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등급: 15세 이상 시청가능
방송 시간: 수요일, 목요일 밤 09:55 ~ 11:05
방송 기간: 2009년 6월 11일 ~ 2009년 7월 30일
방송 횟수: 16부작
연출: 이윤정
극본: 이정아, 오수진
출연자: 이정재, 민효린, 이하나, 이선균, 윤계상, 송중기 外
등장인물
<빙상장>
1.이하루(18세): 천진난만함과 세상을 달관한 듯한 어른스러움을 지닌 소녀.
6살 때 어머니가 재혼을 한 후 새아버지와 오빠 해윤의 사랑을 받으며 응석받이로 자랐다. 13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부상을 당했고 오빠 해윤과 헤어져 친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천성이 밝고 낙천적이라 부모님을 여읜 고통과 상처는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산다. 들추어내봤자 되돌릴 수도 없고 힘들기만 할 뿐이라고 씩씩한 척하지만 아픔은 가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는 것, 실수하는 것, 다른 사람 얘기 못 알아드는 것 등을 싫어해서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한다. 하지만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 탓에 금방 들통이 나버린다. 대체로 무던한 편인데 머리밴드는 꼭 검정색, 계란프라이는 반드시 반숙 같이 까탈을 부릴 때가 있다.
① 직업 - 피겨스케이트 선수.
새아버지는 하루가 예쁜 옷을 입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발레와 피겨스케이트를 배웠다. 엄마는 하루가 글을 잘 읽지 못한다(난독증)는 걸 알고부터 더욱 피겨스케이트에 열을 올렸다. 스케이트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재미있기도 하며 칭찬을 들어서 좋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겨 무척 열심히 했고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부상을 당한 뒤에는 스케이트가 유일한 친구이자 안식처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리란 꿈같은 건 없다. 눈앞에 닥친 점프를 해내고 싶을 뿐.
② 가족 - 아버지와 남코치랑 살다가 예전에 함께 살았던 오빠 해윤의 집으로 가게 됐다. 헌데 알고 봤더니 거긴 해윤 뿐만 아니라 활과 현태까지 살고 있다. 졸지에 세 남자와 동거하게 생겼다.
③ 사랑 - 오빠, 그리고 아내가 있는 남자 활.
5년 만에 재회한 해윤 오빠를 본 순간 자상하고 늠름한 모습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지금까지 이렇게 멋있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빠에겐 상희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골키퍼 있다고 내 사랑이 멈출쏘냐. 근데 오빠의 친구 신활이 도와주겠단다. 신활은 까칠하고 못돼먹었지만 능력 좋고 사람 맘 꿰뚫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아저씨다. 해윤 오빠의 맘을 얻으려고 손을 잡았는데 점점 이 아저씨가 좋아진다. 꼬맹이라고 여자 취급도 않고 쌀쌀맞게만 구는데 이상하게도 그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2. 최수인(26세) : 자기중심적이면서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닌 여자.
평소엔 마냥 밝고 웃음이 많은 사랑스러운 여자다. 하지만 일에서는 꼼꼼하고 엄격하며 집념으로 몰아붙이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지런하고 절제된 생활이 몸에 배있어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승부의 세계에선 자신만이 감당해야 할 고지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또 몇 번의 고지에서 좌절하거나 뚫고 나온 경험이 있기에 강한 끈기와 고집도 가지고 있다. 일과 관련되지 않은 생활에선 어수룩하달 정도로 빈틈이 많다.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은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이나 마음은 잘 간파하지 못한다. 기분파라 충동적으로 행동하다가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미적인 센스가 있고 길치에 기계치다.
① 직업 - 피겨스케이트 코치.
12살 때 피겨유학을 떠나 캐나다에서 대표선수 활동을 했으며 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1위의 기록도 가지고 있다. 21살 때 은퇴를 하고 토론토 피겨클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안무코치로 활동. 어머니의 병환으로 귀국했다가 하루의 코치가 된다.
② 가족 - 병환 중인 어머니와 별거중인 남편 활.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의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했지만 어머니는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의사가 없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한몸 같았던 어머니, 그만큼 애증도 깊은 어머니가 죽어가는 걸 보는 건 너무도 힘들고 무섭다. 남편 활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는 아직도 그녀를 용서할 맘이 없는 것 같다.
③ 사랑 - 남편 활과 그의 친구 장현태.
캐나다에서 만난 활은 남자다우면서도 로맨틱해서 단박에 맘을 사로잡았다. 황홀한 연애는 자연히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결혼은 현실이었다. 남편에게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랬던 걸까. 결혼생활은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외로웠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캐나다인 남자코치의 유혹에 빠져든 것이다. 물론 그가 좋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과 헤어질 생각은 없다. 남편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의 친구 장현태가 자꾸만 내 맘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요즈음 나는 운전을 하다가 문득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도 모르게 장현태를 떠올리고 있으니.
3. 지풍호(21세) : 남자다움과 싱그러운 미소를 지닌 청년.
부드럽거나 자상하진 않지만 툭툭 건네는 말 한마디나, 손짓 한 번으로 상대에게 큰 격려와 위안을 준다. 덕분에 주변의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친구처럼 잘 지내는 편이다. 운동을 할 때는 요령 부리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와 기꺼이 맞장을 뜨는 용기와 고집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이 해야할 일은 미루지 않고 따박따박 해나간다. 남자답고 터프해서 감정 표현이 투박하고 서툴다. 특히 하루 앞에선 수줍음이 많아 제대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한 방의 진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① 직업 - 쇼트트랙 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
빙상운동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스케이트를 배우게 됐고 중학교 때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가대표로 발탁, 동계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딴 경력도 있는 유명한 선수다. 특히 체력이 좋아서 막판 스퍼트에 탁월하다.
② 가족 - 평범한 어머니, 하키 선수였던 아버지,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다
은퇴한 형이 있다.
③ 사랑 - 첫사랑 하루.
일제히 쪽진 머리에 고만고만한 키, 마른 체격을 가진 피겨스케이트 선수들이야 숱하게 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이하루, 그렇게 이쁜 것도 아닌데 첫눈에 넋을 잃어버렸다. 어떨 때 보면 참 엉뚱하고 이상한 아이다. 엉뚱하다 못해 바보 같은데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이 꼬맹이가 저보다 16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사랑한단다. 제발, 날 좀 봐줄 순 없겠니.
<광고대행사 ‘고려기획’>
1. 신 활(34세) : ‘일하는 남자가 아름답다’의 표본이며 쿨하다.
명석한 두뇌에 세련된 외모와 열정, 남성다움, 저돌적인 행동력까지 갖춘 남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지는 것 못 참고, 이기기 위해선 법, 도덕, 질서, 위아래도 없다. 자신과 타인의 장단점을 잘 꿰며 냉정하게 평가하고 말하는 독설가다. 때문에 인간관계는 꽝. 유연한 인간관계에 서툴러서 주위 사람들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입힌다. 에둘러서 사과하거나 은근슬쩍 눙치고 지나가려다가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마음 깊은 곳에는 타인에 대한 수줍음과 열등감, 인정받고 주목 받고 싶은 아이 같음도 가지고 있다.
① 직업 - 광고대행사 ‘고려기획’의 A.E.(account executive)
거침없는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감성으로 광고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리젠터며 전략가다. 최고의 광고인이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일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단히 연구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자존심과 독단이 강해서 동료들과 트러블을 자주 일으킨다.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나와 독립대행사 ‘본드 팩토리’의 대표가 된다.
② 가족 - 재벌인 아버지와 4.5번째 부인쯤 되는 어머니가 있지만 실제 그
의 가족은 친구인 해윤, 현태, 그리고 하루다. 의식주에서부터 사사건건 부딪치는 친구들과,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만 신경이 가는 하루를 돌보면서 가족의 끈끈한 정 같은 걸 알아간다.
③ 사랑 -세상에서 가장 긴 거리는 머리와 가슴의 거리다.
사랑한 아내 수인의 배신에 상처를 받았고 화가 났다. 끝이라고 생각했건만 용서를 구하는 수인을 뿌리칠 수가 없다. 맘속에는 부정할수록 커져가는 존재 하루가 있다.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인 꼬맹이, 게다가 친구의 동생이다. 사회통념에 갇히고 싶지도 않고 별로 도덕적인 인간도 못 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헌데 아무리 맘의 빗장을 걸어도 꼬맹이가 자꾸만 밀고 들어온다. 짚더미를 안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인 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의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슴이 뛴다. 마치 첫사랑을 앓는 소년처럼...
2. 조해윤(34세) : 고지식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지닌 남자.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여린 성품이라 배려심 많고 겸손하며 예의바르다. 자신만의 미적 감각과 독특한 취향을 지녔지만 필요하다면 타협할 줄도 아는 남자다. 마초 같은 기질이 있어서 화가 나면 인사불성 폭력적이 되기도 하는데, 삐치면 뒤끝을 보이는 소심함도 가지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 불편하거나 어색하게 지내는 걸 보지 못해서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애쓰는 편이다. 현실적이지만 경제관념이 희박해 씀씀이가 헤프고, 패션과 소품에 관심이 많다. 자신감 넘치는 활에게 오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① 직업 - 광고대행사 ‘고려기획’의 C.D.(Creative director)
아트 출신으로 유능하고 인정받는 크리에이터다. 소비자 인사이트, 감성 소구 강한 광고로 스타 CD의 반열에 올랐고, 일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불편한 관계를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 팀원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활의 꼬임과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해보고자 하는 욕심에 ‘본드 팩토리’의 일원이 된다.
② 가족 - 아버지는 하루의 어머니와 재혼했지만 교통사고로 사망. 친어머니
와 누나가 있는데 가끔씩 해윤에게 경제적인 타격을 입힌다. 현재는 같이 살고 있는 친구 활과 현태, 그리고 여동생 하루가 가족이다.
③ 사랑 - 첫사랑 상희, 그리고 하루.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가 강상희다. 하지만 그녀는 활에게 관심이 있었다. 용기 내 대시했건만 보기 좋게 퇴짜를 당했고 그로부터 죽 친구로 지내왔다. 친구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맘으로 그 선을 넘는다고 뭐 대수냐. 때때로 혼자 연인이 되기도 했었나 보다. 그런 그녀와 뜻밖의 하룻밤을 보내고 우린 연인이 되었다. 하늘로 솟아오를 만큼 기뻤건만 뭔가 계속 삐걱대기 시작한다.
비록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하루는 동생이다. 하루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만 해도 허허 웃어 넘겼다. 남자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오빠로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망할 녀석 활이 하루를 대하는 게 심상치가 않다. 둘을 떼놓으려고 나섰는데 기분이 점점 이상해진다. 이 질투는 대체 뭐란 말인가!
3. 장현태(34세) : 헐렁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속이 깊은 남자.
이래도 좋아, 저래도 좋아, 사람 좋음의 대표 같은 성격에 아무 옷이나 척 걸쳐도 태가 나는 절세미모의 소유자. 분위기 메이커에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대단한 노력가에 콤플렉스 투성이다. 뛰어난 카피라이터에다 기계를 고치는데도 비상한 재주가 있다. 사람과 사물에 대해 뛰어난 직관력을 가지고 있어 이해의 폭이 넓고 깊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은 잘 드러내지 않고 혼자 결단을 내리고 헤쳐 나간다. 아무 데서나 잘 먹고 잘 잔다.
① 직업 - 광고대행사 ‘고려기획’의 C.W.(Copywriter)
7년차 카피라이터로 주로 제과와 식료품의 광고를 해왔다. 전국민이 아는 CM송 한두 개 정도의 히트작을 가지고 있지만 통신광고나 기업PR 같은 대형 캠페인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카피를 쓰고 싶은 마음에 활의 독립을 부추기고 ‘본드 팩토리’의 일원이 된다.
② 가족 - 부모님, 2명의 형과 누나, 남동생이 있다. 과일 도매상을 하시는
부모님에 형제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평범한 사람들. 유독 공부를 잘한 현태가 이상한 취급을 받았을 정도다. 대학 때 자취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죽 혼자 살다가 현재로는 활, 해윤, 하루와 함께 살고 있다.
③ 사랑 - 친구의 아내 수인.
첫눈에 반했다고 할까. 길거리를 지나치다가도 그저 호감이 가고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치한 취급을 받더라도 뒤를 밟아 눈 한 번 마주치고 싶은 여자. 수인은 그런 여자였다.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웃고 다투고 그렇게 그녀를 내 안에 담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말한다. 자신은 신활의 아내라고. 빌어먹을!
4. 강상희(33세) : 자유분방한 예스 우먼.
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있어도 금방 눈에 띄는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사교성이 좋다.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기분을 맞춰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본능적으로 뛰어들어 도와준다. 자신의 감정은 잘 표현하지 않지만 감정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데 주저함이 없다.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며 난관에 부딪쳐도 잘 이겨내는 편이고 포기도 빠르다.
① 직업 - 광고대행사 ‘고려기획’의 A.E.(Account executive)
성격에 맞게 광고주와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일을 잘하긴 보단 인간관계 좋은 걸로 버티고 있다. 단정하고 깍듯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술을 좋아하는 탓에 광고주와 선배에게 찍혀 곤란을 겪는다. 회사생활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사표를 내고 나와 ‘2번 창고’라는 술집의 사장이 된다.
③ 가족 -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지만 대학 졸업 후에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 집안의 분위기가 ‘제 할 일은 제가 알아서, 네 인생은 너의 것’으로 자유롭게 두며 별로 간섭을 않는다.
④ 사랑 - 사랑과 우정사이.
고등학교 땐 신활을 좋아했고 잠깐 사귀기도 했다. 호감 반에 호기심 반으로 연인이 되었지만 해윤과 현태가 늘 끼어 있어서 둘만의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각자 한눈을 팔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시 친구가 됐다. 활이 워낙 멋있는 녀석이라 지금도 문득 설레기도 하고 다시 사겨볼까 싶기도 하다.
해윤은 참 좋은 친구인데 확 끌리지는 않는다. 고등학교 때 처음 대시를 받았을 때도 그랬고 친구로 지낸 17년 동안에도 그랬다. 그런데 왜 자버렸을까?
줄거리
1. 트리플 악셀(Triple Axel)-기회
얼음 언 저수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하루. 집중해 점프하는 순간 아버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루야!” 꽈당! 스케이트구두의 끈을 푸는데 친구들이 다가와 낼모레 기말시험이라고 전한다. 시험은 봐야 진학이 가능하다고, 근데 니가 정말 스케이트 선수냐고 묻는다. 이리저리 말을 둘러대는 하루, 그때 아버지가 재촉이다. 하루는 스케이트화를 신은 채 도망치듯 집으로 간다. 마당에는 아버지가 민박 손님들에게 줄 매운탕을 끓여 큰 쟁반에 담고 있다. 하루는 아버지 눈치를 보다가 말한다.
“당분간 좀 바빠 내가. 그니까 찾지 마. 대회에 나갈라구 그래. 전국대회.”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국으로 있다가 민박집이나 물려받으라고 한다. 아버지가 원망스런 하루는 쟁반을 들고 저수지로 나간다. 저수지에는 얼음에 구멍을 뚫고 빙어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들이 있다. 하루는 쟁반을 든 채로 스케이트를 타며 그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다. 고기를 담은 망태 주위로 원을 그리며 능숙하게 돌아가고, 얼음 구멍에 빠질 듯 하다가 아슬아슬 급정거해서 구덩이 속의 물고기들에게 얼음셔벗을 듬뿍 선사한다. 하루의 스케이트 솜씨에 손님들은 감탄을 하지만, 하루는 온통 대회에 출전할 생각뿐이다. 그런 하루를 착잡하게 보던 아버지는 통증을 느끼고 찬장에서 약을 꺼내 먹는다.
우리나라 최고의 광고대행사 고려기획 광고 B팀의 작업실. 활은 연일의 야근으로 초췌한 직원들을 독려하며 보드 작업을 감독하고 있다. 광고를 위해선 왕국장의 지시도 무시하고 제작비의 초과 투자, 부하직원들의 불평도 상관치 않고 밀고나가는 활이다. 활은 자신감 넘치다 못해 오만하다. 자신은 최고의 CD이며 자신의 팀원들도 그래야 하며 자신을 따르면 최고가 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광고B팀에는 왕국장이 이뻐라하는 00그룹 회장 딸이 말단 사원으로 들어와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국장은 그녀를 챙기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희롱한다. 6개월 전 주니어시디로 입사한 활 역시 낙하산으로 씹히고 있긴 마찬가지다. ppm에서 돌아온 해윤은 광고주의 번복요구에 짜증이 나있고, 상희는 저녁에 광고주 접대해야 한다고 징징거린다. 그때 본부장이 활을 불러 천억이 걸린 애니콜의 경쟁PT를 위한 사내 PT에 임할 것을 명한다. 입사 6개월의 활에게 엄청난 기회가 주어진 것에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질시와 부러움으로 사내가 술렁인다.
저녁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있던 하루는 트리플악셀을 성공하고 기뻐서 날뛴다. 한쪽에 앉아 아버지와 술을 먹고 있던 남코치(남, 40대)는 김치를 입에 넣다가 잘했다고 박수를 친다. 아버지는 못 봤다고 한다. 다시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하루. 반취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는 남코치. 하루는 제대로 된 코치에게서 제대로 배워 보고픈 맘이 절실하다. 서울로 가고 싶다고 호소해 보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버지. 슬프고 화난 하루는 가출을 결심하고 짐을 싼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는 홀로 남겨질 하루가 걱정이다. 남코치는 자신이 돌봐줄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아버진 그가 썩 미덥지 않다.
“서울에 지 오빠가 하나가 있긴 한데...피는 안 섞였어도.. 근데 저 자식이 재주가 있긴 한 거야?”
가방을 들고 시골길을 걷는 하루. 지나가는 차를 세워보지만 모두 동네 사람들. 아버지 속 고만 썩이고 집에 들어가란다. 씩씩거리며 걷는 하루 앞에 선 아버지의 트럭. 안 타려고 버티던 하루는 서울 보내준다는 말에 트럭에 오른다. 대회에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스케이트를 배울 수 있게 해주겠단다. 좋아하던 하루는 아버지의 말에 놀란다.
“니 오빠한테 가.”
광고주 접대를 하고 있는 해윤과 상희. 취한 광고주는 상희에게 치근덕댄다. 해윤은 평소엔 점잖고 예의바른 사람이 취하기만 하면 상희에게 집적거리는 것이 못마땅하다. 능숙하게 잘 대처하는 상희까지도 짜증난다. 급기야 광고주는 상희를 데리고 호텔로 들어서고, 해윤은 그 와중에 광고주의 숙취를 걱정해 약을 사러 달린다. 달려가면서도 호텔 방으로 끌려간 상희 걱정에 맘이 조급하다. 그때 전화가 걸려온다.
“나 하루 아버진데.. 좀 만나고 싶은데...”
누구? 하루?! 잠깐 멍하던 해윤은 5년 전 헤어졌던 여동생 하루를 떠올린다. 새어머니가 데리고 왔던 여섯 살짜리 꼬맹이와의 첫 만남.
광고B팀의 왕국장은 사내 경쟁PT에서 활이 승리할 경우 활에게 자신의 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하다. 차라리 활과 경쟁을 하게 된 광고A팀의 국장이 임원이 되는 게 낫다. 왕국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일이 밀린 팀원들에게 새로운 일을 떠맡기고, 그로 인해 활은 애니콜의 PT를 같이 준비할 팀원을 구성하지 못한다. 활은 비협조적인 왕국장과, 광고주 OT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이려드는 광고A팀 사이에서 조직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은 이 도전에 응할 생각이다. 웬만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서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대형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활을 돕는 것이 해윤과 상희, 현태다. 자유분방한 회사생활로 평소 왕국장에게 자유분방한 근무태도(지각, 긴 머리, 옷차림, 튀는 카피 등)로 눈총을 받던 현태는 이왕 찍힌 몸이라며 활을 돕는다. 자료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짜며 밤새워 회의를 하는 활.
강원도 민박집의 아침. 하루는 아버지가 해윤에게 자신을 부탁하러 간다는 게 싫다. 구차한 것 같다. 혼자 살 수 있다고 설득해보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 스케이트를 포기하든지 해윤과 같이 살든지 선택을 하란다. 하루는 혼란스럽다. 5년 동안 남남처럼 연락 뚝 끊고 산 해윤을 만나고 같이 살기까지 한다니 맘이 복잡하다. 아버지가 떠난 뒤 몰래 꺼내보는 해윤과의 사진.. 어쩐지 가슴이 뛴다.
애니콜의 사내 경쟁 PT가 있는 아침, 집에서 밤새 작업을 한 활, 해윤, 현태, 상희는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한다. 해윤은 하루의 아버지를 만나 하루를 부탁받고 기꺼이 잘 보살피겠노라고 약속해버린다. 회사로 간 활은 00그룹의 회장 딸로부터 자신에게 애니콜 pt의 기회가 온 것은 본부장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그녀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운이지만 그걸 행운으로 바꾸는 것은 당신의 몫이니 능력껏 도전하라고 한다. pt에 들어간 활은 열정적으로 pt를 마친다.
촬영장에 간 상희는 조명기사(50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고 계속 착잡하다. 얕보이지 않으려고 날카롭게 굴었던 자신이 바보같이 여겨진다. 그때 광고주의 전화를 받고 술집으로 간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상희는 그의 희롱을 참지 못하고 정색을 하고 만다. 광고주도 화를 내는데 해윤이 들어와 상희를 데리고 나가버린다. 해윤과 상희는 문제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선배들이 어떻게 가르쳐줬는지 얘기하며 허탈해한다.
“그 양반들이 다 엉터린 거야, 우리가 멍청한 거야?”
다음날, 활은 사표를 낸다. 최고인 자신에게 아버지의 도움이 흠집을 내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활이 짐을 꾸리자 현태, 상희도 나온다. 해윤이 놀라 상희를 붙잡는다.
“너까지 왜 이래?”“여자가 의리가 있지.”
망연자실해 보는 해윤을 향해 그들이 말한다.
“야, 너 뭐해. 우리끼리 가버린다?”
안 나간다고 버티는 해윤. “야, 내가 왜 나가. 이만한 직장도 없다니까!”
한 달 후, 빙상경기장. 하루가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나오던 풍호는 국가대표인 혜진을 비롯한 후배 선수들을 격려한다. 문득 시선을 뺏기고 하루를 본다. 창가에 홀로 서서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는 하루. 딴 세상에 있는 듯하다. 참 예쁘다고 생각한 순간 한 다리를 번쩍 들어 몸을 푸는 하루. 풍호는 피식 웃는다. 다른 선수에게 그녀의 이름을 물어도 아무도 모른단다. 궁금하다.
부띠끄의 간판이 걸린 활의 집. 하루의 방을 꾸미느라 분주한 해윤과 현태. 온통 핑크에 레이스, 흡사 공주방을 꾸미는 듯하다. 요즘 18살은 무섭다. 이런 걸 좋아할 리가 없다는 현태의 말에도 해윤은 요지부동. 해윤에게 하루는 천사 같은 여동생이다. 활은 어째서 친구의 동생까지 떠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가서 따로 살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찰거머리 같다. 어제 한 대우전자 PT의 결과를 기다리느라 초조한 세 남자는 괜한 수다를 떨다가 급하게 빙상장으로 향한다.
하루를 찾아 빙상장을 헤매는 세 남자. 어슬렁거리던 현태는 커피자판기 앞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수인을 만난다. 현태는 커피자판기를 눌러놓고 해윤의 전화를 받는다. 그때 수인이 자판기를 누른다. 이미 나와 있던 해윤의 컵과 겹쳐 수인의 옷에 커피가 튀고 자판기 밖으로 커피가 줄줄 샌다. 어이없는 수인은 커피값을 물어내라고 한다. 사과하려던 현태는 수인의 쌀쌀맞은 기세에 오기가 발동해 능글맞게 수인을 놀리며 말씨름을 벌인다. 수인은 현태를 경멸스럽게 바라보고 현태는 그런 수인이 어이없으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출전 준비를 하고 있는 하루, 남코치는 안전하게 트리플러츠를 뛰라고 한다. 트리플악셀을 뛰다가 점수가 깎이느니 안전하게 가는 게 좋다는 것. 하루는 손이 차다.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파이팅 해주던 풍호의 손을 덥석 잡는 하루. 풍호는 저도 모르게 하루의 손을 꽉 잡아준다. 그때 장내 방송이 울린다.
“다음 선수는 해라여고 이하루 선수!”
풍호, 수인, 현태, 해윤, 활이 링크 위를 본다. 크게 심호흡하며 미끄러져 나오는 하루.
2. 키스 앤 크라이 존(kiss and cry zone) - 결과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악셀을 성공한 하루, 하루의 파워풀하고 스피드 넘치는 스케이팅은 관중의 환호를 받는다. 1위로 대회를 마친 하루에게 관심이 쏠리고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관중들. 하루와 함께 주목을 받는 또 한 사람은 최수인이다. 왕년의 국가대표 선수로 우리나라 최초로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킨 그녀다.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그녀의 귀국에 대해 현역선수들과 부모들이 관심을 갖는다. 국가대표 선수 혜진의 어머니를 비롯한 선수들이 수인에게 코치를 부탁하고, 수인은 곧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거절한다. 그때 한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하루야, 여기!”
해윤은 짐을 들고 나오는 하루를 반갑게 맞는다. 5년의 공백이라곤 해도 너무 여성스럽게 변한 하루가 낯설고 어색해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태와 활, 해윤이 하루를 둘러싸고 인사를 나눈다. 수인은 돌아서나가는 활들을 목격하고 따라가려다 팬들과 기자에게 저지당한다. 현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수인을 보고 눈인사를 보낸다. 수인은 자신의 남편이었던 활과 현태, 하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하루와 세 남자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해윤은 귀엽고 수다스러웠던 여동생은 어디 가고 조용하고 속을 알 수 없는 하루가 영 어색하다. 과거의 추억을 얘기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해윤을 본 하루의 첫마디는 “늙었네요.”다. 존댓말이라니, 낯설다. 이쁘다는 현태의 칭찬에도 하루는 뚱하고, 활은 그런 하루에게 사춘기냐고 해서 눈총을 받는다.
분위기는 싸하기만 하고, 해윤은 당황하고 있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여겨진다. 왜 예전처럼 편하지가 않을까? 해윤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다. 그때 활에게 대우전자에서 공개경쟁 PT의 결과를 알리는 전화가 걸려온다. 무표정하게 전화를 받는 활. 긴장한 해윤과 현태에게 활은 씨익 웃는다. “이겼다.” 기뻐서 아이처럼 날뛰는 세 남자. 대형 광고대행사를 물리치고 14대 1의 경쟁을 뚫고 성공한 것. 하루는 좋아서 펄쩍 뛰는 세 남자가 한심해 보인다. 해윤과 활은 대우전자로 가고 현태는 하루를 집에 데려다주는 임무를 맡는다.
핑크로 치장된 방을 본 하루는 어이가 없다. 해윤이 아직도 자신을 꼬맹이로 보고 있는 게 틀림없는 것 같다. 재회가 어색했던 건 하루도 마찬가지였다. 동화 속 왕자님처럼 훤칠하고 멋있었던 오빠를 참 좋아했었다. 해윤을 보니 행복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가슴 뛰는 순간이 많았다. 5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한 오빠에게 원망도 있지만 그리웠던 맘이 더해 기쁘다. 해윤과 같이 산다니...
현태는 자축파티를 하자는 상희를 전화를 받고 상희의 가게 ‘2번 창고’로 간다. 홀로 남은 하루는 집안 탐방을 하며 돌아다니다 해윤의 방을 찾는다. 정돈된 물건들, 해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 해윤의 체취가 느껴지는 침대..
‘2번 창고’에서는 첫 경쟁PT성공의 자축파티가 열린다. 회사를 그만둔 상희는 평소 단골로 드나들던 술집을 인수해 사장이 되어 있다. 이번 PT의 공은 자신에게 있다고 뻐기는 네 친구. 그들은 고교동창이다. 추억을 얘기하며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활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은 활의 태도에는 냉소가 어려 있다. 반가운 척하지도 않는다. 귀찮은 판매원 떨쳐내는 듯 건성으로 말한다.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말야. 그렇게 변명이 하고 싶으면 편지를 써보내지 그래.”
냉정하게 끊는 활. 속으론 수인이 귀국했다는 말에 신경이 쓰이고 묵은 울화가 치민다. 활의 기운을 느낀 친구들이 알아내려하지만 활은 말을 돌린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취기가 도는 네 사람. 현태는 가게 구석에서 구겨져 자고 있고, 해윤과 상희는 이글스와 마이클잭슨 중 누가 음반 판매량이 더 많은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혼자 가겠노라고 나서는 활은 안중에도 없다.
취해서 집에 들어온 활은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로 들어간다. 따뜻한 느낌을 쫓아 꽉 안는다. 잠에 빠져 있는 하루다. 모른 채 그대로 잠드는 활.
논쟁을 하다가, 꿀밤 때리기 게임을 하다가, 고교 때 누가 먼저 좋아했느니 실랑이를 벌이다가, 장난스레 뺨에 입맞춤을 주고받다가, 상희와 해윤은 선을 넘고야 만다.
다음 날, 뒤척이던 하루는 옆에서 자고 있는 활을 보고 놀란다. 잠에서 깬 활과 눈이 마주치고 비명을 지르며 얼떨결에 발로 활을 차 밀어낸다. 급소를 맞고 침대에서 떨어진 활. 활의 알몸을 본 하루는 눈이 커져 소리친다.
당황하긴 활도 마찬가지다. 이불을 끌어당겨 다급히 몸을 감싸는 활,
“야, 너 왜 여기서 자!”
해윤의 방인 줄 알고 잠들었던 하루는 활의 방인 걸 알고 도망쳐 나온다. 심장이 벌떡인다.
‘2번 창고’에서 눈을 뜬 현태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본다. 말소리가 들린다. 재빨리 옷을 챙겨 입고 나오는데 상희와 현태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상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해장을 하러 가잔다. 현태는 수상쩍은 눈길로 두 사람을 본다. 현태의 시선을 피하던 해윤은 그제야 집에 홀로 두고 온 하루가 생각난다.
하루는 빵 한 조각, 우유 한 팩 없는 냉장고를 보고 한숨을 짓는다. 있는 거라곤 캔맥주와 숙취제거음료 뿐. 뒤늦게 집으로 들어온 해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하루가 활과 같이 잤단 소리를 들으니 앞으론 외박도 맘대로 못할 것 같다. 단속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에게 맞은 사타구니가 아프다고 인상을 쓰는 활은 반 누드로 걸어 다니고, 문 열어놓고 소변을 보는 현태, 책장에 가득한 도색시디들,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활과 하루...(활은 하루에게 피겨선수 몸이 그게 뭐냐며 살 빼라고 한다) 새로운 코치는 또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수인을 떠올린 현태는 코치를 구하는 일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한다.
광고주(대우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PT결과를 번복하고 고려기획과 재PT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윤은 그들이 결정된 것을 번복하는 것은 분명 고려기획과 뒷거래가 있고 이건 대기업의 횡포라고 분개한다. 실망하긴 현태나 활도 마찬가지. 현태는 어제오늘 일 아니지 않냐며 해윤을 달랜다. 시니컬한 활은 질 게 뻔한 PT에 응할 필요가 없고 그것이 지렁이 같은 부띠끄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꿈틀거림이라고 한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며 화내는 해윤과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활이 다툼을 벌이고, 지켜보던 하루는 해윤을 몰아세우는 활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활을 흘겨보며 툭 말한다.
“거기보다 더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현태는 수소문해 수인의 전화번호를 입수하고 하루의 코치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어머니의 병실에 있던 수인은 단호히 거절하려던 말을 삼킨다. 활과 같이 있던 하루를 떠올린다. 수인은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왔던 어머니의 임종을 앞에 두고 있다. 오랜 병환으로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노라고 했지만 슬픔을 가눌 길 없다. 어렸을 때부터 선수생활을 해온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펴주던 어머니였다. 미안해하는 수인에게 어머니는 자신의 꿈을 이뤄줘 행복했노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활의 안부를 묻는다.
대우전자 광고주를 만난 활과 해윤은 예상했던 대로 고려기획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실망한 해윤은 전의를 잃고 활은 정면승부를 결심한다. 고려기획의 CD를 만난 활은 오만한 배팅을 시도한다. 자신들의 자료와 아이디어를 사라는 것. 하지만 고려기획의 담당자는 콧방귀만 뀔 뿐이다.
프리 프로그램 경기장. 하루를 데려다주던 현태는 주차에 애를 먹고 있는 수인을 발견한다. 대신 해주지 않고서 수인에게 말로 이리저리 지시하며 놀린다. 진땀을 빼는 수인에게 현태는 하루의 코치를 맡아주면 대신 주차해주겠노라고 너스레를 떤다. 어이없는 수인. 겨우 주차를 하고선 현태를 무시하고 가려다가 슬쩍 묻는다.
“걔가 딸이에요?”
“무슨! 내가 어딜 봐서, 친구 동생이에요. 우리 하루 어때요? 잘하죠?”
“코치가 누구예요?”
“없어요. 그니까 부탁하는 거지.”
수인은 의외다. 꽤 실력 있는 아이가 코치가 없다니...
하루는 대기실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난다.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 할머니까지 와서 격려하고 있다. 현태는 혼자 외떨어져 그들을 보는 하루가 측은하다. 현태는 오버해 하루를 보살핀다.
국가대표 중 가장 선배이자 하루가 좋아하던 선수 혜진은 어제 쇼트 프로그램에서 2위를 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차분하고 경기에 집중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좋다. 그녀에게는 고수의 포스가 느껴진다. 하루는 혜진과 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혜진과 얘기하던 풍호가 하루를 보고 다가온다. 정식으로 인사를 주고받는 풍호와 하루. 긴장해 보이는 하루에게 초콜릿을 내미는 풍호. 사양하는 하루. 하지만 경기 직전 하루는 풍호의 손에서 초콜릿을 뺏어 입 안 가득 우겨넣는다.
간밤의 일로 심경이 복잡한 해윤은 몇 번이나 망설이던 끝에 상희에게 전화를 건다. 평소와 다름없이 농담을 하고 웃는 상희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니...벌써 12년 전, “사귈래?” “아니.”라고 단박에 퇴짜 맞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어젯밤은 어땠던가? 좋았나? 좋았던 것 같다. 그럼 아직 사랑하고 있었던가? 모르겠다.
하루는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악셀부터 실패해 엉망인 경기를 하고 나온다. 그런 하루를 본 현태는 어떻게 해얄지 몰라 해윤을 부른다. 하루는 울음을 꽉 참고 혜진의 경기를 본다. 혜진을 향한 관중의 환호와 갈채가 부럽다.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그런 하루를 보고 있던 풍호가 조심스레 다가간다.
“괜찮아?”
“저 언니한테도 초콜릿 줬어?”
“응.” 하루는 풍호를 흘겨보며 원망하듯 말한다. “너 참 헤프다.”
헐레벌떡 뛰어온 해윤과 현태는 하루의 눈치를 본다. 해윤은 하루를 보며 뒤로 걷는다. 예전 둘이 하던 놀이다. 위태롭게 뒤로 계단을 내려가는 하루는 그런 게 아직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해윤이 유치하다. 하지만 하루는 그의 노력이 가상해 넘어지는 척하는 해윤을 붙잡아 준다. “잡았다!”하며 하루를 장난스레 껴안는 해윤. “이제야 우리 하루 같네.”하며 하루를 안고 걷는다. 하지만 하루는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현태는 어이없단 눈길로 해윤을 본다. 그때 수인이 다가온다. 내일 2시간의 시범코치를 하기로 했는데 관심 있으면 하루도 오라는 것.
‘2번 창고’에서 저녁을 때우고 있는 활은 상희에게 재PT에 대해 얘기를 하며 이를 간다. 광고주를 깜짝 놀라게 해주겠노라고 하지만 사실 그런 총알은 아직 없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상희는 활을 놀리고, 그때 해윤과 현태, 하루가 가게로 들어온다. 웃으며 장난치고 있는 활과 상희를 본 해윤은 질투를 느낀다. 상희의 가게에서 저녁을 먹는 네 사람.
해윤은 경기에서 진 하루를 위로하려 들지만 의외로 하루는 담담하다. 활은 아이답지 않게 의연한 하루를 보고 오빠보다 낫다고 한다. 하루의 입성을 축하하던 중 문득 지난밤의 얘기가 나오고, 현태는 상희와 해윤의 관계를 넘겨짚는다.
걸려든 해윤은 결국 실토하고 만다.
“그래 잤다, 어쩔래?” 충격을 받는 하루.
그날 밤, 하루는 심난해 잠이 오지 않는다. 홀로 PT 준비를 하고 있던 활은 하루에게 그림을 그려준다. 하루는 활이 신기하고 궁금해진다. 머그잔에 쓱싹해서 멋진 그림을 뚝딱 만들고, 피겨스케이팅에 대해 꽤 많은 상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고 있던 해윤에 대한 감정을 활이 집어낸다. 말도 안 된다고 부정했지만 하루는 뜨끔하다. 저 남잔 연애박사인 게 틀림없다.
활, 해윤, 현태는 대우전자의 재PT에 들어간다. 광고주의 반응도 승리도 중요치 않다. 우리가 하고 싶은 광고를 하자! 맘껏 아이디어를 펼친 세 남자는 속 시원한 기분이다. 광고주 눈치도 보지 않고 상대팀 견제도 받지 않고 맘껏 할 수 있는 PT가 다시 또 있겠는가. (나오는 길에 고려기획의 국장이 활을 부른다. 좋아, 아이디어를 사지.)
심란한 하루는 수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몸이 맘대로 움직여주지도 않는다. 해윤과 상희가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니 샘이나 울고만 싶다. 오빠랑 그렇게 다정한 것이 그녀가 아니라 자신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에겐 5년 동안 연락도 없었으면서.. 북받치는 설움에 하루는 링크를 뛰쳐나간다. 그때 수인에게 어머니의 임종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온다.
집으로 달려온 하루는 막상 해윤을 만나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해윤에게 하루는 불쑥 말하고 만다.
“오빠 많이 보고 싶었어요..나..”
활의 휴대폰이 울린다. 수인이다.
3.컴퍼서리(compulsory) - 기초
목욕가운을 걸치고 해윤이 주방으로 나온다. 커피를 끓이는데 탁자 밑에서 자고 있던 현태가 “피자 데워먹자.”한다. 밤새 회의를 한 둘은 상태가 좋지 않다. “첫사랑이랑 자니까 좋던?” 놀리는 현태. 그리고 하루의 보고 싶었단 말이 참 절절하게 들리더라고, 니들 남매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다. 맘이 복잡한 해윤. 그때 활이 검은 양복 차림으로 내려온다. 현태와 해윤은 의아하다. “친구 쪽이야 집안 쪽이야?” 그냥 나가는 활.
처음으로 새 학교에 가는 하루. 해윤과 현태는 교복 차림의 하루를 보니 그제야 고등학생이란 게 실감이 난다. 학교에 데려다주겠다는 해윤에게 괜찮다며 총총 나가는 하루. 해윤이 다급히 쫓아나간다. 왜 뚱한 건지 무슨 일인지 물어도 대답이 없다. 급기야 차에서 내려 하루를 다그치는데,
“오빤 보고 싶었어요 나?”
해윤이 당황한 사이 하루는 버스를 탄다. 해윤은 멍하니 보다가 버스를 탄다. 하루의 옆에 앉은 해윤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얄지 몰라 딴소리만 잔뜩 한다. 그러다,
“오빠가 미안해. 미안하다, 하루야.”
하루는 담담히 버스에서 내린다. 해윤은 교문까지 따라 간다. 답답해진 해윤이 소리친다.
“야, 오빠가 연락 안 하면 니가 하면 되지! 넌 왜 연락 안 했어!”
“자존심이 있죠..여자가..”
해윤은 어이없다. 지가 무슨 여자라고...
활은 장례식을 마친 수인을 집까지 데려다준다. 수인은 장례를 도와준 활에게 감사를 전하고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활은 어머니를 여읜 수인을 위로하지만 다시 어쩌고 하는 건 재미없다고 한다.
“그건 그냥 실수였어.” 용서를 구하는 수인.
“내 침대에서 딴 놈이랑 뒹굴 땐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걸.” 시니컬한 활.
“뒹굴지 않았어. 그냥 키스 한 번 했을 뿐..”“안타깝다. 하필이면 그때 남편이 들어올 게 뭐냐, 그지? 더 진도 나갈 수 있었는데,”
“취했었어.” “취하면 아무나하고 자?”
“이해해 줄 수 없어?”
“너 좋을 대로 하고 살지 뭐하러 나한테 이러니? 놀고 싶은 놈들이랑 맘껏 놀고 즐기고 그렇게 살아. 근데 난 너랑 엮이기 싫다.”
수인은 냉정하게 돌아서는 활에게 상처를 받는다. 희망이 없어 보인다.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하루는 문이 잠겨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문의 비밀번호를 누를 수 없는 하루(난독증). 착잡한 심정으로 귀가하던 활은 집 앞에 쭈그려 앉은 하루를 본다. 두 사람은 짧은 데이트(공원, 체력장?-승부욕의 화신인 활과 하루, 해프닝)를 하며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활, 해윤, 현태, 상희의 관계. 세 남자가 어떻게 같이 살게 됐는지, 하루와 해윤의 과거) 넌지시 해윤에 대한 감정을 상담하는 하루에게 활은 자조적으로 말한다.
“좋으면 그냥 좋아해. 니 꺼 만들어 뭐할래.”
‘2번 창고’를 찾은 해윤은 일하고 있는 상희를 지켜본다. 화장품 광고의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감정을 알아내려하고 있다. 결국 상희가 말한다.“복잡한 거 싫어. 넌 어때?”
해윤은 다시 상희를 안는다. 그냥 지금은 그러고 싶을 뿐. 그때 현태에게서 전화가 온다.
“너 하루랑 같이 있어?”
해윤은 하루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놀라 하루를 찾아 나선다. 빙상장 이외는 갈 데가 없는 하루인데 없다. 하루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거기도 간 것 같지 않다. 아침에 다툰 것이 맘에 걸리는 해윤은 걱정으로 초조해진다. 하루의 물건을 뒤지는데 예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이 있다. 더 죄책감이 든다. 그때 들어온 하루와 활. 해윤은 버럭 화를 내고 건성으로 받아들이는 활 때문에 싸움에 붙는다. 사과하려던 하루는 이제 와서 오빠 노릇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나가면 되잖아! 우린 더 이상 남매가 아니니까 오빠가 나 맡을 필요 없어!”
“우리가 왜 남매가 아니야!”
“난 남매하기 싫어! 좋아해, 오빠 좋아한단 말야!”
현태는 자전거를 타고 수인의 집을 찾아 나선다. 보일러가 고장 나 떨고 있는 수인. 수인은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싸고 있던 중이다. 현태는 보일러 문제를 해결해주며 하루의 코치를 맡아주든지 자신과 데이트를 하든지 해야 한다고 한다. 수인은 활이 현태, 해윤과 같이 일하고 있으며 하루가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현태는 전 국가대표 선수로서 유망한 선수를 모른 체 한다는 건 도리가 아니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연이 분명하다 등등의 말로 수인을 설득한다. 수인은 어처구니없는 현태의 설득에 지고 싶어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ppm - 해윤과 활은 맡고 있던 화장품 광고의 ppm을 갖는다. 헌데 광고주는 의견을 같이 해온 콘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사장님이 우리 광고가 너무 심심해 튀지 않는다고 한다는 것. 지금까지 품위를 강조해 왔던 광고주는 거기에다 신세대 감각까지 요구한다. 활과 해윤은 한숨만 나올 뿐.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온에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태는 예전에 도움을 받았던 사장님을 돕는다고 인쇄물 광고(치킨 광고?)의 카피를 고민하고 있다. 활은 현태 앞에 일거리를 잔뜩 쌓아놓으며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이거나 하라고 한다. 해윤은 며칠째 눈도 안 마주치는 하루 때문에 심난하다. 그때 현태는 수인의 전화를 받는다. 하루의 코치를 맡겠다는 것. 좋아하며 소식을 전하는 현태에게서 수인의 이름을 들은 활은 표정이 굳는다.
해윤은 하루를 빙상장까지 데려다주던 길에 휴대폰을 선물한다. 하루의 난독증을 알고 있는 해윤은 작동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하루는 해윤이 자신을 이뻐하고 걱정한다는 걸 알고 기분이 좋아진다. 해윤은 수인을 만나 하루를 부탁하고, 수인은 스케이트 선수가 되려면 혼자선 힘들다고 한다. 그제야 해윤은 선수들에 붙어 있는 엄마들을 본다. 부띠끄에 돌아온 해윤은 하루의 장래를 걱정하고, 현태는 자신이 돌봐주겠다고 한다.
수인의 혹독한 수업이 시작된다. 혜진과 하루, 두 아이를 맡은 수인은 이미 두 아이의 개성과 실력을 파악한 상태. 기계적으로 점프를 구사하는 하루는 수인에게 컴퍼서리를 연습하라는 지시에 속상하다. 점프를 연습하고 있는 혜진을 보면 더 속이 탄다. 완성해야 할 점프가 얼마나 많은데 초급이 하는 그리기나 하고 있으라니. 자존심이 상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하루는 내색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습에 임한다. 수업을 마칠 즈음, 수인은 하루에게 점프 없이 쇼트 프로그램을 짜오라고 한다. 음악부터 안무까지 다 본인이 짜보라는 것.
지쳐 나오던 하루는 트랙경기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본다. 그 속에 풍호가 있다. 조용하고 여려 보이던 풍호가 트랙에선 매섭다. 하루를 본 풍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달려온다. “되게 재미없겠다”고 하는 하루에게 “해볼래?”하는 풍호. 하루는 피겨와는 다른 스피드스케이팅이 신기하다. 떡볶이 내기 달리기 시합을 하는 하루와 풍호. 까르르 웃으며 달리는 하루가 하도 이뻐서 풍호는 져주고 싶다. 둘은 빙상장의 식당에서 떡볶이를 먹는다. 풍호를 알아보는 선수들이 인사를 하며 하루를 곁눈질한다. 하루는 인기가 많은 풍호가 신기하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불편해진 하루가 자리를 뜨자 풍호는 당황해 하루를 붙잡는다.
“우리 사귈래?”
놀라는 하루에게 풍호는 얼굴을 붉힌다.
수인의 전화를 받고 나간 활은, 돌아가신 수인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을 건네받는다. 하루의 코치를 맡은 건 당신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하는 수인.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수인을 무시하고 나온 활은 ‘2번 창고’에서 술을 마신다. 눈치 빠른 상희는 활의 심상찮음을 눈치 채고 활은 처음으로 수인의 일을 털어놓는다. 힘들어 하는 활의 머리를 쓸어주는 상희, 마침 들어오던 해윤이 그 모습을 본다. 기분이 나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활의 옆에 앉는다. 하루의 감정을 갖고 해윤을 놀리는 활. 농담으로 받아치던 해윤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급기야 화를 내고 만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해윤. 상희가 붙잡지만 해윤은 차갑게 뿌리친다.
현태는 빙상장에 앉아 하루의 연습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새벽 2시까지 연습이라니 지독하다며 수인에게 접근해 보지만 무시당한다. 치킨 광고 카피를 연구하다 상희의 전화를 받는다.
“해윤이 그 자식이 옛날부터 활에게 열등감이 좀 있지. 공부는 지가 쫌 나았는데 여자들한테 인기는 활이 훨씬 많았거든. 게다가 활이랑 너랑 사겼었잖아. 지는 퇴짜 맞았는데 말이지. 근데 너 옛날에 활이랑 잤었냐?...”
그때 매섭게 소리치는 수인. “넌 그것도 못 그려! 때려 쳐라, 때려 쳐!”
혹독한 수인의 훈련에 진땀을 빼는 하루.
지쳐 욕조에 앉아 있는 하루는 씻을 힘도 없다. 지겨운 컴퍼서리만 했는데도 온 근육이 욱신거린다. 그때 욕실에 들어서던 활이 잠들어 있는 하루를 본다. 힘들어 하는 하루를 보고는 예전 수인을 마사지 해주던 실력을 발휘한다.
심난해 들어오던 해윤은 욕실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문을 열고 깜짝 놀란다. 활이 하루의 다리를 만지고 있는 것.
“야, 니들 뭐해!”
4. 스파이럴(spiral) - 감동
하루는 해윤이 질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어이없어 하는 활을 쫓아다니며 해윤의 맘을 얻고 싶다, 그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조른다. 현태가 그런 방법은 자기가 잘 안다고 나선다. 하지만 진정한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현태다. 활이 그 사실을 들추자 현태는 그것이 진정한 바람둥이라고 한다. 활과 현태가 서로 바람둥이라고 우기는 소란 속에 해윤이 나타난다. 우린 남매라고 하며 일축하는 해윤에게 활은 의미심장하게 선전포고한다.
“해윤이 맘, 얻는 건 장담 못하겠는데 흔들어 놓을 순 있을걸.”
하루는 수인에게 살 빼라는 소리를 듣고 악착같은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해윤은 그런 하루가 안쓰럽다. 나란히 운동을 하는 하루와 활, 해윤이 보는 앞에서 다정히 얘기하다가 해윤이 나타나면 자리를 뜨는 하루. 활은 자신의 코치를 잘 따라하는 하루가 귀엽다. 상희 때문에 우울해 있는 해윤을 걱정하면서도 해윤의 맘에 들기 위해 안달하고, 해윤의 시선에 좋아라하는 하루의 들뜸이 이쁘다. 어린애 감정에 휘말려 참 골치 아프겠다고 놀리긴 했지만, 하루의 맘을 받고 있는 해윤이 좀 질투 난다.
해윤은, 하루가 활과 현태와 장난을 치며 친해진 건 고무적인 일이지만 자신을 피하는 건 맘에 들지 않는다. 특히 티격태격하던 활과 가까운 건 신경이 무척 쓰인다. 노출 하루, 반항 하루.
하루는 컴퍼서리용 음악을 활에게서 조언을 구한다. 화장품 광고 bgm 을 들려주는 활. 하루는 같이 음악을 들으며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활이 대단해 보인다. cd를 꽂을 때의 활의 버릇, 연필을 돌리는 손가락,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보는 하루.
화장품 광고 시사회에 30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시사회는 엉망이 된다. 예정에 없던 광고주의 처사에 열 받은 해윤은 급기야 담당자와 싸움을 한다. 열 받기는 활도 마찬가지지만 광고주 구미에 맞추려했던 자신의 태도가 프로답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해윤은 며칠째 연락이 없는 상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터다. 활의 일로 질투했던 자신이 민망해 먼저 전화를 걸 수도 없지만, 화가 난 걸 봤으면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희가 야속하다. 거기에다 ‘2번 창고’를 인수하는데 활이 금전적 도움을 줬다는 걸 알게 돼 더 신경이 날카롭다.
‘2번 창고’에 모인 활들. 해윤은 활과 시비가 붙고 말리는 상희에게 화를 터트리고 만다.
“넌 내가 절실하지 않지?”
음악을 들으며 컴퍼서리 안무를 짜던 하루는. 풍호에게 봐달라고 한다. 음악을 들려주고, 연기를 보여주자, 풍호는 가슴이 벅찬 느낌이라고 한다. “사귈래?”하던 풍호의 질문에 아직 답을 하지 않은 하루는 망설이다 고백한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풍호는 괜찮다며 친구로 지내자고 한다. 하루는 이기적인 것 같지만 풍호랑 있는 게 좋다고 말한다.
활을 찾아온 수인은 데이트를 청한다. 싫다는 활에게 기회를 달라는 수인. 활은 하루의 코치를 맡은 저의를 묻고 수인은 활 때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활은 친구들과 하루에게 수인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해윤이 좋아하는 김치전을 부쳐 집으로 찾아온 상희는 해윤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너 못 보면 죽을 것처럼 그렇게 절실하고 벅차진 않지만, 옷을 입을 때 오늘 저녁 네가 와서 보면 이쁘다고 할지 설레기도 하고, 지금쯤 니가 뭘 하고 있나 궁금하다고 한다. 친구로 생각했던 남자가 자꾸 신경 쓰이고 궁금해지는 내 맘이 어떻게 흘러갈지 나도 기대되는데,
“이 기대감이 너무 좋아서 아끼고 싶어. 우리 같이 지켜보지 않을래?”
하루의 테스트, 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음악의 감동에 젖어 자신이 짠 안무에는 없는 스파이럴을 한다. 며칠 동안 지루하게 컴퍼서리만을 연습하는 동안 엣지가 깊어지고 동작이 훨씬 부드러워진 걸 스스로 느낄 수가 있다. 점프를 하지 않아도 활주만으로도 스케이트는 즐겁다. 하루의 연기가 끝나고 수인은 아무 말이 없다. 소리치지 않은 걸로 통과라는 얘긴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하루는 상희와 해윤이 행복하게 김치전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다. 그들끼리만 통하는 대화, 눈짓이 하루는 불편하다. 자리를 뜨는 하루를 보고 상희가 둘이 무슨 일 있느냐고 묻는다. 얼버무리려다 대답하는 해윤.
“연락 안 했던 게 서운했나 봐.”
“왜 안 했는데?”“몰라. 그냥 그렇게 됐어.”
하지만 하루의 맘을 직감한 상희는 해윤에게 잘해주라고 한다. 해윤은 하루와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하루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옷을 갈아입는 하루를 보고 당황한다. 그날 밤, 하루는 상희를 바래다주러 나간 해윤이 외박한 걸 알게 된다.
다음 날 아침, 활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해진 해윤을 보고 현태가 놀린다.
“상희가 안아주니까 풀려?”
하루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집을 나간다.
치킨 광고로 바쁜 현태는 활에게 하루를 데리고 오라고 한다. 빙상장에 간 활은 맹훈련을 하고 있는 하루와 매섭게 몰아치는 수인을 본다. 하루는 연습 내내 외박한 해윤에 대한 생각뿐이다. 스케이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왜 스케이트를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모든 게 싫고 화가 난다. 그만하고 싶다는 하루의 의사를 묵살하던 수인은 결국 하루의 손바닥을 때린다. 이를 본 활이 수인을 막는다.
하루의 훈련법을 두고 활과 수인은 싸우고,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덧 결혼생활로 옮겨간다.
과거를 들추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활과 수인.
“결혼식을 하자고 우긴 건 너였어.”
“당신은 하기 싫어했지. 호랑이굴에 끌려들어가는 것 마냥..”
“그런데 했어. 네가 하고 싶어하니까, 근데 그 서약을 먼저 깬 건 너야. 내가 아니라.”
집에 돌아오는 길 하루와 활은 말이 없다. 하루는 활에게 부탁한다. 코치에게 맞은 거 해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끄러우니까.
집으로 돌아온 해윤은 엄청나게 먹고 있는 하루를 보고 놀란다. 급기야 하루의 손바닥이 부은 걸 보고 놀란다. 활이 사정을 얘기하자 화를 내며 코치를 바꾸겠다고 흥분한다. 하루의 손을 잡아 보는데, 하루는 눈물이 글썽해 거칠게 뿌리치며 아구지게 먹는다.
“너 왜 이래, 다이어트 해야 되잖아.” 걱정하는 해윤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하루는 꾸역꾸역 먹는다. 체할 것 같다.
“그래 먹어라. 그렇게 맞아 가면서 스케이트는 뭐 하러 하냐. 내가 보기엔 너 재주 없더라.”
재주 없으면 하지 말라는 활.
“진짜 재수 없는 거 알아요, 아저씨!”
하루는 속이 상해 활에게 대들고 해윤은 그런 하루의 밥그릇을 뺏는다.
“너 진짜 왜 이래, 오빠 속상하게..”
“오빠 속상하게 할 거야!”
다음날, 하루는 활의 차에 페인트칠을 한다. 나쁜 놈이 탄 차. 광고주를 만나러 가려던 활은 차를 보고 황당해 한다. 화가 나서 하루를 찾지만 하루는 이미 나가고 없다. 해윤은 씩씩거리는 활을 달래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는데, 활은 “그래 나 나쁜 놈이다”고 의외로 웃으며 낙서 된 차를 몰고 나선다. 거리에 붙은 치킨 광고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현태가 만든 치킨 광고의 대박조짐.
집을 나서는 수인에게 한 통의 서류가 도착한다. 활의 사인이 크게 된 이혼서류다. 부부였다면 이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활의 메시지와 함께.
우울한 하루는 연습을 마치고 나오다 풍호를 만난다. 기분을 풀어주겠다는 풍호는 오토바이 뒤에 하루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한다. 집으로 들어오던 활과 해윤은 집 앞에 있는 풍호와 하루를 본다. 집으로 들어가는 하루를 돌려세운 풍호의 기습 키스.
5. 트리플 러츠(triple lutz) - 2등
다음날 아침, 현태는 하루에게 첫키스가 어땠냐고 물으며 놀린다. 하루는 아니라고 펄쩍 뛰려다가 해윤에게 자극을 주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윤은 걱정스럽다. 어쩐지 서운하다. 풍호와 사귀는 건 좋은데 너무 늦게 다니지 말라는 둥, 남잔 다 늑대라는 둥 잔소리를 한다. 그런 해윤을 보고 활은 꼰대같이 굴지 말라며 하루와 풍호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또래끼리 연애하는 거라고. 해윤은 어린 동생을 아무 녀석에게나 함부로 맡길 수 없다고 해서 하루를 기분 좋게 한다. 차를 공장에 맡긴 활은 하루에게 차를 망친 대가로 훈련이 없는 날에는 집안일을 하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청소를 시작한 하루. 구석구석에 껴있던 남자들의 속옷과 도색잡지들을 발굴해 낸다. 당황한 해윤이 하루를 쫓아다니며 치우다가 같이 청소를 돕는다. 옛날 기분으로 돌아가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장을 보러간다. 해윤과 시장을 돌며 행복한 하루. 아버지에게 배운 솜씨로 매운탕을 끓여내고 해윤의 칭찬을 받고 더 행복해진다. 그때 상희에게서 전화가 오고 혼자 빠져나가기 미안해진 해윤은 다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한다.
현태, 활, 하루, 해윤, 상희의 순으로 앉은 영화관. 해윤은 상희와 하루를 챙기느라 바쁘다. 상희에게 오징어, 하루에게 팝콘, 번갈아 그런 식이다. 현태는 외롭다며 수인을 부를 걸 그랬다고 한다. 심드렁하던 활은 팔걸이에 해윤의 손이 올라오는 걸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하루를 본다. 손이 닿으면 움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하루. 활은 심술이 난다. 어이없단 표정으로 보다가 하루의 어깨를 안는다. 상희보다 활과 하루가 더 신경 쓰이는 해윤. 그런데 하루는 해윤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다. 활은 왠지 서운하다.
대박 난 치킨 광고. 광고주는 덕분에 매출이 3배나 늘었다며 치킨 한 박스와 함께 평생무료 쿠폰을 보내온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인쇄물 광고 문의가 들어와 부띠끄는 활기를 띤다. 그래도 활은 마뜩찮다. 족발, 치킨, 돌침대 광고 같은 건 폼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태는 광고의 진정한 의미는 기업을 살리는 거 아니겠냐, 보람 있다고 좋아한다. 헌데 그 치킨광고를 보고 대형 광고대행사에서도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온다. 하찮게 여겼던 인쇄물 광고가 부띠끄 홍보를 해주고 있는 것. 활은 광고주를 만나 이럴 때 2차 광고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광고주는 지금 수준으로 만족한다며 망설인다. 활은 순수 제작비 이외는 돈을 안 받겠다는 조건으로 2차 광고를 감행한다. 현태의 카피에 아이디어를 더한 활의 기발한 카피는 또 한 번의 히트.
하루를 빙상장에 데려다 주던 활은 풍호의 인사를 받는다. 활은 장난스레 풍호의 어깨를 두드린다.
“어이, 넘버2! 잘해봐.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니까.”
그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스포츠 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 활은 하루의 곁에 붙어 인터뷰를 지켜본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선배임에도 불구, 만년 2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혜진과 함께 하루의 얘기가 기사화 된다. 13살 때 부상을 당해 2년간 훈련을 쉬었던 하루의 얘기는 고난을 겪고 우리나라 정상을 넘보고 있는 시골 소녀의 휴먼스토리로 주목을 받는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하루, 최수인 코치의 선택을 받았고, 풍호의 사랑까지 얻은 데다, 은반 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하루는 동료들에게 시기의 대상이 된다.
풍호와의 키스 후 하루는 어색해 계속 피하고 있다. 동료들의 따돌림에 맘이 상하고, 혹독한 훈련에 몸은 지치는 데다 풍호를 의식해야 하는 게 피곤하다. 그래선지 연습도 잘 안 된다.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별 효과도 없고 몸은 무겁기만 하다. 풍호는 하루가 자신을 피한다는 걸 알고 맘이 아프다.
연습을 마치고 지친 하루는 야채가 든 다이어트 도시락과 함께 풍호의 쪽지를 받는다. <입구에서 기다릴게.> 하지만 글을 읽을 수 없는 하루는 누군가에게 읽어달라고 해야 하는데 동료들은 모두 외면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쪽지를 주머니에 챙겨 넣는 하루.
하루의 기사를 본 해윤은 하루가 부상을 당했었고 힘들었단 것에 죄책감이 든다. 하루의 구멍 난 스타킹, 낡은 스케이트화 하나하나가 다 안쓰럽고 맘이 쓰인다. 활은 무슨 운동이든 힘든 거라며 무신경하게 말한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전지훈련도 보내고 세계대회도 내보내야 할 텐데 니 형편에 가능하겠느냐고 한다. 걱정하는 해윤을 달래는 건 오히려 하루다.
“맘만 있으면 길은 열려. 봐봐, 나 이렇게 오빠랑 있잖아.”
현태는 보약을 지어 하루를 먹이고, 옷과 간식을 챙기며 다른 선수들의 어머니 못지않게 하루를 돌봐준다. 세심하게 챙겨서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하루는 먹은 것도 없이 빡빡한 훈련을 해낸다. 아파서 입원이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하루 종일 점프 동작을 지적 받으며 혼난 하루는 무난하게 훈련을 치른 혜진에게 질투가 난다. 혜진은 수인에게 칭찬까지 받는데 하루는 꾸중만 듣는다.
“얘, 얘, 얘! 넘어지는 것부터 가르치리? 급수시험은 뭐 하러 쳐? 누가 너더러 치랬니? 초급 실력으로 창피하다, 얘. 그따위로 할 거면 나와.”
훈련을 마치고 무표정하게 나가는 혜진의 표정이 하루는 당당하고 뻐기는 듯 보인다. 오기가 뻗친 하루는 혼자 남아 안 되던 트리플 러츠를 악착같이 연습한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하루. 현태가 그만하고 가자고 해도 10분만 더 하겠다고 버틴다. 벌써 새벽2시다.
집에 가려던 수인은 혜진의 어머니로부터 하루를 더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푸념을 듣는다. 만년 2등인 혜진의 설움이 언론의 주목 때문에 더 끓어오른 것이다. 혜진의 부담감을 아는 수인은 혜진을 위로하는데, 의외로 혜진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고가 목표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
혜진을 만나고 쓸쓸해진 수인은 혼자서 연습하고 있는 하루를 본다.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 하루를 지켜보고 있는 현태에게 집에 가서 핫팩을 해주라고 한다. 현태는 기다리기 심심하다며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망설이다 꿀꿀한 기분에 응하는 수인. 수인에 대해 이리저리 캐묻는 현태에게 수인은 남편이 있다고 고백한다.
“유부녀라고?! 거짓말. 내가 집에 가봤는데 무슨..” 충격과 설마 사이의 현태.
수인은 자신이 바람피운 얘기를 하며,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온 수인은 이혼서류와 결혼사진을 두고 고민한다.
피멍투성이 하루는 등에 파스를 붙이려고 낑낑거리고 있다. 지나가는 활을 보고,
“아저씨, 좀 붙여줘요, 이거.”
“해윤이한테 해달라 그래.”
“부끄럽잖아요, 오빠는.”
귀찮아하며 파스를 붙여주던 활은 하루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파스를 보고 안쓰럽다. 모양도 크기도 각각인 파스. 하루는 어떤 파스가 제일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 중이란다. 활은 하루의 모습에서 예전 수인의 모습을 본다.
활은 해윤이 사준 새 스케이트구두 때문에 물집이 잡히고 까진 하루의 발을 보고 반창고를 붙여준다. 그러면서 스케이트가 그렇게 좋냐, 내가 보기엔 넌 김연아처럼 되긴 글렀다며 은근히 염장을 지른다. 하루는 자존심을 세우며 자신은 숨어있는 천재며 부상만 아니었으면 김연아를 앞질렀고 곧 세계적인 선수가 될 거라고 한다. 어처구니없으면서도 그런 하루가 귀여운 활.
“그 놈이랑은 잘 만나고 있어?”
“누구요? 풍호요?”
“양다리를 유지하는 방법은 말야, 걔랑 있을 땐 걔만 생각하는 거야. 딴 놈 생각하지 말고.”
“걘 친구예요.”
“넌 해윤이한테 동생이고.”
하루는 상심이다. 해윤 오빠의 맘이 풍호를 향한 내 맘 같은 건가.. 아차! 그제야 생각이 난 하루는 풍호에게서 받은 쪽지를 보여준다.
“한번 읽어봐요, 아저씨.”쪽지를 본 활은 어이없다. “뭐, 자랑하냐?” 쪽지를 읽어주지 않고 가버리는 활.
하루는 차마 글씨를 읽을 수 없단 말은 할 수 없다.
늦게까지 상희의 가게에서 놀던 해윤은 손님들에게 친절한 상희가 불만이다. 쪼잔해 보이는 것 같아 내색하진 않았지만 남자들에게 샐샐거리는 그녀가 못마땅하다. 집에 돌아와 푸념하는 해윤에게 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말한다.
“언니가 누구한테나 친절하잖아. 붙임성 좋구, 그래서 오빠가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난.. 좋으면 그냥 좋아해. 오빠 꺼 만들어 뭐해..”
해윤과 활이 하루를 본다. 의아한 표정으로 두 남자를 보는 하루. 활을 닮아가는 걸 모르는 하루..
치킨광고는 두 번째도 대성공이다. 자비를 털어 넣어서까지 치킨광고에 심혈을 기울인 활에게 해윤과 현태는 돈 좀 벌자고 한다. 돈 보다 폼 나는 광고, 센세이션, 나아가 국민적 캠페인을 일으키는 광고를 하는 게 목표인 활은 해윤과 현태의 불평에 시달린다. 그러다 고려기획에서 만든 새 삼성카드 광고를 보고는 비판한다.
“잘난 척은.. 원래 1등인데 광고한다고 표가 나나..”
활은 만년 2등인 현대카드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고, 현태와 해윤에게 아이디어를 내라고 한다. 며칠씩 밤을 새며 아이디어에 골몰하는 부띠끄. 활은 광고주를 만나기 위해 줄을 댄다. 겨우 광고주 앞에 선 활은 과감하게 시안을 내놓는다.
“현대카드, 우리는 2위입니다. 그래서 열나게 서비스합니다!”
하루는 풍호가 궁금하다. 늘 기다리고 있던 장소에도 없고 도시락도 없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쳐 반갑게 다가갔는데 풍호는 ‘안녕’하고 지나쳐갈 뿐이다. 붙들어 급수시험에 대한 불안감, 혜진을 이기고 싶은 맘 같은 걸 얘기하고 싶은데 말 붙이기가 어렵다. 밤새 하루를 기다렸던 풍호는 몸이 좋지 않다. 집중력이 떨어져 연습 중에 작은 사고를 당한다. 풍호가 다쳤단 얘길 들은 하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스피드스케이트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절뚝거리는 풍호가 하루를 그냥 지나쳐 간다. 맘이 상한 하루..
우울해 집으로 돌아온 하루에게 청천벽력 같은 얘기가 들려온다. 상희가 기둥서방처럼 죽치고 있는 것 보기 싫다며 해윤을 쫓아냈다는 것. 투덜거리던 해윤은 지나가는 말로 내뱉는다.
“확 결혼이나 해버릴까?”
활은 제발 그렇게 해서라도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하고, 현태는 결혼하면 상희네 집 술은 공짜로 먹을 수 있겠다고 한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해윤의 모습에 실망하는 하루.
급수 시험이 있는 날. 하루는 해윤이 상희에게 프러포즈하는 꿈을 꾸고 심난하다. 앞 순서에 하는 혜진의 경기를 보지말자, 보지말자 하면서도 보고야 말았다. 연습 땐 그렇게 잘하던 혜진이 실수연발. 하루도 불안이 엄습한다. 떨고 있는데 손에 쥐어주는 초콜릿.
“혜진인 안 줬어.”
풍호의 초콜릿을 먹고 출전한 하루는 급수시험에 합격한다. 수인이 잘했다며 처음으로 칭찬한다. 대기실에 들어와 보니 혜진의 눈이 붉다. 속상해 하는 혜진의 어머니, 시험에 떨어진 다른 선수들의 의기소침한 모습들..하루는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열심히 했는데.. 왠지 슬퍼진다. 승패를 가르는 순간순간, 그 모든 짐은 자신에게 있는데, 앞으로 그것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두려워진다.
하루를 데리러 빙상장으로 들어오던 활은 벌써 시험이 끝났고 하루가 합격했단 소식을 듣는다. 기뻐할 거라 생각하며 하루를 찾는데 대기실에서 하루가 나온다. 웃으며 다가가다가 하루의 표정을 살핀다. 뭔가 잘못 된 것 같다. 왜 그래? 하는 순간 하루가 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의 마음을 알 것 같은 활.
활에게 온 우편물을 뜯어본 현태는 충격에 빠진다. 수인이 결혼식 사진을 보낸 것.
신활과 최수인이 부부?!
활은 우는 하루를 안아준다. 품안에 들어온 작은 새 같은 하루를 꽉 안는다. 뭔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느낌. 활은 하루의 머리에 입을 맞춘다.
6. 비엘만 스핀(biellmann spin) - 최초
하루는 세 남자와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그랑프리 우승한 김연아의 연기. 티비를 보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세 남자. 김연아가 비엘만 스핀하는 걸 보고 해윤이 혀를 내두른다.
“난 저게 젤 신기하더라. 사람 몸이 어떻게 저렇게 되냐.”
뻣뻣한 다리 찢어 따라해 보며 장난치는데 김장김치를 든 해윤의 어머니가 불시 방문을 한다. 남자들은 후닥닥 급해진다. 하루는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해윤의 어머니가 무섭다. 하루가 같이 사는 걸 알고 놀란 해윤모는, 해윤이 하루와 같이 사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고 굳이 그 맘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활은 당황한 하루를 보고 해윤모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린다. 학창시절 때부터 질 안 좋은 친구로 낙인 찍혔던 활이라 구박받는 건 대수롭지 않다. 활과 달리 현태는 해윤모에게 이쁨을 받는다.
“니들 결혼 안 하고 어쩔 거야?”
세 남자는 해윤모에게 한 차례 설교를 듣는다. 하루는 안 그런 척하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을 감싸주고 있는 활의 따뜻함을 느낀다. 하지만 곧 장딴지 굵다고 놀리며 하루의 신경을 긁는 활. 쳇, 그럼 그렇지.
떠나는 해윤모가 전한다. 내일이 아버지 기일이라고.
처음으로 같이하는 부모님 기일. 하루와 해윤은 부모님을 뵈러 숲으로 간다. 나란히 선 측백나무 두 그루가 부모님의 묘다. 부모님과 함께 즐겨먹던 칼국수를 먹는 하루와 해윤. 어린 시절 얘기를 하면 맘이 애틋하다. 조금 즐거웠던 일은 무척 행복했던 것 같고, 슬프고 힘들었던 일도 그럭저럭 견딜만했던 것 같다. 재혼으로 행복해 했던 부모님과 함께여서 행복했던 7년, 그 행복감을 공유했던 해윤과 하루. 해윤은 의젓해진 하루가 새삼스럽고, 하루는 해윤이 편안하고 든든하다.
현태는 심난해 활에게 화를 낸다. 수인에게서 온 결혼식 사진을 들이대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다. 어떻게 결혼한 걸 알리지 않을 수 있냐고, 친구가 맞느냐고 따진다. 활은 개인적인 일이니까 신경 끄라고 말한다.
“그런 줄 알고는 있었지만 너 정말 정 떨어진다.” 화난 현태.
현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인에게 맘을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큰 상실감을 느낀다.
부모님 묘소에 다녀온 뒤로 센티멘털해진 해윤은 지나가는 말투로 불쑥 상희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우리 부모님처럼 살래?”
“그래, 살자. 내가 그 집으로 들어가?”며 가볍게 받아넘기는 상희.
밤에 집에 오라는 상희의 은근한 유혹이 해윤은 어쩐지 기쁘지가 않다. ‘잠자리하는 친구’일 뿐 상희에게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신에게 올인하지 않는 상희가 서운한 해윤.
“싫으면 싫다고 딱 잘라 말해. 둘러대는 게 더 기분 나쁘다.”
상희에게 서운한 내색을 한 게 맘에 걸리는 해윤은 하루에게 넋두리를 한다. 하루는 질투는 좀 나지만 “그 언니 뭐 그러냐?”며 해윤을 위로해준다. 그날 밤 해윤은 상희의 집에 가지 않고 하루와 잠이 든다. 편집실에서 밤을 새고 온 활은 해윤의 침대에서 자고 있는 하루를 본다. 은근히 질투가 난 활은 자고 있는 해윤을 깨워 일을 떠안긴다.
종합선수권 대회 준비에 바쁜 하루. 수인은 하루의 몸이 뻣뻣하다며 재즈댄스를 배워보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해본 적은 있지만 춤은 꽝인 하루. 혹독한 수인의 훈련을 보고서도 오늘의 현태는 조용하다. 보통 때 같으면
“애 잡겠다, 마귀할멈.”
같은 투로 태클을 걸 텐데... 의아해 하는 수인. 해윤은 결혼식 사진 같은 거 보낸다고 활의 맘이 돌아서진 않을 거라며, 내가 도와줄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 그동안 무례하게 굴었던 거 미안하다고 말한다. 수인은 보통 때와 달리 부드럽고 점잖은 현태에게서 거리감을 느낀다.
비엘만 스핀을 하다가 날에 손가락을 베는 하루. 피 떨어지는 손가락을 쥐고 있는데 어디선가 풍호가 나타나 반창고를 붙여준다. 놀란 하루에게 고백하는 풍호.
“니가 안 다쳤으면 좋겠다. 항상 웃었으면 좋겠고..그럴 때마다 내가 니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일하고 있는 활에게 수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쁘다며 끊으려는 활에게,
“나 엘리베이터에 갇혔어. 추락할 거 같어. 나 이렇게 죽으면 당신 후회할 거 같지 않아?”
“비상벨 눌러.”
“그게 어디에 있는데?”
“야!”
“농담이야. 눌렀는데 아무 대답이 없어. 아저씨 자나 봐..”
엘리베이터에 갇힌 수인과 활의 통화. 둘은 결혼 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임신하고 싶었던 수인, 자식은 싫다던 활.
“밧데리도 없고 산소도 부족해.”
전화가 끊기고 활은 빙상장으로 달려간다. 활이 도착했을 땐 수인은 없고 엘리베이터는 수리 중이다. 스스로를 한심해 하며 나오던 활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인을 만난다.
“집에 데려다 줘.”
“싫어.”
“데려다 줘.”
“넌 어떻게 너만 아냐!”
수인을 만나고 심난한 활은 ‘2번 창고’에서 술을 마신다. 상희는 혼란스러워하는 활에게 아직도 수인에 대한 맘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한편 상희는 지난 밤 해윤에게 바람을 맞았던 걸 얘기한다. 결혼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꼭 해야겠단 생각도 없다. 활은 그게 니 문제라고 말한다.
“너한텐 니 감정이 젤 중요하잖아.”
“딴 사람 맘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어. 내 맘도 다 모르겠는데.”
정말 모르겠단 상희를 보고 활은 웃고 만다.
취한 활은 상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온다. 걱정되는 상희는 해윤과 현태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집에서 상희의 전화를 받은 하루는 투덜거리며 활을 찾아 나선다.
해윤은 현대카드 광고주에게서 뜻밖의 얘기를 듣고 놀란다. 활의 말로는 활의 아버지는 활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자식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했다. 그런데 활의 아버지가 부띠끄의 일에 대해서 다 꿰뚫고 있을뿐더러 이번 일을 돕겠다는 것이다. 활의 아버지의 계열사 전 직원에게 현대카드 가입을 하는 조건으로 현대카드 광고를 맡게 해주겠다는 것. 활이 싫어할 것임을 분명히 알지만 해윤은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활에겐 비밀이다.
하루는 집 앞에 널브러져 있는 활을 가까스로 끌고 와 보살핀다. 취한 활은 아이같이 투정이 많아진다. 토하고 주정하고 비틀거리는 활의 뒤처리를 해주는 하루. “으 드러~” 하지만 순간순간 두근거리고 설레고 부끄럽다. 두꺼운 팔, 넓은 가슴, 남자다운 얼굴이 좋아진다.
새벽녘 눈을 뜬 활은 침대 옆에 쭈그려 자고 있는 하루를 본다. 깨워 보내려는데 하루에게서 열이 난다. 미안해진 활은 해열제 찾아 먹이고 가습기 켜주고 재운다.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달아났다. 일거리를 붙든 활은 하루를 살펴보러 갔다가 놀란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하루가 자다가 일어나 구멍 난 연습복을 꿰매고 있는 것이다.
하루는 다정한 수인을 처음으로 대한다. 수인은 처음 스케이트를 했을 때 신동이라고 주목을 받았던 얘기를 한다. 그리고 하루와 같이 배우는 선수처럼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말한다.
“데니스 비엘만은 어떻게 그런 동작을 할 생각을 했을까? 그냥 나온 걸까? 원래 안무가가 짜줬던 걸까? 그러고 보면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있는 거다.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포인트가 아니라 그 동작을 했을 때의 아름다움이 있다. 피겨는 아름다움이다. 음악에 감정을 실어 연기하라. 매순간 네 감정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루는 선수로서, 여자로서, 스케이팅을 사랑하는 동호인으로 수인과 한층 가까워진 것 같다.
훈련을 마치고 차를 빼던 수인은 또 곤란을 겪는다. 마뜩찮게 보고 있던 현태가 보다 못해 나선다. 말도 없이 차를 확 빼주는데 더 곤란한 곳에 내놓고 간다. 말 붙일 겨를도 주지 않고 가버리는 현태. 수인은 허전함을 느낀다.
그런 현태를 본 하루는 코치에게 너무 못되게 굴지 말라고 한다.
“너무 미워하지 마요. 우리 코치님 의외로 좋은 사람인 거 같어.” 하다가 “어? 혹시.. 좋아하는구나? 아저씨 좋아하죠, 우리 코치? 얼레리꼴레리..”
새로 맡은 초콜릿 광고에 대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는 부띠끄. 싸우는 건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세 남자. 그때 현대카드 광고주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함께 일해 보자는 것. 신난 세 남자는 파티를 준비하고, 해윤은 활에게 아버지의 도움을 숨긴 게 맘에 걸려 현태에게 상의한다. 현태 역시 활에게 말하는 게 꺼려진다.
“우리가 왜 그 싸가지 없는 놈 눈치를 봐야 되냐..복도 많은 자식..”
현태와 해윤은 활에게 찔리는 맘으로 투덜거린다.
풍호는 재즈수업을 받고 있는 하루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수업을 마치고 데이트를 하는 하루와 풍호. 하루는 풍호가 액세서리(팔찌?) 하나를 관심 있게 보는 걸 보고 사서 채워준다. 하루를 집까지 바래다주던 풍호는 얼떨결에 부띠끄의 파티에 합류한다.
현대카드 파티~ 세 남자는 광고 콘티에 대한 얘기를 하며 티격태격하고, 하루는 몰래 술을 따라와 풍호에게 건배한다. 풍호는 얼떨떨하면서도 이들의 분위기가 맘에 든다. 뒤늦게 상희까지 합류해 파티가 무르익는데 현태가 이번 초콜릿광고 모델로 하루를 쓰자고 한다. 연기가 안 된다는 활, 모델료 챙길 수 있겠다는 해윤, 자기가 하겠다는 상희.
정작 당사자인 하루는 활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다. 가서 재워야겠다고 해윤이 안으려는데 풍호가 용기를 낸다.
“제가 할게요.”
“이놈이 어딜! 안 돼, 인마.” 풍호의 머리를 퍽 치는 해윤.
그 사이 활이 귀찮다는 듯 하루를 안고 방으로 가는데 하루가 뒤척인다.
“너 깼지?”
“어..”
“내려..”
활이 내리려하자 하루는 꽉 매달린다. 순간 찌릿 통하는 두 사람. 활은 가만히 하루를 안고 걷고 하루는 활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풍호를 보내고 돌아온 해윤은 아무렇지 않게 현태와 엮여 자고 있는 상희를 본다. 상희는 애인이 자신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자꾸만 따지고 있는 자신을 보는 현태.
어둠에 잠긴 활의 집. 취해 널브러져 자고 있는 사람들의 코고는 소리 사이로 연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슥삭슥삭.. 작업실에 있는 활. 하루의 연습복을 스케치하고 있다.
7. 엣지(edges) - 선택
현태는 일상 속의 하루를 찍고 다닌다. 광고주에게 하루의 사진을 보내 초콜릿 광고의 모델로 기용하겠다는 포부다. 모델 못한다고 펄쩍 뛰는 하루를 설득하는 현태.
“김연아도 하잖아. 요즘은 투잡이 대세야. 너도 장래를 생각해서 엔터테이너 쪽으로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
해윤은 고민 끝에 활에게 아버지의 도움에 대해서 말한다. 활은 무섭게 화를 낸다. 미안한 맘이 있었던 해윤은 몰아세우는 활에게 소리친다.
“그래, 너 잘났다 자식아! 누가 도와달라고 빌었냐! 재벌 아버지 덕 좀 보면 뭐가 어떤데!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하루는 풍호에게 스피드스케이팅 기술을 배워본다. 코너를 돌 때는 안쪽 에지, 직선에서는 바깥쪽 에지. 에지의 사용이 분명한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에서 점프할 때 에지 사용은 점수와 관련 있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자, 그것도 20대 후반의 남자선수들이 강세다. 곧 대회가 있는 풍호에게 프로다운 다부짐이 느껴진다. 새삼 하루는 풍호가 궁금하다.
“어떻게 스케이팅을 하게 됐어?”
하루는 풍호가 그리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힘들게 운동을 하고 있단 걸 알게 된다. 가여워하는 하루에게 풍호가 묻는다.
“너 좋아하는 사람 신활이지?”
초콜릿 광고 촬영장. 현태와 해윤의 사이에는 냉기가 흐르지만 일을 할 때만은 호흡이 척척 맞다. 눈빛만으로 상황을 척척 해결해 나간다.
장동건과 이별하는 청순한 애인 역을 맡은 하루의 변신. 화면에는 0.1초 얼굴이 나올 뿐이지만 가녀린 실루엣으로 하루는 광고주(광고부 과장)에게 흡족한 점수를 받는다. 헌데 맘에 안 든다는 감독(스타 감독)이 하루의 의상, 표정, 자세,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자신이 추천했던 배우가 하루 때문에 밀려 불만을 품고 있던 감독이다. 맘 좋은 광고주는 트러블 없이 감독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하고, 어쩔 수 없는 해윤과 활은 분노를 참는다.
비바람을 맞으며 고생하는 하루 때문에 해윤은 속상하다. 하루에게 냉정한 활 때문에 더 화가 난다. 빨리 촬영을 마치고 가려는 장동건은 짜증을 내고 촬영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다. 급기야 화가 난 해윤은 감독에게 화를 터트리고, 그 때까지 용케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활은 하루에게 치근덕대는 스텝에게 주먹을 날린다. 촬영장은 뒤집어진다. 참고 있던 하루는 눈물을 터트리고, 놀란 해윤은 흥분한 활을 잡으려 애쓴다.
초토화된 부띠끄. 감정을 접고 수습에 나선 활, 해윤, 현태는 지친 몸으로 ‘2번 창고’에 모인다. 해윤은 광고주를, 활은 감독을, 현태는 스텝을 달래며 사후처리에 바빴다. 소식을 들은 상희는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활과 해윤을 나무란다. 그때 수인이 들어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수인은 한번 와보고 싶었다며 상희에게 인사한다.
수인이 활의 전처임을 알 게 된 해윤은 어이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나있던 활은 보기 싫다며 수인을 거칠게 끌어낸다. 이를 본 현태가 활에게 맞서고 활은 수인을 놓고 나가버린다.
해윤은 활이 결혼을 했다는 것과, 부인이 하루의 코치라는 것,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화가 난다. 무엇보다 상희가 알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씁쓸하다.
“왜 말하지 않았어?”
“활이...”
“활이 그렇게 중요해? 너한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내 욕심인가 보다.”
현태는 수인에게 활을 두둔해준다. 아버지 문제로 녀석이 신경이 날카로워서 그렇다고. 수인은 금방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 같다. 맥 빠지는 현태. 그래, 둘은 부부였다.
재킷을 집어던지고, 쾅! 방문을 닫고 들어간 활. 하루는 어찌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다음 날, 하루는 연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시계만 본다. 누가 데리러 올 건지 궁금하다. 세 남자가 번갈아 하루를 데리러 오는 걸 아는 수인 역시 활을 기다리긴 마찬가지다. 해윤이 데리러온 걸 보고 실망하는 하루와 수인. 활을 걱정하는 하루를 본 수인은 직감한다. 하루가 활을 좋아하는 게 단순한 감정이 아닌 것 같다.
옷 갈아입는 하루를 기다리는 동안 풍호를 만난 해윤. 둘은 한 남자(활)를 좋아하는 두 여자 때문에 한탄하며 각자의 고민을 풀어놓는다. 동병상련의 두 남자. 해윤은 풍호가 맘에 든다며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결국 하루를 데리고 술집으로 간 풍호와 해윤. 하루는 멀뚱히 앉아 자신을 갖고 놀리는 오빠와 맞장구치는 풍호를 본다. 그런 하루에게 두 남자가 동시에게 묻는다.
“대체 신활, 어디가 좋냐?”
풍호와 다정한 하루의 모습이 서운하고 질투 나는 해윤.
“배신녀들. 그래, 가라 가. 다 가라.”
그때 해윤은 시집 간 누나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매형이 사고를 쳐 돈이 필요하다는 것. 며칠 전 어머니가 불시 방문을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는데 차마 말을 못하고 가셨던 것이다.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는 해윤.
어떻게든 말을 붙여보려고 애쓰는 하루에게 활은 냉랭하기만 하다. 활이 좋아하는 차를 만들어 주고, 졸졸 따라다니며 괜한 수다를 떨어도 무반응이다. 일 때문이려니 이해하려고 하지만 하루는 서러워지려 한다.
냉기가 흐르는 부띠끄. 해윤은 상희에 대한 상실감에, 돈 걱정에 맘이 무거운데, 아직 현대카드의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활이 답답하다. 현대카드 광고주에게서 전화가 오고 활과 해윤은 다시 대립한다. 해윤은 활에게 해묵은 열등감이 솟고, 수인과 아버지 문제로 심난한 활은 해윤의 치부를 건드려 화를 돋운다.
“누구든 자기 방식대로 사는 거야, 강요하지 마. 상희가 왜 힘들어하는지 알겠다.”
활이 보고 싶어서 부띠끄 주위를 서성거리던 하루는 해윤과 활이 크게 다투는 소리를 듣는다. 해윤을 몰아치는 활의 심한 소리에 화가 난 하루는 활에게 소리친다.
“못 됐다 진짜! 왜 그렇게 못 됐어요, 아저씨!”
고민하던 활은 아버지를 만난다.
“직원들은 무슨 죕니까.”
“고민했나 보구나. 단칼에 자를 줄 알았더니..”
“할 겁니다. 욕심나서요. 정말 하고 싶은 광고고, 이거 못하면 억울해서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습니다. 제가 얻은 기횐데 아버지가 망쳤어요.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분위기 썰렁한 아침. 현태는 여행을 가겠다고 짐을 꾸려나온다. 활은 뚱한 하루를 태우고 빙상장으로 간다. 사과하는 활에게 마음이 녹는 하루.
하루를 데리고 오는 활을 본 수인은 질투를 느낀다. 더 이상 이런 상태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수인은 최후통첩을 한다. 하루의 종합선수권 대회가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갈지 여기에 정착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활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 만약 다시 시작할 마음이 있으면 그 전에 알려달라고 한다. 마지막 기회이니...
해윤은 ‘2번 창고’에서 상희의 뒷정리를 돕는다. 상희는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다. 문을 나서기 전 해윤이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말한다.
“난 아닌 거지?”
힘없이 웃는 상희..
“활이냐?”
“아니...”
그렇게 해윤은 상희와 이별한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지쳐 잠든 활. 하루는 두근대는 맘으로 입을 맞춘다.
눈을 뜬 활, “그거 다시 해 봐.”
하루가 얼굴 빨개져 있는데 벨소리가 난다. 문을 열면 해윤이 서 있다. 취해서 하루의 품으로 쓰러지는 해윤.
8.콤비네이션 점프(combination jump) - 몸이 안다
글씨를 못 읽는 하루는 부띠끄 책장에 빽빽이 꽂힌 저 책들 속에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 요즘 활이 읽는 책이 궁금해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알 수가 없다. 하루가 궁금해 하자 활이 다 읽었다며 책을 준다.
해윤이 상희와 헤어졌단 얘기가 아침상에 오른다.
활 : 웰컴 투 싱글. 간만에 클럽이나 가자.
해윤 : 유부남이랑은 안 가.
하루 : 누가 유부남인데?
활이 결혼했었다는 걸 알게 된 하루는 놀라고 얼떨떨하다.
해윤은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 누나의 금전문제를 털어놓자 하루는 아버지가 준 통장의 돈을 쓰라고 한다.
“대출 받는다니까.” 날카로운 해윤.
“버릇 잘못 들인 니 잘못이야. 돈 해주고 생색내지 말고 그냥 알아서들 하라고 해.”
냉정한 활의 말에 해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하루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연습 중이다. 두 번째 점프를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높고 빠르게 회전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첫 번째 점프에서 넘어지면 두 번째는 기회조차 없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점프가 잘 된다. 머릿속이 온통 딴 생각인데 그냥 몸이 알아서 돈다. 그 얘길 수인에게 한다.
“니 몸이 아는 거야.”
하루는 아리송하지만 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활이 마음에 가득하니 생각지도 않았는데 활의 얘기가 자연스레 툭 튀어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새 수인에게 활에 대한 얘기를 주절거리고 있는 하루. 수인은 하루를 유심히 본다.
“그 아저씨 어디가 그렇게 좋아?”
“좋은 점요? 없어요, 별루.”
“그럼 좋아하지 마. 좋은 점도 없는데 뭐 하러 좋아하니?”
“아닌데요, 좋아하는 거. 사랑하는 건데요.”
부띠끄에서 활과 해윤은 묵묵히 일만 한다. 답답해진 해윤은 현태에게 전화해 빨리 안 오면 자리 없앤다고 협박한다. 활은 수표를 내민다.
해윤 : 됐다.
활 : 니 누나 주는 거야.
해윤 : 됐다니까.
활 : 나 고2 때 니 누나 좋아했었다.
어이없는 해윤은 그만 피식 웃고 만다. 해윤의 누나는 14살이나 연상이다.
활 : 진짜야.
해윤 : 미친 놈.
활 : 니 누나 시집 갈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데..
진짜라고 우기는 활을 보고 해윤은 돈을 챙기며 말한다.
“고맙다. 갚을게.”
하루는 대회 연습에 한창인 풍호를 보러 간다.
“활 아저씨 한 번 결혼했었대.”
“잘 됐다.”
“뭐가?”
“장애물이 하나씩 늘잖아.”
“그게 장애물인가?”
그러다 하루는 들고 다니던 책을 꺼내 풍호에게 부탁한다. 난독증임을 고백하고 책 좀 읽어달라고 한다. 풍호는 지난번 쪽지도 하루가 읽지 못했던 걸 알고 화를 낸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넌 그게 별로 안 궁금했던 거지?”
하루는 대답하지 못한다.
출출한 하루가 냉장고를 뒤진다. 먹을 거라곤 오이밖에 없다. 오이 냄새만 맡아도 토악질이 나온다.
활 : 2번 창고 가서 야끼우동 먹자.
하루 : 해윤의 눈치를 본다.
해윤 : 족발이나 시켜먹어.
활과 하루는 해윤을 버려두고 밤참을 먹으러 ‘2번 창고’로 간다. 상희는 활의 식성을 꿰뚫고 있는 하루, 활의 버릇을 따라하는 하루가 심상찮다. 거기에다 평소와 다른 활의 모습이 신기하다. 남 챙길 줄 모르던 활이 전혀 귀찮은 기색 없이 하루를 챙기는 것이다. 마치 다정한 연인 같다. 상희는 하루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느낀다.
해윤이 혼자 족발을 뜯고 있는데 친분 있는 광고주(과장)가 열 받는 일 있다며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한다. 나가려는데 현태가 귀환한다. 해윤은 막 들어오는 현태를 붙들고 광고주를 만나러 간다. 차장, 부장, 본부장, 이사까지 거치면서 너덜너덜해진 광고 콘티를 두고 광고주와 해윤과 현태는 같이 한탄하며 미친 것처럼 논다.
혼자 뒷정리를 하고 가게 문을 닫는 상희. 창으로 눈이 내린다. 상희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하루와 활은 눈 장난을 하며 노느라 수인과 풍호의 전화를 받지 못한다. 취한 현태와 해윤은 눈밭을 뒹군다.
다음날, 숙취로 힘들어하는 해윤을 챙기는 하루. 상희와의 이별 때문에 힘든가 싶어 상희가 원망스럽다.
“그 언니는 멀쩡하던데 오빤 왜 이래..”
활은 광고주와 회의를 하러가는 길에 하루를 빙상장에 태워주기로 한다. 해윤을 돌보며 함께 뒷자리에 타는 하루를 보고 질투가 난다.
“하루, 앞에 타. 술병 난 놈 뭐 이쁘다고..”
풍호의 대회가 있는 날이다. 응원하러 간 하루는 긴장한 풍호에게 초콜릿을 준다. 그래도 풍호는 심드렁하더니 뽀뽀 한 번 해주면 괜찮을 거 같다고 말한다. 하루는 이기면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신기록을 세우고 승리한 풍호는 하루를 꽉 안고, 하루는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축하의 뽀뽀를 해준다. 풍호의 친구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하루에게 장난을 걸자 풍호가 으름장을 놓는다.
“건들지마, 내 여자야.”
부끄러워하면서도 할 건 다 하는 풍호.
느닷없이 나타난 현태는 수인의 얼굴에 케이크를 묻힌다. 생일 축하한다며 여행지에서 산 선물까지 준다.
“반갑죠? 나 보고 싶었던 얼굴이네.”
수인은 현태가 정말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예전처럼 장난치며 수다 떠는 현태가 고맙다.
“고마우면 한 번 자봐. 나랑 한 번 자면 신활 같은 놈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니깐.”
수인은 농담으로 받지만 현태는 진심이다.
망설이다 ‘2번 창고’를 찾은 해윤은 평소와 다름없이 대하는 상희를 보고 허탈하다.
“며칠이나 안 봤는데 궁금하지도 않던?”
투정하는 해윤에게 상희는 허전하고 외로워서 밤마다 술 마시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해윤은 믿지 않는다.
상희 : 니가 그렇게 보면 심장이 막 콩콩 뛴다?
해윤 : 그래서?
상희 : 그냥 그렇다구. 떡볶이 먹을래, 해줄까?
상희의 고백에도 해윤은 더 이상 기대감이 없다. 그 순간에 온 자신을 내맡길 만큼 절실하지 않는 건 이제 해윤 자신이다.
하루는 가기 싫다는 활을 억지로 끌고 백화점엘 간다.
“현태 아저씬 어떻게 울 코치님 생일을 다 아나 몰라요. 암튼 선수야.”
하루는 수인의 생일선물을 고르고, 심기 불편한 활은 귀찮아하면서도 따라다닌다.
활과 쇼핑하는 게 마냥 좋은 하루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런 하루를 지켜보는 활 역시 행복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활은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다. 그런 활의 감정을 맨 먼저 건드리는 건 현태다.
“솔직히 말해 봐. 너 하루한테 진심이지?”
활은 대답하지 못한다.
그날 밤 활은 저녁을 먹자는 수인의 초대에 응한다. 자신의 맘을 제대로 알고 싶기 때문이다. 집으로 활을 초대한 수인은 하루에게 질투하는 자신의 맘을 털어놓으며 사랑 고백을 한다. 줄곧 도도했던 수인이 활 앞에 무릎을 꿇고 감정을 드러낸다. 활이 떠나고 그리고 어머니가 떠난 뒤의 외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활은 수인을 향한 미련과 하루에 대한 감정으로 혼란스럽다. 용서를 구하는 수인을 안는 활.
다음날 아침, 하루의 의상이 배달된다. 하루도 해윤도 현태도 모르는 일이다. 활이 디자인하고 주문한 걸 알게 된 하루는 기쁨을 감출 수 없다. 현태는 활을 노려본다. ‘어쩔라구.’
좋아라 활의 뺨에 뽀뽀하는 하루 때문에 해윤은 질투가 난다.
9. 스텝(step) - 미래
기분이 좋은 하루는 링크 위로 훨훨 난다. 넘어져도 기운차게 일어나고 활주에 힘이 넘친다. 남자 프로선수 야구딘의 스텝을 흉내 내고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도 하며 장난친다. 신이나 혜진의 음악에 맞춰 연기하기도 한다. 수인은 다른 선수의 프로그램을 다 외우고 있는 하루가 놀랍고 어이없다.
“지 꺼나 제대로 하지...”
타박을 했지만 하루의 천재성이 놀라운 건 사실이다. 혜진은 그런 하루가 얄밉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익힌 건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게 아닌가. 한두 번 보고 장난삼아 처음 해보는 거라는 하루의 말을 믿을 수 없을뿐더러 그게 사실이라면 더 기분 나쁜 일이다. 혜진은 수인에게 항의를 하며 코치를 바꾸겠다고 선언한다.
광고주 차장이 원하는 대로 음악을 바꿨더니 이번엔 부장이 모델의 의상이 맘에 안 든다고 한다. 임수정에게 마릴린 먼로 옷을 입혀보잔다. 잔뜩 짜증이 나 들어온 해윤은 활이 하루의 마중을 갔단 얘길 듣고 불안한 생각이 든다. 현태는 둘이 좋아하는 거라며 해윤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경기에서 우승한 풍호는 국제 대회를 준비하고 하루는 그런 풍호가 부럽다. 진로에 대해서도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풍호는 그 계획에 하루도 함께 하자고 한다. 풍호의 얘기를 들으며 우울해지는 하루.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유학도 코치 생활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하루의 맘을 알아 챈 풍호는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준다. 그리고 활이 준 책을 하루에게 읽어준다. 다정하게 앉은 둘 사이에 활이 나타나 하루를 데려간다. 씁쓸한 풍호는 활을 붙들어 정면으로 묻는다.
“하루 좋아합니까?”
입구에서 불쑥 “못난이 나와!” 하고 주차장으로 가버리던 활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대기실에서 하루의 스케이트구두를 벗겨주는가 하면 간식과 옷 같은 것도 챙겨준다. 그런 활을 놀라워 보는 수인과는 달리 하루는 이제 그런 활이 익숙하다.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한다.
“간밤엔 어디 갔었어요? 바람피우기 없기.” 같은 투다.
비록 맞장구치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냉소하지도 않는 활이 수인은 의심스럽다. 간밤의 활은 자신에게 어떠했던가. 이렇게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하루는 수인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 활이 같이 고른 것이란다.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어린 조카에게 하듯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엔 활의 미소가 너무 환해서 불안하다.
부띠끄에선 잃어버린 자료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로고송에 맞춰 만들어 놓은 춤 동작 콘티가 날아가 버린 것. 기억하고 있는 대로 해보지만 뭔가 엉성해 머리를 쥐어뜯는 부띠끄 남자들. 그때 하루가 그대로 동작을 다 해 보인다. 얼핏 지나가며 본 그림인데 다 외우고 있는 하루. 하지만 그림에 적혀 있던 로고송의 가사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제서야 활은 하루가 난독증임을 안다. 전문치료 기관에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활의 말에 하루는 이대로 사는 데 지장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맘이 초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활의 책을 펼쳐보는 하루...
수인은 활에게 만나자고 전화했지만 활은 거절한다. 조금은 맘이 풀린 것 같았는데 다시 원점이다. 답답해진 수인은 무작정 ‘2번 창고’로 간다. 상희에게 답답한 맘을 털어놓고 있는데 부띠끄 남자들이 들어오고, 수인은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겉도는 얘기들을 한다. 해윤은 둘이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는지 묻는다. 활은 엄연히 말해 결혼한 것 아니라고 해서 수인에게 상처를 준다. 수인은 은연중에 현태를 이용해 활의 질투심을 자극하려 하고, 현태는 그런 수인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그러다 문득 상희가 묻는다.
“하루는?”
“훈련 갔..! 근데 코치님은 왜 여기 있어요?”
수인은 오늘 빙상장의 내부수리로 훈련 취소됐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순간, 놀란 세 남자. 해윤이 전화해보지만 하루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해윤이 빙상장으로 가려는데 활이 손을 잡는다.
“못 찾으면 곧장 전화해.”
걱정하고 있는 활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좌중.
문이 잠긴 빙상장. 해윤이 보니 하루는 혼자 지상 훈련을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뛰고 있는 하루. 맘이 아픈 해윤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소식을 전한다. 하루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고는 덤덤히 “왠지 그런 내용인 것 같았는데 몸이나 풀고 가려고.” 한다.
모처럼 해윤과 데이트를 하는 하루는 풍호의 꿈 이야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는다. 해윤은 어린 시절 일화를 얘길 하며 하루가 잘 극복할 것이라 위로해 준다. 하루가 애틋하기 그지없는 해윤은 죽을 때까지 하루 옆에 있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2번 창고’에서는 결혼과 미래에 대해 얘기 중이다. 결혼 생각이 없는 상희가 독거노인이 되면 한 달에 한 번씩 들여다 봐주겠다는 현태. 상희는 눈물 나게 고마운데 현태도 행려병자 되기 쉽다고 놀린다. 해윤에게 하루가 무사하단 전화를 받은 활은 야근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인은 그를 쫓아가 기회를 달라며 키스를 한다. 그 장면을 본 현태는 활에게 제대로 처신하라고 충고한다.
하루는 야근하고 있는 활에게 만두를 쪄준다. 심난한 활은,
“너랑 노닥거릴 시간 없다 꼬맹아.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하루를 아이 취급하며 냉랭하게 내친다. 하지만 하루는 끈덕지다. 일하고 있는 활 앞에 ‘왜 기분이 안 좋아요?’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준다. 하루는 활에게 궁금한 게 너무 많다. 무시하던 활이 그림으로 답하고 둘은 그림 대화를 나눈다. 활은 절로 하루에게 손이 간다.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만지고 싶다.
“널 어떻게 하면 좋겠니, 꼬맹아..”
가발 쓰기 싫다는 임수정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뺀 해윤은 힘들어 못해먹겠다고 투덜댄다. 활에겐 대학 특강 제의가 들어오고, 현태는 영화 시나리오를 써볼까 한다. 광고를 향한 열정은 어디 가고, 지친 세 남자는 각자의 일탈을 꿈꾼다.
광고가 아니라 다른 일에 신경이 팔려 있는 세 남자의 아침, 아침을 먹으며 건성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던 중 해윤이 불쑥 말한다.
“니 마누라한테 하루 난독증인 거 얘기했어? 아는 체는 말라고 하지..”
하루가 듣고 깜짝 놀란다. 활의 부인이 코치인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하루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해윤 : 헤어졌다잖아.
현태 : 건 모르지, 또...
활 : 상관없는 일이야. 관심들 꺼.
하루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수인을 아래위로 뜯어봐도 활이랑 어울리지 않는다. 질투심을 넘어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든다. 수인의 인사에도 말똥말똥 쳐다보고, 질문에도 대답않고 빤히 노려볼 뿐이다. 그때 다른 코치가 수인에게 말한다. 빙상연맹에서 수인의 코치 자격 박탈을 논의할 것 같다는 것이다. 혜진의 어머니가 수인이 혜진의 곡과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훈련시켰다는 건 코치 자질 부족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하루의 대회 출전자격까지 박탈될지도 모르는 상황.
상황을 모른 채 훈련에 임하던 하루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활과 수인이 한때 부부였단 생각을 하니 자꾸만 수인에게 화가 난다. 야단치는 수인에게 하루는 급기야 소리치고 만다.
“뽀뽀도 했어요, 우리!”
하루의 연습을 보러 왔던 풍호도 그 소리를 듣는다.
어이없이 보던 수인에게 보란 듯이 점프를 해 보이려던 하루는 그만 펜스에 부딪쳐 부상을 당하고 만다. 빙판 위로 퍼지는 피.. 놀란 풍호가 하루를 업고 뛴다.
10. 이나바우어(ina bauer) - 엇갈림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온 해윤은 걱정했던 것보다 하루의 부상이 가벼운 걸 보고 안도한다. 하지만 하루는 활이 오지 않은 것 때문에 서운하다. 풍호는 하루의 부상으로 놀란 충격에 기흉이 재발해 치료를 받는다. 3년 전에 기흉 수술을 받았다는 풍호의 얘기를 듣고 하루는 놀랍고 궁금하다. 흉터를 한 번 보자고 한다. 민망해 하면서도 풍호는 수술 자국을 보여준다. 신기해 만져보는 하루..
“힘들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운동하는 풍호가 대단한 것 같다. 만만하게 보아왔던 풍호가 새삼 어른스럽고 든든하게 여겨진다. 하루는 수인이 활의 전부인임을 말하고 그래서 코치가 자신을 험하게 다루었던 것 같다고 투덜거린다.
하루의 부상이 걱정되는 수인은 몇 번이나 하루의 몸을 체크하고, 그런 수인에게 하루는 아직도 활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수인은 단호하게 말해둬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부부야. 그리고 이건 우리 문제야. 꼬맹이가 신경 쓸 일이 아냐.”
그때 현태가 들어오며 말한다.
“둘 사이에 최 코치가 낀 걸 수도 있어.”
수인은 하루를 부채질하는 현태에게 화를 낸다.
늦은 밤, 활이 하루의 병실을 찾는다. 하루의 곁을 지키고 있던 풍호는 활이 달갑지 않다. 하루를 두고 장난질치지 말라며 활을 비난한다. 활은 왠지 물러서고 싶지 않은 치기가 생긴다. “넌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 같니?” 말하고 후회하는 활.
광고 촬영장 - 광고주는 이미 협의된 모델의 헤어와 의상을 가지고 계속 수정을 요구한다. 급기야 모델은 짜증을 내고 해윤은 난처하다.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던 활은 감독을 몰아세우고, 해윤은 광고주의 맘을 달래려 애쓰며 간신히 촬영을 진행시킨다. 감독은 모델을 미소 짓게 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데, 활 때문에 맘이 상한 모델은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결국 해결에 나선 활은 모델과 일대일 면담을 하고 가까스로 촬영은 재개된다.
훈련을 쉬게 된 하루는 그렇게 바랬던 휴식시간이 너무 지루하다. 심심해서 이리저리 뒹굴다 부띠끄 청소를 한다. 어설프게 정리했다가 망칠 수 있을 것 같아서 흩어져 있는 채로 두면서 먼지를 닦는다. 힘든 촬영을 마치고 들어온 부띠끄 남자들은 지쳐 쓰러진다. 하루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물이다 안마다 부산하게 챙기려드는데, 활은 귀찮다며 하루를 뿌리친다. 그런 활에게 해윤은 화를 내고, 하루는 활을 몰아세우는 해윤을 말린다. 황당한 해윤은 하루에게 소리치고 만다.
“너도 작작 좀 해! 저 자식은 너 여자로도 안 봐!”
“오빤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해윤에게 혼나고 서러워 울음을 터트리는 하루.
“여잔 여자지. 어린 여자.”
활은 장난치듯 가볍게 말해서 해윤과 하루에게 더욱 분노를 산다.
하루는 온종일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방안에 틀어박혀 있다. 해윤은 어떻게든 말을 걸어보려 하지만 틈을 찾지 못하고 하루 주위를 맴돈다. 보다 못한 현태가 같이 놀러가자며 해윤과 하루를 끌어낸다. 자고 있는 상희까지 불러내 넷이서 자전거를 탄다. 놀면서 차츰 맘이 풀린 하루는 활이 보고 싶다. 현태에게 햇살과 바람과 나무를 찍어달라고 한다. 활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현태는 그런 하루가 이뻐서 투덜댄다.
“그래도 그 자식이 아직 이성이 남아있으니 다행이지...”
상희와 해윤은 활과 하루의 문제로 의견 대립을 보인다. 해윤은 사랑하면 뭐가 걸리겠느냐는 상희의 말에 상식적이지 않다며 화를 낸다. 상희는 해윤이 답답하고 해윤은 상희가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것 같다. 더더욱 걱정되는 건 활 역시 상희처럼 생각할 것 같다는 것이다.
한편 수인은 빙상연맹에서 하루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활을 만나 그 얘길 전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활은 화가 난다.
“넌 책임감도 못 느껴? 코치라는 건 선수랑 한 맘이 돼야 되는 거 아냐? 애가 대표가 되든 말든, 너는 니 살 길 찾을 생각뿐이냐?”
“같이 가자고 해도 하루가 안 갈 거야. 우리 때문에...”
“우리가 뭔데. 지 꿈보다 우리가 대단할까?”
“지 꿈이 대단하다면 같이 데려가 달라고 지가 먼저 말해야지. 안 그래?”
“걘 아직 어려.”
“어리지.... 같이 살아. 한번만 더 살아봐. 그래도 아니라면 믿을게.”
활은 가만히 수인을 본다. 심난하다.
풍호는 코치에게 혼나면서도 하루에게 손 흔드는 걸 멈추지 않는다. 관중석에 앉아 풍호의 훈련을 구경하고 있는 하루는 민망하지만 기분은 좋다. 훈련을 마친 풍호에게 하루는 공책에 그려놓은 움직이는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으로 풍호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 것. 풍호는 감동도 잠시, 활이 하루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활을 사랑하는 하루의 마음이 안타까운 풍호는 그래도 하루 옆에 있는 쪽을 선택한다.
“너한테 상처 주면 그 남자 죽여 버릴 거야.”
광고 시사회 - 과장이 원하는 헤어, 차장이 원하는 음악, 부장이 원하는 의상, 본부장이 원하는 카피로 완성된 광고를 본다. 맘에 들지 않는 광고를 보며 부띠끄 남자들은 한숨을 삼킨다. 광고주들 역시 맘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어쩌다 광고가 이렇게 됐는지 설왕설래를 주고받다가 결국 화살은 부띠끄로 쏠린다. 해윤은 억울해 반발도 해보지만 이 모든 제안들을 컨트롤하지 못한 건 결국 니들 탓이라는 비난에는 할 말이 없다. 활은 묵묵히 의견들을 받아 적고 촉박한 날짜에 맞춰 다시 만들어 오겠노라고 약속한다.
시사회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활은 집에서 나가 수인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한다. 축하하는 해윤과 달리 현태는 상심한다. 수인과 재결합하는 거냐고 따져 묻는다. 활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활의 제멋대로에 화가 난 현태는 상희에게 가 푸념을 늘어놓다가 수인의 집으로 간다.
“결국 성공했네, 코치. 그 병뚜껑 같은 놈이 어디가 좋다구...”
취한 현태는 수인에게 주정을 하며 잠들어 버린다.
하루는 활이 수인의 집으로 들어갈 거라는 얘기에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지는데 활은 ‘내가 가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한다. 설움이 북받친 하루는 눈물을 터트린다.
“나 좋다는 남자 많아요! 아저씨 아니라도 괜찮아!”
하루는 눈물에 젖어 퉁퉁 부은 눈으로 훈련에 임한다. 수인은 아무 말도 않고 하루를 지켜본다. 어금니를 깨물고 악착같이 연습에 임하던 하루는 점프를 뛰고 고통에 휩싸인다. 예전에 부상당했던 무릎이 아파온다.
11. 4분 30초 -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간
현태는 자전거 친구 용이 감독을 만나 놀며 시나리오 얘기를 하다가 대화로써 거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스토리에 흥분한 두 사람은 영화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다.
강단에 선 활은 학생들의 열띤 질문을 받고 토론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하루는 스케이트 날로 빙판을 내려친다. 무릎은 아프고 몸은 말을 듣질 않는데 수인은 계속해서 야단을 치고 있다.
“그렇게 할 거면 나와라 얘. 안 그래도 너 국가대표 자격도 안 준다는데..”
수인의 말에 화가 난 하루는 코치가 뭐 그러냐며 소리친다.
“자기 선수가 말도 안 되는 걸루 짤리게 생겼는데 가만있을 거예요?”
“내가 힘이 없잖니. 그리구 잘못은 니가 했는데 내가 왜?”
“같이 사니까 그렇게 좋아요?”
“어. 디게 좋다.”
“그 아저씨 반찬 투정도 심하구 결벽증 있는 거 알아요?”
“내 남편인데 모르겠니?”
하루는 분해서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걸 꾹 참고 스케이트를 탄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물어본다.
“둘이 한 침대 써요?”
기분이 나쁜 하루는 괜한 심술을 풍호에게 부린다. 그때 현태와 활이 다가온다. 활을 보고 반가워 미소 짓던 하루는 금세 시무룩해진다. 현태는 하루를, 활은 수인을 데리러 온 것이다. 현태와 하루가 보는 앞에서 수인과 활은 보란 듯이 차를 타고 가버린다. 풀 죽은 하루와 현태는 한숨 속에 드라이브한다.
활과 수인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거리를 거닐며 데이트한다. 활은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어울린다. 더 이상 수인이 밉지도 설레지도 않다는 걸 활은 이미 알고 있다. 수인을 좋아하지만 그녀를 위해 같이 사는 건 아니다. 단지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하루를 정리하고 싶을 뿐이다. 수인은 예전의 감정을 되찾지 못하더라도 관계는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복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마다 고통스러워진다.
해윤은 질 게 뻔한 하나로텔레콤 pt를 앞두고 심난하다. 상희와 술을 마시며 살아남기 힘든 부띠끄의 형편에 대해 푸념한다. 상희는 가게가 곧 철거당할 거라고 한다. 해윤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덥석 계약한 상희가 어이없다. 가게 운영이 잘 안 돼 빚만 잔뜩 지고 사라질 운명인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상희는 오늘 취했던 곳이 내일 사라진다니 낭만적이지 않냐고 한다. 알딸딸하게 취한 시점, 상희와 해윤은 눈이 맞고 키스를 한다.
상희 : 자고 갈래?
해윤 : 그게 뭐냐? 자다 말다.. 너 아무 남자한테나 다 그러지.
상희 : 그냥 너하고 자는 게 좋아서...
하루는 집안 곳곳에서 활의 흔적을 찾는다. 마당에서 활의 차를 보고 반가워 달려가면 활은 바쁜 듯 가버린다. 눈 마주치고 얘기하려 들지도 않고 빙상장에 태워다 달래도 해윤이나 현태에게 미룬다. 하루는 몸도 마음도 다 아프다. 식구들 몰래 무릎의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이 무릎으로 운동을 하는 건 무리라고 한다. 하루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어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므로.
부띠끄에서 하나로텔레콤 pt 준비를 건성으로 하고 있다. 이미 다른 대행사에서 하기로 내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pt이다. 현태는 영화 시나리오의 재미를 얘기하고, 활은 학생들의 신선함과 열정에 대해 얘기한다. 해윤은 집중하지 않는 두 친구한테 화를 낸다.
“재미? 열정? 지금 니들이 해야 될 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거거든.”
하지만 현태와 활은 회의적이다.
“왜? 뭘 위해서?”
훈련이 끝나고 수인을 복도에서 만난 하루.
수인 : 너 요즘 좀 이상해.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 어디 아픈 거야?
하루 : 코치님이야말로 어디 아프신 거 아니에요? 얼굴에 버짐이 잔뜩 폈어요.
수인 : 깨꽃이겠지. 요즘 깨가 쏟아지거든.
하루의 무릎 부상을 알게 된 풍호는 걱정을 한다. 하루는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매일 받으니 괜찮아질 거라고 한다. 그래도 풍호가 제대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자 짜증을 낸다. 풍호는 같이 운동하는 선수로서 하루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하루가 더 힘들어질까 걱정이다.
짜증을 낸 게 미안했던 하루는 밤 연습을 펑크 내고 풍호와 데이트를 한다. 한편 부띠끄에선 활이 퇴근 시간이 다 됐는데도 미적거리고 있다.
해윤 : 그렇게 들어가기 싫은 걸 뭐하러 합쳤냐?
현태 : 내가 대신 들어갈까?
활은 하루를 기다리고 있는데 수인의 전화를 받는다. 하루가 훈련을 땡땡이 친 걸 알고 찾아 나선다. 풍호에게 전화한 해윤은 둘이 같이 있다더라고 활에게 전한다. 집으로 들어오던 하루는 활을 만나고, 그냥 가려는 활을 붙든다.
“가지 마요. 내가 더 잘할게요. 사랑해요.” 울며 애원하는 하루.
하지만 활은 어린애랑 놀 생각 없다며 매정하게 하루를 뿌리친다.
그날 밤, 수인은 첫날밤도 아닌데 긴장된다. 일하고 있는 활을 기웃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자리를 피하곤 한다. 눈치 챈 활이 수인을 안는다. 침대로 옮겨가지만 수인은 곧 활을 밀어낸다. 착잡하다. 활의 맘이 딴 데 가 있단 걸 깨닫는다.
“설마 하루야?”
묻는 수인을 두고 활은 말없이 나온다. 심난하다.
해윤은 홀로 울고 있는 하루의 눈물을 닦아준다. 예전 활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맘 얻게는 못해도 맘 흔들 수도 있을 거라던...
하나로텔레콤 pt에 다녀온 세 남자는 허탈하다. 다 알고 있었지만 기운이 나지 않는다. 그때 활이 다 관둬버리자고 한다. 현태는 시나리오에 빠져 있고, 활 자신은 교단에 서고 싶기 때문이다. 유학을 하든지 더 공부하고 싶은 용의도 있다. 교수는 답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뛰어드니 열정이 있더라고 한다. 해윤은 펄쩍 뛴다.
“회사 나오라고 한 게 누군데!”
현태와 활은 할 말이 없지만 맘을 바꿀 생각이 없다.
하루는 활을 봐도 모른 체 하고 수인에게도 깍듯이 대한다. 그런 하루를 보는 수인의 맘은 복잡하다. 하루를 데리러 온 현태에게 술을 먹자고 한다. 현태, 활, 수인, 하루가 ‘2번 창고’로 들어서자 이미 해윤이 취해 있다. 실망하고 서운해 활에게 욕을 퍼붓는 해윤. 분위기 싸늘한 가운데 하루가 피곤하다며 일어선다. 그때 활이 데려다주겠다고 나선다.
“니가 왜!”
막아서는 해윤을 노려보는 활.
12. 싯스핀(sit spin) - 비상을 위한 안간힘
숙취에 시달리며 깬 수인은 옆에서 자고 있는 현태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간밤에 어찌 된 건지 기억이 없다. 흔들어 깨워도 현태는 일어날 줄을 모른다. 후다닥 나와 보니 활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자긴 어디서 잤어?”
“소파.”
수인은 어이가 없다가 절망을 느낀다. 현태와 누워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활의 진심을 읽는다. 뒤늦게 눈을 뜬 현태는 서양식 아침상이 맘에 안 든다. 눈치도 보이고 해서 하루한테 해장국 끓여 달래야겠다며 나간다.
“자기도 하루 해장국 먹고 싶으면 가지 그래?”
“걘 매운탕을 더 잘 끓여.”
“욕실 형광등 좀 갈아줘. 불이 나갔어.”
“있다 저녁에...”
활은 출근하는 길에 하루를 만난다.
“못 보던 목도리다?”
“선물 받았어요.”
“누구? 풍호? 니들 아직 만나냐?”
“남이사.”
“그거 두르니까 너 꼭 목도리 도마뱀 같다.”
“신경 끄시죠.”
“그건 내 대산데. 말투까지 따라하니? 나 너무 존경하지 마. 너 그러다 리틀 활 된다.”
하루는 째려보고 활은 휘파람 분다.
활과 현태는 해윤의 눈치를 본다. 해윤은 하기 싫다는 놈들 억지로 붙들어 할 생각 없다고 자존심을 세우지만 여전히 화가 나 있다. 마지막 광고의 콘티를 짜면서 사사건건 불평하고 트집 잡는 해윤 때문에 회의는 엉망진창이 된다. 말싸움에 지친 활은 해윤에게 멋대로 해보라고 한다. 해윤은 왜 내가 하느냐며 화를 터트리는데, 현태는 눈치를 보다가 약속이 있다고 한다. 화가 난 해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감독과 투자자들을 만나기로 한 현태는 활에게 하루를 데리고 오라고 부탁한다.
아침에 욕실 형광등을 가지고 씨름을 하다가 결국 전구만 깨먹고 실패한 수인은 심기가 편지 않다. 평소보다 더 혹독하게 하루를 몰아치는데 하루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섭게 훈련에 임한다. 게다가 오늘은 무슨 약을 먹었는지 김연아보다 잘한다. 훨훨 나는 하루를 보며 수인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하지만 하루가 듣게는 하지 않는다.
“쟤가 오늘 왜 이렇게 잘해.” 하다가도 조금만 실수하면 여지없이 매섭게 소리친다.
“잘 한다 잘해. 그것도 스핀이라고 도니? 엉덩이!”
하루는 야단을 맞아도 묵묵부답이다. 무릎이 아픈 줄도 모르고 신들린 듯이 연기한다. 그때 수인은 문득 시선을 느낀다. 하루를 지켜보고 있는 활의 시선을..
하루는 활이 데리러 온 게 기쁘면서도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해윤이한테 혼나기 싫다.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수인은 활이 얄밉다.
“조강지처 엿 먹이면 벌 받아.”
“조강지처도 아니고, 엿 먹인 것도 아니지만, 벌 받지 뭐.”
수인은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참고 하루의 무릎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물으면 괜찮다고만 하는데, 당신이 한 번 물어 봐. 재주껏..”
수인은 눈물을 삼킨 채 쓸쓸히 돌아선다.
활은 아무 말 없이 병원 앞에 차를 세운다. 하루는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며 소리친다.
“부인한테나 신경 쓰시죠!”
“니 코치가 니 무릎이 신경 쓰인다고 해서 말야.”
활은 강제로 하루를 어깨에 메고 병원으로 들어간다. 의사는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으면서 쉬어야 한다고 진단을 내린다. 하루는 대회 때문에 쉴 수 없다고 우기고 활은 미래를 생각하라고 한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영영 대회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하루는 이대로 멈출 수 없다고 소리친다. 활은 어떻게 해줄 수 없음에 안타깝다.
현태는 감독과 투자자를 만난다. 현태의 시나리오가 무지 맘에 든다는 투자자. 일사천리로 풀리는 일에 현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그때 수인이 전화가 온다. 안 바쁘면 집에 좀 올 수 있겠냐는 것.
“집에? 둘이서 뭐하게?”
차마 친구가 필요하단 말을 할 수 없는 수인이 말한다.
“형광등 좀 갈아줘요.”
“아줌마, 댁 남편 뒀다 어따 쓸 거유.”
현태의 거절에 수인은 상심한다. 수인은 혼자 형광등을 갈아 끼우려다 감전을 당하고 엉엉 울고 만다.
활은 어느 대학의 강의를 맡는다. 해윤은 활과 현태를 무시하고 말도 하지 않는다. 사무실로 오는 전화도 받지 않고 광고 부탁도 거절한다. 카드대금에 대출금 이자 청구서가 쏙쏙 날아들고, 큰 대행사에서 하청 받아 하고 있던 콘티는 캔슬피도 받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된다. 현태와 활은 해윤이 할 일을 찾을 때까지 부띠끄 운영을 하겠다고 하지만 해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상희에게 푸념하던 해윤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다. 상희가 가게의 손님 누군가와 친밀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는 것.
“뭐야? 그 새 딴 놈 생겼어?”
“생기긴. 그냥 데이트만 하는 거야..”
해윤은 마음이 허하다.
수인의 집은 어둠에 잠겨 있다. 하루를 데려다 주고 귀가한 활은 조용히 소파에 눕는다. 어두운 방 침대 위에 옹송그리고 앉은 수인은 결심을 한다.
해윤이 말리는데도 하루는 빙상장으로 간다. 하루의 부상 얘기를 들은 수인은 하루에게 방치한 부상이 얼마나 큰 재난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얘기한다.
“내가 바로 그 케이스야.”
수인은 부상을 참고 있다가 결국 선수 생활을 접게 된 자신의 과거 얘기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하루 쉬면..”
“보충해야지. 그거 무서워 못 쉬는 거면 일찌감치 포기하구.”
우는 하루의 옆을 지켜주는 건 풍호다. 그런 풍호의 모습이 수인은 남일 같지가 않다.
수인 : 너 힘들겠다.
풍호 : 못 보면 더 힘들어요.
풍호와 나오던 하루는 같이 밥 먹자는 활을 퇴짜 놓고 풍호와 가버린다. 풍호를 이용한 것이 미안한 하루는 아직 활을 사랑하고 있음을 밝힌다. 풍호는 그런 하루에게 말한다.
“내가 포기하기 전에 니가 먼저 싫증났음 좋겠다.”
해윤은 상희가 새 남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가는 걸 본다.
현태는 영화팀과 시나리오 얘기를 하다가 깜박이는 형광등을 본다.
활은 하루가 책에 그려놓은 그림을 본다.
하루는 짐을 싸 시골로 간다.
수인은 활의 짐을 싸 내놓는다.
13. 활주 (skating) - 나아가다
활, 현태, 해윤은 쇼핑을 한다. 활과 현태는 아직도 해윤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춰주고 있다. 쇼핑 역시 해윤이 애용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라서 싫은 걸 억지로 나온 것이다. 멋쟁이 해윤은 패션에 밝고 브랜드에 약하다. 그만큼 많이 고르고 많이 망설인다. 맘에 드는 코트를 몇 번이나 입어보고 비싼 가격에 고민하다가 결국 찜해두고 내일 와서 사겠다고 한다. 활은 취향이 분명하고 사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현태는 충동구매 한다.
해윤은 우울해 하고 있을 하루를 걱정하고 현태는 홀로 있을 수인을 걱정한다. 해윤은 계속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게 없다. 다시 큰 광고대행사로 들어가자니 후배를 상사로 모셔야 할 판이고, 불투명한 부띠끄의 미래를 같이하겠다고 나서는 동료도 없고, 자신이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활, 현태, 상희,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더 좋았었단 생각이 든다.
현태는 수인에게 하루가 시골로 내려갔다고 전한다. “형광등은 갈았어요?”하며 욕실로 들어가 본 현태는 탁상용 스탠드를 보고 어이가 없다. 형광등을 갈아준 대가로 수인은 점심을 산다. 현태는 신이 나 자신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얘기하고 수인은 성가셔서 툭툭 말을 자르면서도 끝까지 들어준다.
특강을 마친 활은 학교 주차장에서 고려기획의 왕국장을 만난다. 그도 강의를 하고 있는 것. 한때 무능한 그를 비난했던 활은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본다. 학교에서 그는 훨씬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헌데 그때 왕국장이 공개pt시장에 나온 데이콤에 대해서 얘기한다. 무관심하게 듣던 활은 광고 컨셉이 지난번 경쟁pt에서 떨어진 하나로텔레콤과 동일한 걸 알고 도전해고픈 맘이 생긴다.
시골로 내려간 하루는 스케이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무릎 부상 때문에 쉬러 왔다고 해도 아버지는 믿지 않는다. 심상찮은 낌새를 눈치 챈 아버지는 이제 정신 차리고 민박집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남코치는 하루의 경기를 보고 맘에 안 들었다며 하루의 자세를 교정해주겠다고 한다. 최수인도 자기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란다. 친구들은 텔레비전에 나온 하루를 반기며 자랑스러워한다.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은 하루는 말 없는 아버지와 단조로운 시골 생활이 점점 편해진다.
해윤은 평소 인간 관리 잘 해온 덕으로 광고주(kt)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첨엔 기세등등 좋았건만 상희로부터 kt 광고부의 소문과 실상을 듣고 갈등한다. 현태와 활에겐 자존심을 세우며 곧 출근할 것처럼 말했지만 딱히 끌리지가 않아 대답을 미루고 있다. 그때 풍호가 찾아와 하루의 시골이 어디냐고 묻는다. (풍호는 활이 돌아온 걸 보고 맘이 편치 않다.) 해윤은 이참에 머리나 좀 식히자고 풍호랑 같이 하루의 시골로 간다.
한편 현태의 영화는 위기에 부딪친다. 투자자가 이대로의 시나리오는 흥행이 어렵다며 시나리오를 고치자는 것이다. 조금씩 양보하다 보니 엉망으로 된 시나리오, 마치 자신들의 광고와 같은 형세에 현태는 허탈하다. 그렇게는 못한다고 버티는 감독과 점점 타협하고 있는 자신을 보니 이게 뭔가 싶다. 결국 용이 감독은 이런 시나리오로는 못하겠다고 파토를 내고 투자자는 용이 감독이 아니면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한다. 현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활은 조용히 데이콤의 pt에 관한 자료를 조사한다. pt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에 광고주와 접촉을 시도한다. 이미 대형 광고대행사 위주로 경쟁업체가 정해진 상황이다. 활은 아버지를 비롯한 갖은 인맥을 동원해 광고주와 만나는데 성공한다. 어렵게 pt 참가권을 따낸 활에게 현태는 지난 하나로텔레콤 pt 때의 자료들을 내놓는다. 경쟁업체의 노하우를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활과 현태...
시골로 가는 여행길. 해윤은 풍호의 감정을 떠보고 하루와 어떻게 지내는지 캐묻는다. 단순히 오빠로서의 걱정이 아니라 견제와 질투심이 섞여 있다. 두 남자는 누가 더 하루에게 특별한가 경쟁하며 사사건건 티격태격한다. 이쯤에서 주유를 해야 한다는 풍호와 아직 괜찮다며 버티던 해윤은 시골길에서 차가 멈추는 사태를 당하고, 추위에 떨다가 하루의 아버지에게 구해진다.
드디어 하루를 만난 해윤과 풍호는 앞 다투어 포옹을 한다. 두 남자는 민박집 일을 돕고 낚시를 하고 손님으로 온 아이들과 놀고 시골의 어르신들에게 재롱을 떨며 지낸다. 하루는 어린 시절 해윤을 정말 좋아했지만 오빠가 오빠여서 더 좋다고 한다. 해윤은 그 말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해윤은 치료도 받고 재활 훈련도 해야 한다며 하루에게 서울로 가자고 하고, 풍호는 더 땡땡이치면 대표팀에서 잘릴지 모르는데 하루가 가지 않으면 자신도 가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활이 수인과 헤어졌단 얘기는 하지 않는다.
깊은 밤, 활은 전화를 받는다. 아무 말 하지 않는 전화, 하루다. 활은 음악을 틀고 하루는 눈물을 흘린다.
다음날 활은 자전거를 손질한다. 기름칠을 하며 꼼꼼히 손질하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 현태가 나가며 불쑥 말한다.
“친구의 전마누라랑 사귀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안 된다면 안 사귈 거야?”
“아니.”
현태는 수인과 데이트를 한다. 수인은 사귀는 게 아니라고 한다. 혼자 영화 보는 게 싫고 혼자 밥 먹는 게 지겨워 현태와 함께 있는 거라고. 현태는 자기도 아직 사귀는 건 꺼려진다고 한다.
썰매를 만들던 풍호는 손을 다치고 하루는 붕대를 감아준다. 풍호는 기운 없는 하루가 안쓰러워 말해버린다.
풍호 : 신활, 돌아왔어.
하루 : 오늘 자고 일어나면 스물다섯 살이었으면 좋겠다.풍호 : 지금 못 하는 건 그때도 못할 걸.
하루는 풍호의 키스를 밀어내지 않는다.
그날 밤 하루는 아버지의 상자를 발견한다. 어렸을 때 신었던 낡은 스케이트구두와 연습복, 그리고 스크랩북.... 거기에는 신문에서 오려붙인 최근의 사진까지 있다. 잠 못 이루던 하루는 꽝꽝 언 저수지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활주한다.
다음날 아침,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활. 생애 두 번째로 맛있는 사과(^^)를 먹고 해윤에게 전화한다.
“야 빨리 와. 한 건 하자.”
해윤은 운전하며 활과 통화하고 있다. 옆자리에는 풍호가 앉아 있고 뒷자리에는 하루가 잠들어 있다. 해윤은 활의 비양심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해윤 : 하나로텔레콤에서 알면 우리 죽이려고 들걸. 업계 동지들은 또 얼마나 난릴 거야.
활 : 난 한다. 현태는?
현태 : 이런, 양심을 용궁 속에 두고 왔네.
해윤은 스카우트 제의 받은 걸 얘기하며 자신은 부띠끄에서 손 떼겠다고 한다. 하지만 활과 현태는 해윤의 말 같은 건 깡그리 무시하며 데이콤 pt 얘기에 열을 올린다. 자꾸만 휘말려 들다가 짜증이 난 해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외톨이가 되어있다. 거실, 부엌을 왔다 갔다 하고 부띠끄 주위를 맴돌며 활을 의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자신이 싫어서 상희네 가게로 간다. 상희는 적극적으로 나가라며 하루를 코치한다. 하루가 예전 활에게 ‘해윤 꼬시는 법’에 코치받은 것에 대해 얘기하자 상희는 그건 다 엉터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애법을 전수해준다. 그때 해윤이 들어와 듣고는 상희를 나무란다.
“애한테 할 소리 못할 소리 못 가리고..”
“왜 그래, 나 활 아저씨랑 뽀뽀도 했어.”
그때 활과 현태가 들어오고, 해윤은 다짜고짜 활의 멱살을 잡는다.
해윤 : 이 자식, 너 왜 애한테 장난질이야!
활 : 나도 장난이었으면 좋겠다.
놀라는 하루와 해윤. 올 게 왔다는 현태와 상희.
그때 옆자리의 손님들 얘기가 들려온다. 고려기획의 누가 깐느에서 광고 대상을 받았다는. 동시에 돌아보는 부띠끄 남자들.
14.살코 점프(salchow jump) - 삶의 연속성
깐느에서 광고대상을 받은 작품을 보며 부러움에 악평을 퍼붓고 있는 부띠끄의 세 남자.
해윤은 활의 비평을 반박하며 비난을 일삼는다. 친구의 어린 여동생을 유린하려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다. 활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태연히 받아넘기지만 두려움은 있다. 하지만 활에게 하루나 광고에 목표점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지금 혼신을 다 바칠 뿐이다.
병원에 가려고 나서는 하루를 두고 활과 해윤이 신경전을 벌인다. 서로 데려다주겠다고 티격태격이다. 하루는 둘 다 필요 없다며 가버린다. 해윤은 활이 자꾸 하루에게 껄떡대면 대출을 해서 하루와 살 단칸방을 얻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때 하나로텔레콤 광고주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번 데이콤 pt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상도의를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의 위협에 부띠끄는 고민에 빠진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하고 땡땡이를 친 풍호는 코치에게 엉덩이를 맞는다. 풍호의 연습장을 찾은 하루는 그 장면을 보게 되고 미안해진다. 약이라도 발라주고 싶다. 그걸로 해결되지 않는 죄책감이 있다. 풍호는 밝은 척하며 자신의 눈치를 보는 하루의 태도에 실망감이 든다. 각오하고 있었건만 활을 향한 하루의 마음을 어쩔 수 없음에 절망한다. 그래도 하루는 그가 친구가 돼줬으면 하는데, 풍호는 옆에 있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다고 하며 쓸쓸히 돌아선다.
하루는 풍호에게 미안하고 활이 얄밉고 스스로가 싫다. 헌데 활은 자꾸만 하루를 유혹한다. 하루가 말도 않고 무시하거나 쌀쌀맞게 굴어도 전혀 상처 받지 않는 것 같다.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대놓고 빤히 보거나, 복도를 막고 안 비켜주거나, 너무 못생겨서 주머니에 넣고 싶다고 말하거나 한다. 마음 약해질까 매섭게 소리라도 지를라치면 눈에 불을 켠 해윤이 나타나 하루를 구해준다. 하지만 하루는 점점 쌀쌀맞게 굴 자신이 없어진다. 그런 자신이 약 올라서 하루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
“가지고 놀지 마요. 그렇게 만만해요, 내가!”
부띠끄의 세 남자는 데이콤의 광고를 두고 논쟁을 벌이지만 결론이 나질 않는다. 해윤은 상희에게 가 활을 씹으며 상담을 하는데 상희는 재미있겠다고 한다.
“어차피 문 닫을 거였잖아. 까짓 거 크게 한 탕하고 문 닫으면 되지.”
그러면서 상희는 연하의 애인이 요즘 바람피우는 것 같은데 헤어질까 용서해줄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해윤은 하루와 활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하루가 상처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희는 “얘, 어린것들이 바람은 더 잘 피워.” 한다.
하루는 의사로부터 조금씩 운동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활은 하루를 데리고 잠실링크로 간다. 사람들과 섞여 스케이트를 타는 활과 하루. 신이 난 하루는 가볍게 살코점프를 해 보인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점프다.
밤까지 데이트를 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는 걸 인정하고 다가간다.
활 : 3일도 사겨봤고, 두 달, 1년, 8년짜리 연애도 해봤고. 니 나이 때 만난 애가 있었는데
걔랑 결혼할 줄 알았어.
하루 : 난 끝까지 갈 거예요, 아저씨랑.
활 : 어느 끝?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끝까지 가는 사랑은 없어.
하루 : 아저씨랑 결혼할 건데요, 나?
다정히 들어오는 활과 하루를 본 해윤은 초조하다.
활 : 하루가 얼마나 갈 것 같아?
해윤 : 너 하기에 달렸겠지.
활 : 어떻게 하면 되는데? 너 고2때 희정이 생각 나냐? 내가 얼마나 잘해줬냐? 근데 차더
라. 마누라는 결혼식 하고 6개월 만에 바람피우고..
해윤 : 하루가 바람피울까 봐 겁나?
활 : 이제 열아홉이잖아. 뭘 못하겠어.
해윤 : 한심한 놈.
활 : 하루를 처음 본 순간에 느낌이 왔어.
해윤 : 무슨 느낌?
활 : 죽었구나.
해윤 : 그래도 안 돼. 현태면 또 몰라도 넌 절대 안 돼. 넌 인마, 상희도 뺏어갔잖아.
해윤은 활이 좋은 놈이란 걸 안다. 대상이 하루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응원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라면 다르다. 배가 아프고 분하고 싫은 이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수인은 현태가 만만하고 편하다. 길거리에서 춤과 노래를 시키기도 하고 맛없는 음료수를 바꿔 오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요하려는 건 아니다. 누가 좀 해줬음 좋겠다 의사표시를 했을 뿐, 안 해도 그만인 거고 현태가 해준다면 고마운 거였다. 불평 없이 다 들어주는 현태에겐 간단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인 줄 알았다. 집 앞에서 현태가 기습 키스를 하려한다. 수인은 당황해 따귀를 때린다.
“그렇게 싫어? 그럼 관두자.”
현태는 씁쓸히 돌아서 간다.
다시 훈련에 들어간 하루는 수인의 눈치를 본다. 수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니 마음이 쓰인다. 평소보다 별로 관심도 쏟지 않고 훈련도 대충 봐주는 것 같다. 아직 제대로 점프도 할 수 없는 무릎이지만 너무 신경을 안 써주는 것 같다. 걱정이 된다.
하루 : 설마 코치 그만두는 거 아니죠?
수인 : 생각 중.
하루 : 그런 게 어딨어요. 일과 사랑을 구별해야지...
혜진의 실력이 향상된 걸 본 하루는 더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수인에게 밤 훈련도 하겠다고 조른다.
수인 : 점프 영영 못하게 되고 싶어?
하루 : 할 수 있어요. 어제 아저씨랑 해봤어요. (사이)치사하다, 진짜. 아저씨가 나 사랑하는 게 죄예요?
하루는 풍호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딴 사람이랑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풍호는 대회 준비에 바쁘다고 하며 당분간 보기 힘들 거라고 한다. 하루는 말 못할 서운한 맘을 해윤에게 털어놓는다.
하루 : 그냥 예전처럼 지내고 싶은데, 내가 잘못하는 걸까?
해윤 : 그 자식 괜찮은 놈이네.
하루 : 언젠 파충류 같대매.
해윤 : 파충류는 활이지. 풍호가 백 번 낫다.
하루 : 오빠 꼭 질투하는 것 같어.
해윤 : 질투는.. 니가 그 자식보다 나 더 좋아하는 거 아는데...
하루 : 어...
해윤 : 아냐?
하루 : 그게 좀 다르지..
해윤 : 뭐가 달라?
하루 : 그게..암튼 달라. 많이 달라.
부띠끄에서는 연일 밤을 새며 데이콤의 pt를 준비한다. pt 당일. 경쟁 대행사에선 버스를 대절해 왔을 정도로 굉장한 규모를 투입한다. 그 기세에 눌린 부띠끄는 초조해진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활은 쇼를 하자고 현태에게 마술을 준비시킨다. 급하게 마술도구를 챙겨온 현태는 긴장해서 위경련까지 일으킨다. 하지만 막상 pt에 들어가서는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해윤은 덴츠가 데이콤 사장과 인맥이 닿아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활은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화장실까지 광고주를 쫓아간 활은 하나로텔레콤 광고에서 떨어졌다, 반드시 그들을 이겨보고 싶다며 의지를 보인다.
세 남자는 pt의 긴장을 풀기 위해 상희네 가게로 몰려간다. 술을 마시며 pt에 대해, 결과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상희가 말한다.
“나 실연당했어.”
“너 언제 연애했었냐?”
“누가 감히 우리 강상희를, 오빠가 혼내줄까?”
“니가 찼겠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치던 세 남자는 상희가 울자 당황해 한다. 급기야 “나쁜 자식...”하며 우는 상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서로에게 미룬다. 활이 상희를 안아 달래고 있는데 하루가 들어와 본다. 씩씩거리며 두 사람을 노려보다가 나가버린다. 쫓아나간 활이 하루를 따라간다. 하루는 계속 씩씩거리며 걷는다. 그때 갑자기 활이 하루의 손목을 잡아채 달린다.
“야 튀어!”
영문도 모르고 달리던 하루는 어느새 웃으며 달리고 있다. 활의 손을 꼭 잡고서..
(활과 하루의 키스)
15. 도넛 스핀(doughnut spin) - 이별
하루와 활은 사이좋게 아침을 준비하며 역대의 피겨 금메달리스트들에 대해서 얘기한다.
“어렸을 때 옥사나 바이울 경기를 봤는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단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구요. 옥사나 바이울의 도넛 스핀의 각도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건 유연해서만 되는 게 아니지. 허리힘이 받쳐줘야지.”
“맞아요. 와, 근데 진짜 많이 안다.”
하루는 활이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했었고 수인의 팬이었다는 걸 알고 질투가 난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해윤도 질투가 나긴 마찬가지다. 그때 해윤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주말에 약속 잡지 마. 선보게.”
해윤은 서른에 결혼하려던 계획을 하루빨리 이루고 싶어진다.
활과 하루가 다정히 들어오자 수인은 질투에 속이 상한다. 그렇게 맘이 금방 옮겨갔냐며 활을 다그치고 흘겨보기도 한다. 서운하고 분하다. 둘 앞에서는 참았다가 돌아서서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하루를 대할 때도 혼란스럽다. 미워서 더 소리를 질렀다가도 쟤가 무슨 죈가 싶기도 하고 맘이 요변덕 친다.
“음악은 폼으로 켜놨니? 음악이랑 따로 놀잖아. 손가락! 표현력이 그것밖에 안 돼? 그게 백조야, 거위야!”
훈련 내내 하루는 야단을 맞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세상이 다 이쁘고 아름다워 보이니까 말이다.
“코치님 맘 이해해요. 더 혼내셔도 이해해요.”
수인은 그런 하루를 미워할 수가 없다.
풍호는 훈련 도중 호흡이 가빠진다. 근래 들어 부쩍 호흡 곤란을 느낀다. 훈련도 맘대로 안 되고 하루에 대한 맘을 접는 것도 힘들다. 아무리 독하게 맘을 먹어도 하루의 훈련장과 대기실을 기웃거리고 자꾸만 휴대폰을 보게 된다. 훈련 도중 풍호는 얼음 위에 누워 가쁜 숨이 진정되길 기다린다.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다.
데이콤 광고주를 만난 활은 6개월 단발의 광고를 계약한다. 부띠끄에선 축포를 터트리는데 떨어진 광고대행사 쪽에서 번져 나온 비방은 곧 부띠끄의 운영을 곤란하게 만든다. 부띠끄의 평판은 땅에 떨어지고 데이콤 이외 일거리가 모두 떨어져나간다. 부띠끄는 데이콤에 목숨을 걸기로 한다.
감기에 걸린 현태는 하루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파에 누워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다큐멘터리영화를 본다. 그런 상태로 하루를 배웅하고, 선보러 나가는 해윤의 셔츠와 넥타이를 정해준다. 상희의 부탁으로 ‘신의 물방울’ 3권에 나오는 와인 이름도 알아봐준다. mp3 플레이어를 두고온 하루의 부탁으로 하루의 휴대폰에 음악을 전송하기도 한다. 저녁에 귀가한 식구들은 역마살 현태가 아침의 위치 그대로인 것을 보고 놀란다.
“무슨 일 있어?”
“감기.”
현태는 기침을 한다. 그때 해윤이 깜박거리는 전등을 보고 중얼거린다.
“야, 전구 다 됐다. 이거 어디서 산 거더라. 현태야..”
“니가 갈아, 인마!”
수인은 억지로 부탁 받은 어린 피겨지망생의 훈련을 봐주고 의외의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미국의 피겨아카데미에서 코치로서 초청도 받는다. 떠나자고 마음을 먹은 수인은 하루에게 미국으로 같이 갈 테면 가자고 한다. 하루는 가슴이 부푼다. 동경하던 세계의 무대가 아닌가.
수인 : 그러려면 이번 대회부터 잘해야지.... 오늘 현태 아저씨가 데리고 올 차례니?
망설이다 건 전화인데 현태는 수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수인은 허전하다.
집에서 음악에 맞춰 연기 연습을 하는 하루를 보고 활이 코웃음 친다.
“너 서서 수영하니? 왜 그렇게 허우적대.”
“우아하고 청초하게, 애절하게, 그걸 어떻게 하냐구요. 내가 진짜 백조도 아니고..”
“넌 애절했을 때 없어?”
활은 하루의 연기를 코치해준다. 뒤에서 하루의 팔을 잡고 귓가에서 속삭인다. 하루는 콩콩 가슴이 뛴다. 그때 해윤이 활을 부른다. 하루는 얼굴 빨개져 해윤의 방으로 간다. 뭘 하는지 하루가 들어간 해윤의 방문은 꽉 잠겨 있다. 활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둘이 무슨 비밀이 있는지 속닥거리고 눈짓을 주고받고 활이 오면 둘이 손잡고 자리를 피한다. 그것도 하루가 더 적극적으로 해윤의 손을 잡아끈다. 현태도 뭘 하는지 모른단다.
하루는 활의 생일파티를 몰래 준비하고 있다. 해윤은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그걸 숨기겠다고 애쓰며 즐거워하는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 하루는 상희에게 활이 좋아하는 요리까지 배우고 있다. 처음엔 재미없고 하기 싫었던 해윤도 점차 재미있어진다. 활이 질투하는 걸 느끼고부터 심술이 발동한다. 다른 사람 일엔 별 관심도 없는 활이 둘이 뭘 하는지 캐내려고 갖은 수단을 쓴다. 해윤에게 술을 사주고 휴대폰을 물에 빠뜨리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결국 현태가 들키고 만다.
“니 생일파티.”
해윤은 흐흐흐 웃는 활의 면상을 갈겨주고 싶다. 아무래도 자신의 화가 지나친 것 같다. 상희에게 묻는다.
“이런 기분이 뭐지, 도대체?”
“알면서 뭘 물어.”
데이콤에서 요구하는 엄청난 자료요구에 부띠끄는 독서실 분위기다. 회의에 자료수집에 연일 밤을 샌다. 현태와 해윤은 더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린다. 활이 하루랑 통화할 때면 해윤의 귀가 커지고, 수인이랑 통화할 땐 현태가 움찔한다.
늦은 밤, 취한 풍호가 집 앞에서 소리친다.
“하루야! 이하루!”
놀라 나온 하루에게 주정을 부리던 풍호는 걱정 돼 나온 활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 소란에 식구들이 다 나와 취해서 쓰러진 풍호를 침대에 눕힌다. 하루는 풍호를 돌보며 가여워서 눈물을 흘린다. 옆에서 돌봐주다 잠이 든다. 한밤 중 깬 풍호는 하루에게 애원한다.
“난 안되겠니?”
풍호는 미안해하는 하루의 뺨에 입을 맞추고 사라진다.
하루를 데리러 온 활은 꼬맹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수인을 본다. 그 어느 때보다 편해 보인다. 수인은 미국으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하루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고 한다. 활은 맘이 착잡해진다.
오늘은 활의 생일이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 중인 하루는 활의 선물을 포장하지 못했다. 하루는 잠깐 기다리라며 활을 주차장에 세워놓고 포장지를 사러 달려 나간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활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는 풍호를 만난다. 잠깐 인사를 주고받고 풍호는 오토바이를 달린다. 풍호는 실연의 상처에 속이 쓰리고 아프다. 호흡이 거칠어 헬멧 안이 뿌옇다. 그때 풍호의 오토바이 앞으로 하루가 달려온다. 급히 핸들을 돌리는 풍호. 오토바이는 담벼락에 부딪치고 풍호의 몸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떨어진다. 하루와 활이 달려간다. 풍호의 숨이 거칠게 빠져나간다.
16. the swan - 날아오르다
구급차 안, 하루는 파랗게 질려 가쁜 숨을 몰아쉬는 풍호의 손을 잡고 울며 절규한다.
“기흉이에요. 기흉이랬어요.”
피 묻은 풍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 손목에는 언젠가 하루가 선물했던 팔찌가 있다.
풍호 : 사랑해.
하루 : 죽지 마, 제발..
병원에 도착했을 때 풍호는 의식을 잃고 있다. 구급차를 뒤따라오던 활이 다급히 하루를 부축한다. 하루는 미친 듯이 풍호를 따라 간다. 응급실에서 풍호는 숨을 거둔다. 하루는 믿을 수가 없다.
한 달 후.
빌딩 위 대형 전광판에서 부띠끄의 세 남자가 만든 데이콤 광고가 나오고 있다. 활은 운전을 하며 통화를 하고 있다. 데이콤 광고의 흥행 성공으로 부띠끄는 바쁘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광고 제의에 스케줄이 빡빡하다. 해윤은 광고주가 술 먹자는 걸 튕겼다며 신나하고 현태는 여행을 못 가서 욕구불만에 사로잡혀 있다. 활과 해윤은 현태가 떠나려고 할 때마다 갖은 협박과 회유로 발목을 붙잡는다. 활은 광고계의 전설 웰컴의 문애란 사장을 만난다. 파격적인 대우(해외 연수, 연봉 계약, 개인 사무실 등)를 해줄 테니 부띠끄 통째로 웰컴으로 들어오라는 제의다.
해윤은 연봉 계약에 눈이 번쩍 뜨이고, 현태는 해외 연수에 혹한다. 활은 두 사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다. 해윤과 현태는 의외다. 언제나 활이 주도했던 팀이다.
해윤 : 왜, 넌 아무 생각 없어?
현태 : 별로 안 끌리나 보지?
활 : 니들 하자는 대로 한다고.
해윤 : 왜?
활 :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상희 : (불쑥) 여기 재개발된대.
세 남자는 어이가 없다. 재개발 되는 줄도 모르고 가게를 산 상희의 횡재에 할 말을 잃는다. 헌데 상희는 눈물을 찔끔거린다.
상희 : 여기 정들었는데...
해윤 : 언젠 낭만적이라더니..
상희 : 철거랑 재개발은 다르잖아.
하루는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대회가 이틀 뒤로 다가와 있다. 수인은 여전히 매섭게 혼을 내고 하루는 묵묵히 듣는다.
수인 : 너 랜딩 자세가 왜 그래? 오른 쪽 무릎 또 이상 있는 거 아냐?
하루 : 괜찮아요.
하루의 표정을 봐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수인은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무릎의 통증이 재발한 것 같다.
하루는 말수가 줄고 미소도 사라졌다. 해윤은 그런 하루가 걱정이다. 풍호의 사고가 있었던 주차장으로는 가지 않는다. 시선도 주지 않는다. 해윤은 알아서 차를 돌려서 나간다.
하루의 마사지사와 통화한 수인은 활을 만난다.
“하루 무릎에 통증이 있는 것 같아. 훈련 마치고 나면 많이 아파한대.”
그리고 수인은 미국으로 떠나는 일정을 얘기한다. 수인과 활은 미리 작별인사를 한다.
“행복해라.”
활은 수인을 안아주고, 수인은 애써 미소 짓는다.
집으로 돌아온 활은 하루에게 무릎 통증에 대해 묻는다.
하루 : 괜찮아요. 코치님이 괜히 그래.
활 : 옷 입어. 병원 가보자.
하루 : 뭐하러요. 아무렇지도 않은데.
활 : 언제부터 아팠어? 너 그러다 다리 못 쓸 수도 있어.
하루 : 풍호는 대회에 나가지도 못했어요. 나보다 훨씬 잘하는데도.. 상관 말아요..
활은 화가 솟구쳐 정신 차리라고 하루를 흔들어대고 싶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닥치는 대로 부서뜨리고 싶은 활은 ‘2번 창고’로 가서 가게 내가 부셔주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상희는 이렇게 화난 활은 처음 본다. 활은 자신의 무기력함에 속이 상한다. 합류한 현태는 술김에 수인에게 전화한다.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수인의 대답에 현태는 약이 올라 수인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수인은 택시비를 내주고 취한 현태를 재워주고 다음날 어설픈 해장국도 끓여준다.
현태 : 누가 해외연수를 보내준다는데, 내가 미국으로 당신 쫓아가면 어쩔 거야?
수인은 웃을 뿐이다.
해윤은 ‘2번 창고’의 정리를 돕는다. 상희는 보상금 받아서 여행 갈 거라고 들떠 있다. 아쉬워서 울 때는 언제고 금세 랄랄라다. 처음엔 그렇게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상희가 순수하고 귀엽게 여겨졌다. 사귀고부터는 그게 경박할 뿐만 아니라 솔직하지 못하다 생각했다. 헌데 지금은 이런 상희가 편안하다.
집에 돌아온 해윤은 하루의 방에서 흐느낌 소리를 듣는다. 울고 있는 하루를 해윤은 말없이 안아준다.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잃었을 때의 고통이 떠오른다. 그때 하루는 13살이었다. 해윤은 미안해 눈물이 난다. 자신이 너무 힘들어 13살 하루를 친부에게 보내놓고 외면하려 했었다. 해윤은 고백하며 하루에게 용서를 구한다. 울다 잠든 하루를 다독이며 해윤은 뜨거운 것을 느낀다. 잠자는 하루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는 해윤...
부띠끄엔 전화벨이 날카롭게 울린다. 하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휴대폰도 울리고 팩스기도 울린다. 그래도 세 남자는 받지 않는다. 그들은 배달되어온 치킨을 보고 있다. 예전에 인쇄물 광고를 해준 치킨회사에서 새 메뉴를 개발했다며 보내온 것이다. 세 남자는 치킨을 먹는다.
현태 : 맛이 감동이다.
해윤 : 3차 광고 한번 해?
활 : 이번엔 tv로 때려.
길거리 이벤트도 하고 사은행사도 하자며 세 남자는 치킨 광고 기획에 열을 올린다. 부띠끄는 웰컴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회가 있는 날이다. 활, 해윤, 현태, 하루는 차를 타고 덕양어름마루로 간다. 활은 풍호의 사고가 있었던 곳에 차를 세운다. 해윤이 말리는 걸 뿌리치고 하루를 사고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하루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아팠겠다, 많이...”
출전을 앞두고 담담히 연습을 하고 있던 하루는 혜진이 준 초콜릿을 받고 덜덜 떨기 시작한다. 눈물과 떨림을 멈출 수가 없다. 급기야 수인에게 경기를 못하겠다며 오열한다. 화장이 엉망이 된다. 활이 하루의 얼굴을 감싼다.
하루 : 할 수 없어요. 못하겠어요. 넘어질 거예요. 점프 하나도 성공 못할 거예요. 무릎이 아
팠거든요. 아까도 계속 아팠어요. 미안해요, 코치님. 못해요, 나...
활 : 쉬, 나 봐... 못하겠으면 안 해도 돼.
하루는 울며 활을 본다. 활과 눈이 마주치고 활은 흔들림이 없이 하루를 바라본다. 차츰 하루의 눈물이 잦아든다. 수인, 해윤, 현태가 긴장된 채로 지켜보고 있다.
활은 하루에게 화장을 해준다. 하루는 초콜릿을 먹고 심호흡을 하고 출전한다. 빙판 한가운데 하루가 정지된 동작으로 서 있다. 하루의 음악 ‘the swan'이 흐른다. 백조의 날개처럼 펼쳐든 하루의 손목에는 풍호의 팔찌가 반짝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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