그러나 정작 아림은 진료실을 들어오지 않는다. 밖의 안내데스크에서는 ‘기다리다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하진은 밖으로 뛰쳐나간다. 저만치서 걸어가고 있는 아림. 안타깝지만, 하진은 아림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그대로 진료실로 돌아온다.
한편, 룸 역시 하진과의 약속을 지키려 애쓴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 룸. 전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작업실에서 나무만 다듬고 있을 뿐이다. 전시장에 붙어있는 CLOSE라는 글씨를 보는 태하. 무슨 일인가 있구나, 걱정스럽고. 밖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리는 태하의 목소리를 듣는 룸. 음악의 볼륨을 높이며 애써 괴로운 마음을 떨쳐낸다. 핸드폰을 켜니, 주루룩 쏟아지는 태하의 문자. 이룸은 잠깐 눈물에 젖지만, ‘아파요. 목재 샘플 주문해놨으니, 들어오면 현장으로 갈게.’라는 짧은 문자를 보낸다. 밖에서 들려오던 태하의 소리가 사라지자 밖을 나와보는 룸. 저멀리 태하가 걸어가고 있다. 그 순간, 한여자가 다가와 말한다. “여기가 레드 아일랜드 맞죠? 의자를 좀 보고 싶은데..” 아림이다. 언뜻 어둠 속에서 아림의 얼굴을 봤기 때문에 아림을 기억하지 못하는 룸. 룸은 아림이 단순한 손님인 줄 알고, 전시장을 안내한다. 가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림. 세세하게 룸을 관찰하는 아림이다.. 서툰 스케치로 이런 의자를 제작 할 수 있냐고 묻는 아림.
며칠 후, 룸은 아림이 주문한 의자를 배달한다. 아림의 집을 방문한 룸. 아림의 아버지인 태오목재의 대표 안태오를 보고 깜짝 놀란다. 이런 인연이 있다니! 평소 목재회사에 들릴 때마다 인사를 나누다가 친해져서 ‘아저씨’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던 것. 룸이 의자 배달을 마치고 돌아간 후, 태오는 룸을 ‘밝고 환한 아가씨’라고 표현한다. 그 말에 가슴이 아파지는 아림.
다시, 하진의 병원을 찾은 아림. 자신의 차례가 오자 진료실을 들어선다. 아림을 보고 특별히 아는 척을 하지 않는 하진. 열도 없고, 맥박도 정상이라면서 약이 필요없겠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아림나는 아파. 정말 아파.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 오빠가 보고싶어 아프고, 자꾸 생각나서 아프고, 그리고... 그 여자가 너무 예쁜게... 아파..
한편, 룸이 아프다는 말이 걱정되는 태하. 전화도 받지 않는 룸이 걱정되어, 이모 수민을 통해 룸의 집을 알아내고, 룸의 집을 방문한다. 룸의 집 벨을 누르는 태하.
태하가 룸의 집을 방문한 그 시간, 하진은 다행히 집에 없다. 룸은 급작스런 태하의 방문에 당황하고, 집을 방문한 태하를 알아보는 은규와 준호. 그남자다. 홍도의 그 남자. 은규와 준호는 룸의 감정이 하진이 염려하는 그 이상임을 짐작하며 걱정이 된다.
태하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몸이 많이 약하네? / 요즘은 자주 웃지도 않고. 난 네가 많이 웃었으면 좋겠는데.
집으로 돌아오던 하진은 태하의 차가 서있는 것을 본다. 언젠가 차를 세워놓고 룸에게 볼을 내밀고 있던 그 남자의 차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나와 마당을 걸어나오는 남자, 그때의 그 남자다. 하진을 지나쳐 차에 올라타고 가는 태하. 집으로 들어서는 하진. 마침 욕실에서 꽃을 병에 담아 나오던 룸을 맞닥트린다. 말없이 성큼성큼 다가가 그 꽃병을 휙 던져버리는 하진, 박살이 나는 꽃병에서. (6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