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리뷰

MBC 투깝스

by iamasiam 2020. 4. 30.

셀링포인트 갑
캐릭터 갑
구성력 슈퍼갑


- ‘드라마는 재밌어야 한다’라는 원칙아래 짜여진 훌륭한 상품. 상품으로써 스스로를 치장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 첫 편성작이라고 하기에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뛰어난 기획력과 과감한 필법은 최근 가장 화제인 백미경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백작가의 ‘굳세어라 도봉순’의 성공요인과 매우 유사한데, 1)참신한 캐릭터, 2)찰떡같은 캐릭터간의 케미,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는 ‘서로가 원수인 형사와 사기꾼의 한 몸 두 영혼 수사극’ 이라는 3)섹시한 로그라인이 그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1부 첫 영혼 change, 2부 수창 영혼 out, 3부 첫 공조 시작, 4부 과거 악연 첫 자각, 5부 로맨스 시작 등 작품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긴장감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엔딩이 매우 돋보인다. 다음 회를 봐야할 이유가 정통 장르물이나 막장 연속극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 코미디 톤의 액션수사극의 한계를 구성적 매력으로 뛰어나게 커버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 같은 공감대와 카타르시스가 부족


-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기존 작품과 차별화하려는 강박이 보이지 않음은 다행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성과 감정적 끈끈함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사실 품위 있는 그녀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 늘 봐왔던 것 같은 기획과 초반부의 촌스럽다가 기괴하다가를 반복하는 대본은 실망스러웠다. 특유의 독특한 캐릭터와 비트는 재미, 좋은 엔딩은 여전했지만 한 회에 몇 씬만 그럴듯하게 써놓고 나머지는 대충 이어붙이기 한 듯한 초반 방송 탓에 업계에서도 ‘이번엔 안 터지겠구나’ 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며 뒤틀린 인간들이 우아함을 벗어던지고 욕망의 폭주전차에 불을 당겼고. 시청자들이 그 열차에 동승하며 품녀는 터졌다. 등장인물들의 질투, 열등감, 수치스러움 등 배워서 더 상스러운 그녀들의 오욕칠정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청자들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1그램의 ‘고급스러움’과 어차피 ‘욕하는 맛에 본다‘는 99그램의 익숙함이 낳은, 한국 드라마 특유의 ‘고급 막장극’이 탄생한 것이다. 품녀가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는 기획과 구성도 중요하지만, 심지어 기획과 구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감정적 소구, 공감과 카타르시스가 훨씬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공감할 만한 지점, 감정적으로 시청자가 끌어오를만한 지점이 약하다. 톤앤 매너를 감안하더라도 시놉상으로도 특별히 발전할 지점이 보이지 않아 이후 대본에서도 불안요소로 남는다. 인물들이 각자 미스터리, 과거사, 아픔과 슬픔을 각각 갖고 있지만, 모두 가까운 감정이라기보단 일반시청자들에게는 ‘먼 감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원수!’라는 감정이 격렬하긴 하지만, ‘내 남편 내놔!!!’가 더 공감되고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국 시청자의 특성이다. 감정 자체가 먼 감정이라면 표현이라도 친절해야 하는데, 초반 대본은 감정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표현도 뭉뚱그려져 있어, 인물들이 ‘이러이러 해서 슬프구나’ 하는 머리로의 이해는 되는데, ‘함께 울어주고 싶다’는 감정적 공감의 수준까지 가지 못한다. 초반이라 이해는 하지만, 이후에도 인물들이 ‘장치적 감정’만 보여준다면 폭발적 공감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계륵같은 여주인공, 그녀의 5회

- 이 작품이 기획과 구성, 즉 ‘머리로 쓴’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가슴으로 써야할’ 부분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것의 가장 명백한 지점이 여주인공 ‘지안’의 캐릭터이다. 특별히 여주인공이 필요해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그녀는, 모든 씬에서 거치적거리고 방해만 한다. 감정선 없이 뜬금포로 심쿵하고 뜬금포로 썸타고 혼자 열혈 기자였다가 열혈 시민이었다가 무개념 ‘그냥 여자’ 였다가를 반복하는데, 여성시청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과언할 수 있는 민폐형 무공감 캐릭터다. 이 여자가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슬픈지, 어디가 외로운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누굴 사랑하는 지도 궁금하지 않다.


- 특히 5회에서 멜로로 끝나는 지점은 대본을 보다 처음으로 실소한 지점이었다. 여주인공의 감정에 전혀 이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시청자가 보기엔 아직 그렇게까지 멋있지 않은’ 남자주인공이 훅 들이대면 바로 넘어가는, 아니 알고보니 이미 넘어가 있었던 강아지풀 같이 가벼운 지안의 급고백은 황당하기 까지 하다. 


- 여주의 뜬금 속내 고백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한 번도 여주의 심리를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고, 다루려고 했던 씬은 대부분 실패했으며 (특히 5회) 저 남자 헷갈린다는 등 지나가는 지문으로 나왔을 뿐 아무런 멜로적 진정성이 없었던 여주가 느닷없이 ‘이 순간 목숨을 걸었다’라는 건 인물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한 마디다. 이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의심되는 수준의 대목인데, 남주 특히 수창에게 느껴지는 강렬한 연민의 반의 반 만큼이라도 여주 지안에게 있다면 이렇게 쉽게 엔딩을 위해 감정을 끌어당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누구?


- 이 문제에 이어, 남주 둘의 분량 배분 및 집중의 문제도 따라온다. 차동탁 형사가 주인공인 것처럼 시놉에도, 캐스팅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정작 동탁보다 수창이 훨씬 눈에 띈다. 수창은 귀엽고 불쌍하고 (봉숙을 챙긴다는 면에서) 인간적이기까지 한데, 동탁은 가끔 (조정석이 정말 잘할 것 같은) 웃통 연기로 웃음을 주긴 하지만 거의 후까시 잡는 데 치중 되어있는 캐릭터라 특별한 진정성, ‘내 남자 느낌(?)’을 느끼기가 어렵다. 외로워보이지만, 수창보다는 덜 외로워보이고, 사랑스럽지만 수창보다 덜 사랑스럽다. 게다가 남주의 특권인 ‘전사’도 형사동료의 죽음이 ‘피고인’의 지성의 가족 살해 만큼 격렬하지는 않기 때문에 회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동탁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떨어질 것이다. 5회에서 이미 이야기의 관심이 다소 수창-지안에게로 옮겨지는 현상으로써 이야기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 아무리 수창, 지안도 주연이고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조정석 때문에’ 보거나, ‘조정석 때문에’ 보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현 5회 엔딩으로 그대로 간다면 동탁(수)가 아니라 동탁 본인이 영혼이든 무슨 내재적 울림이든간에 지안의 그 대사를 들어야만 한다. 동탁이 지안을 좋아하는 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동탁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멜로를 하더라도 동탁이 해야하고,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동탁이 해야 하고, 성장을 하더라도 동탁이 해야 하기 때문에 수창과 지안의 멜로씬에도 동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말하자면, 엔딩에 동탁이 빠질 수는 없다. 수창이 빙의된 조정석의 얼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가 따라가야 할 ‘동탁의 감정선’이 끊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5부뿐 아니라 여러 회에서 수창의 감정을 따라가고, 수창에 의해 엔딩이 결정된다. 이 작품은 차동탁이 이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고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집중되어야 한다. 수창과 지안의 성장은 어디까지나 그 다음일 뿐이다.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백의 신부 2017  (0) 2020.05.02
MBC 로봇이 아니야  (0) 2020.04.30
반지의 제왕  (0) 2020.02.26
공동경비구역 JSA  (0) 2020.02.26
화씨 9/11  (0) 2020.02.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